동물복지 인증 80%가 산란계·육계 농장 치중
10명 중 4명 인증제도 인지 불구 구매 경험 없어
케이지프리 시행 국가, 계란 부족사태 현실화
육계 사육비 상승 불구 일반 닭고기와 가격차 적어
경제성 이유 유지 어려워 인증 스스로 반납 속출도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한 축산의 해답 중 하나로 ‘동물복지 사육’을 꼽고 있다. 유통업계서도 점차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가금산물의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업계서는 막대한 투자비, 생산비에 대비해 가격인정 부족, 공급부족 초래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토하고 있는 상황. 특히 최근 조사에서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알고 있는 국민 10명 중 4명은 동물복지 가금산물을 구매해 본 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농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동물복지 인증을 득하고 이에 맞게 사육을 했다 해도 현재 그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물복지 인증농장의 80여%가 닭(산란계, 육계)을 사육하는 농가들인 상황을 감안하면, 양계농가들의 고충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양계농가들의 동물복지 인증 상황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 본다.
10명 중 4명 ‘구입 안 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64세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농장 동물복지 인식을 비롯해 반려동물 양육현황, 제도 및 법규 인식, 동물 학대에 대한 태도, 유기동물 및 동물보호센터에 대한 인식, 동물실험 등을 물었다.
이 조사 결과 응답자 5천명중 3천537명 (70.1%)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중 구입경험이 없다는 응답자가 1천485명(42%)이었다. 인증제도를 알고 있지만, 동물복지 축산물을 사 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 이들은 ‘일반 축산물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과 ‘부족한 판매처’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표 참조>
구입했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축산물의 종류가 계란(89.6%), 닭고기(66.1) 등 양계산물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국내 동물복지 인증농장의 대다수가 양계농가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수치다.
동물복지 인증 현황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을 국가가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국내에는 2012년 산란계농장에 처음 도입돼 현재 7개 축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가장 먼저 산란계의 경우 2012년에, 돼지의 경우 2013년, 육계는 2014년, 한우·육우, 젖소, 염소는 2015년, 오리는 2016년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까지 인증농장 대부분은 양계농가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국의 425개 농장 중 산란계 농장이 226개(53.2%), 육계 농장이 145개(34.1%)로 동물복지농장 10개 중 양계농장이 9곳에 육박하는 것. 반면 동물복지 인증 돼지농장은 17개, 젖소농 장은 31개, 한우농장은 6개이며, 육우와 오리의 경우 아직 동물복지 인증농장이 없다. 때문에 동물복지 사육에 대한 고충이 양계농가들에서 터져나오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계, 생산비 상승
육계농가들의 경우 시설을 개·보수해 동물복지 사육으로 전환을 할경우 소폭이기는 하지만 육계 계열화업체가 지급해 주는 사육비가 일정부분 상승, 그나마 시설 투자에 따른 보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육계 계열화업체들의 경우 닭고기의 수급 상황에 따라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물량의 시세에 대한 영향이 커, 동물복지로 생산된 닭고기 제품들도 상승한 생산비에 따른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육계 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우리 회사의 경우 현재 일반 사육중인 농가들에게 동물복지농장으로의 전환을 적극 권유하고 있고, 동물복지 사육 시 사육비를 일반사육과는 분리해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생산비가 상승한 닭고기(동물복지)가 정작 시장에서는 일반 사육농가의 닭고기 가격과 큰 차이 없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동물복지 사육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라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현재 국내 유통상황으로만 보면, 계열화업체 입장에서는 결국 동물복지 닭고기를 생산하면 생산비가 올라가 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계열화업체 관계자도 “닭고기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즉각적으로 정부에서는 생산량을 늘려라, 가격을 낮춰라 하는 등 사실상 제재 아닌 제재를 업체들에 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동물복지 사육을 권장하며 이에 따라 상승한 생산비는 올리지 말라고 하는 얘기지 않은 가. 실제로 일부 농가지만 동물복지 인증을 취소하고 사육수수를 늘리기 위해 일반사육으로 회기하는 농가들도 있다”라 고 토로했다.
동물복지 인증을 스스로 포기하는 농가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성이 꼽히는데, 동물복지 사육을 위해 생산자들의 경우 농장 면적 대비 사육 수수에 큰 제한을 받는다. 그로 인해 증가한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을 만큼 시장에 서 높은 단가를 얻지 못하면, 결국 인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어 진다는 설명이다.
계란, 수급불안 우려
계란의 경우, 올해 들어 유통업계들이 우후죽순으로 동물복지(케이지 프리)계 란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서는 국내시장의 경우 동물복지 사육방식이 확대되면,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계란 공급부족 및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지 프리’(전량 동물복지 사육)를 선언한 국가들(유럽,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최근 계란 공급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기도 하다.
계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케이지 프리 계란의 시장 점유율은 4% 가량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20년에는 7배(점유율 28%) 급증했다. 현재의 추세 대로라면 오는 2025년이 되면 점유율이 70%까지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 2019년 동물자유연대와 협약을 체결하고 10년 내 자사에 사용하는 모든 계란을 케이지 프리 계란으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했고, 2021년 갤러리아 백화점과 마켓컬리도 케이지 프리 계란의 판매를 발표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점포별 단계적으로 케이지 프리 계란의 판매를 시작해 최근 모든 지점에서 판매되는 계란을 해당 상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으며, 마켓컬리도 오는 2030년까지 플랫폼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계란을 케이지 프리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케이지 프리를 선언한 국가들에서 현재 계란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등 사육수수 감소에 따른 계란의 공급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이탈도
또 동물복지 계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는 동물복지 계란을 좋아한다는 응답이 많지만, 그만큼 소비로 이어지고 있지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동물복지 계란의 판매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업체의 경우 체감 판매율은 10%대다. 그마저도 최근까지 일반 계란의 판매가가 높 았던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된다”며 “계란은 특성상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 부진해진다. 다시 말해 모든 제품이 동물복지 계란으로 전환되면 결국 매출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아 직은 생산방식 보다는 가격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동물복지 계란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인 농가들도 있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농가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계란을 생산하고 있지만, 막 상 운영해보니 대형 유통업체가 동물복지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등 유통업체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최근에는 유통업체도 계란 생산에 참여하면서 중소 형 농장은 경쟁에서 밀리는 등 판로확보도 어렵다. 결국 제값을 받지 못하고 일반란으로 유통시키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른 농가는 “우리 농가의 경우 지지난해 동물복지 인증을 자진 취하했다. 동물복지 계란을 납품하던 거래처에서 수요량이 줄면, 농장의 경우 높은 생산단가를 부담하면서까지 동물복지 인증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생산비는 높은데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니 포기할 수 밖에 없 었다”며 “일반 계란의 가격이 폭락해도 동물복지 계란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받아야 적자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가격이 배 이상 차이가 나면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하고 생산비 수준, 혹은 그 이하의 가격에 판매를 해야 판매가 된다. 결국 팔아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더라”고 말했다.
‘면적 당 사육수수 제한’ 농가들은…
당장 축산법시행령에 따르면 오는 2025년 8월부터 산란계농가들은 케이지 기준 사육수수의 면적이 수당 0.05㎡에서 0.075 ㎡로 늘어난다. 일부 동물보호단체,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부가 반영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농가들의 반응은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북의 한 산란계농가는 “사육기준 면적의 확대는 물가와 생산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단순하게 계산해도 같은 면적에서 3마리를 사육하던 것을 2마리밖에 사육할 수 없다면, 산란계 사육수수와 계란 생산량이 3분의 2로 줄어들고 생산비용은 1.5배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 결 과적으로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계란가격도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상승한 가격을 시장에서 받아줄지 의문”이라고 역설했다.
대한산란계협회(회장 안두영) 관계자는 “계란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나라보다 단위당 사육을 많이 할 수 있는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 등에서 계란이 수입돼 국내 산란계 농가가 붕괴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동물 복지가 우리나라보다 열악한 국가를 지원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은 AI가 창궐, 계란 가격이 1개당 500원을 웃돌아서 인접 국가에서 밀수까지 일어나는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식량안보가 중요한 시점에 국내 생산농가가 붕괴되 면 계란마저 외국에 종속될 수 있다. 무분별한 사육기준의 확대는 대폭적인 물가상승과 생산원가의 상승 및 국내 산란 계산업의 붕괴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변국의 추세를 감안하고, 소비자들이 상승된 계란가격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의식이 전환될 때까지 사육기준 확대 정책은 잠정 보류해야 한다. (동물복지)사육규모를 키운 일부 EU국가가 계란산업이 축소되 고, 계란수급이 주변 국가에 종속된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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