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생산비도 못 건져…유통현장 역마진 속출
계군 본격 생산 가담…가격하락 가속화 불가피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계란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 계란 산지가격이 하락을 넘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계란 산지가격(특란 30구 기준)은 지난 1월 2일 5천50원에서 1월 30일 현재 4천300원대로 700원가량(구당 23원 수준) 하락했다. 하지만 일 선 농가들에 따르면 체감 가격은 규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구당 30원이상 하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승한 생산비와는 반대로 계란 가격은 하락해, 농가들은 물론 기존에 계란을 매입한 유통상인들 마저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응해 그간 발표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계란 산지 가격은 지난 1월에만 세 차례 하락했다. 1월 2일 전 품목(왕·특·대·중· 소) 8원, 이어 11일에는 10원, 설 명절이 끝난 25일에는 10원이 하락했다”며 “정부의 비축물량이 지난달 초부터 풀리면서 혼돈을 야기시켰고 수입산 계란의 판매도 촉매 역할을 했다. 설 연휴 농장에서 적체된 계란을 출하키 위해 농가들이 상인들에게 계란을 처리해 달라고 사정사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란계협회(회장 안두영) 관계자도 “지난 1월 30일 현재 협회가 파악한 계란 산지 가격은 왕·특·대·중·소란 각각 146, 140, 129, 109, 76원이다. 한달 전 가격에서 최소 구당 26원 이상 하락한 것”이라면서 “계란 생산량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계란 수급관련 헛발질 정책을 중단하고 생산자와 협력하면서 상식이 있는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통현장의 상황도 농가들 못지않게 나쁘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회장 강종성) 관계자는 “계란수입(스페인산)도 문제지만 유통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비축물량 독점판매’다”라며 “정부가 앞장서 일부 업체들에게 지원을 해가며 계란 덤핑판매를 유도해 계란시장을 완전히 교란시켰다. 정부 주도의 계란 비축·덤핑판매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회장 전만중)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소비 침체로 시장에서 계란이 밀리는(남는) 상황인데 정부가 수입한 스페인산 계란을 소비자가격 5천990원에 유통시켰다”며 “국내산 계란이 같은 기간 6천600원대에 판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약 13~14% 저렴하게 판매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유통업체(마트) 관계자는 “우리 입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할인행사를 하지 않는 계란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현장의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고병원성 AI 발생을 염두하고 확보한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체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계란 관련업계서는 전년 입식된 산란용 병아리수수를 토대로 이달부터는 생산에 가담되는 계군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바 계란 가격 하락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