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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관세제로 시대, 축산 진흥 시대로>각 품목별 축산물 수입 현황 / 돼지고기

<2022년 신년특집>사실상 관세 보호막 붕괴…양돈업계 ‘수입 리스크’ 무방비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지난해 기점 EU 삼겹살·미산 냉장삼겹살 관세 철폐

'27년 ‘0%' 캐나다산 제외 주요국 수입관세 사라져

국내 양돈 생산성·품질 지표는 그대로…체질개선 시급


수입육과 ‘맨몸 경쟁’ 본격화

지난해 부터 EU산 삼겹살과 미국산 냉장삼겹살에 대해서도 국내 수입관세가 ‘0’% 적용됐다.

2014년부터 일찌감치 돼지고기 모든 부위에 대해 제로 관세가 적용됐던 칠레산에 이어 미국산과 EU산 돼지고기 일부 부위에 남아있던 마지막 관세 마저 사라졌다.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돼지고기 원산지 가운데 오는 2027년 관세가 없어지는 캐나다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제로 시대에 돌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국내 양돈업계는 어떠한 보호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수입 돼지고기와의 전쟁에 내몰린 처지가 됐다.


한 때 자급률 70% 붕괴 

관세제로 시대를 맞기 이전부터 돼지고기 시장의 상당부분을 내준 만큼 ‘수입돼지고기 리스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EU(2011년 7월), 한-미FTA 발효(2012년 3월) 이전인 2010년과 지금의 국내 양돈시장을 비교해 보면 관세 보호막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수입돼지고기가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2020년 수입된 돼지고기는 31만466톤(2021년 32만톤 추정)이었다. 2010년 17만9천532톤과 비교해 72.9%, 13만1000톤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돼지고기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2010년과 비교해 무려 2.5배 이상 늘어나며 돼지고기 자급률 70%가 무너지기도 했다. 

물론 수입돼지고기의 위협과 급격한 시장잠식 추세 속에서 적어도 물량면에서는 국내 양돈산업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76만1천톤이었던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2020년 106만2천톤으로 39.6%, 30만여톤이 증가했다. 자급률도 75.9%까지 회복된데 이어 2021년에도 77%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수출국과 격차 그대로

국내 양돈산업의 이러한 ‘선방’은 우리 국민들의 꾸준한 돼지고기 소비 증가가 뒷받침됐다. 

2010년 94만4천톤이었던 우리 국민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2020년 139만9천톤으로 45만5000톤, 48.2% 증가했다. 1인당 소비량도 19.2kg에서 26kg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은 별다른 힘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같은기간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이 향상됐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선 가격 경쟁력만 보자. 

2010년 15.1두였던 국내 양돈농가들의 평균 MSY는 양돈전산프로그램인 한돈팜스 기준 2020년 18.27두로 3.1두 증가했다. 해외 조사기관이나 자료의 출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수는 있겠지만 EU를 중심으로 한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도 이에 못지 않은 증가세를 보여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위 수준으로 올라 갈수록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만큼 똑같이 MSY가 1두 증가했다고 해도 EU의 1두 증가를 우리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상황. 이에 따라 주요 수출국들과 비교시 국내 양돈농가들의 생산성은 정체 또는 하락했다고 보는 게 보다 정확한 평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품질경쟁력도 제자리

게다가 사료가격과 가축분뇨 처리비, 인건비 등 돼지 생산비를 구성하는 각종 비용의 상승폭은 주요 수출국들을 상회, 돼지 생산비의 격차는 더 큰 폭으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고 품질 면에서도 뚜렷한 경쟁력 향상을 논할 수 없는 처지다.

가공품질의 경우 분명 한 단계 높아졌지만 생돈 품질은 나아졌다고 할 수준이 못된다는 게 양돈업계 안팎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반면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점차 약화돼 왔다. 특히 지난 2010년 안동발구제역에 따른 국내 사육돼지의 대량 살처분은 공급부족 사태와 정부 주도하의 돼지고기 수입 확대 및 홍보로 이어지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성지’ 처럼 여겨져 왔던 가정용소비 시장에 수입돼지고기의 진출이 본격화 되는 계기가 됐다. 

그나마도 가정용 소비가 전체 돼지고기 시장에서 차지해 온 비중 자체도 점차 축소돼 온 상황. 여기에 지속적인 가짜 논란에도 불구,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프리미엄 돼지고기 시장을 주도하며 단순히 싸고, 가성비만 좋은 것으로 인식돼 온 수입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수입돼지고기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화, 2018년에는 돼지고기 수입량이 무려 46만4천톤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코로나·ASF 사태가 호재로

물론 코로나 19사태, 그리고 전 세계적인 ASF 확산 추세가 국내 양돈업계엔 의외의 호재로 작용하며 2020년과 2021년 수입육 감소와 함께 자급률이 일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수입육 업계의 경우 사회적거리두기와 함께 가정소비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겨냥, 최근에는 냉장삼겹살을 중심으로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국내 가구당 돼지고기 구매추세를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 절대량에서는 국내산에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폭 만큼은 수입육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구나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은 가정용소비가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던 이전으로의 회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채소 중심의 급식 식단의 확산, 정부의 수입돼지고기 군납 허용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전통적으로 국내산이 강세를 보여왔던 돼지고기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곳곳에 ‘이상신호’ 

코로나와 ASF 사태를 계기로 국내산 원료육 비중이 최대치로 확대됐던 2차 육가공  및 단체급식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국내산 후지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공품질과 물량 공급의 안정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수입 전지로 다시 옮겨 타려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멧돼지에 집중되고 있긴 하나 ASF의 확산은 국내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있는 2차 육가공 및 단체급식업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육가공업계의 재고증가와 수익구조 악화, 작업량 감축 및 도매시장 상장물량 증가, 돼지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언제라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코로나와 ASF 사태 이전의 추세가 우리 양돈산업이 맞이할 앞으로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관세도 없어진 만큼 수입육 업계는 보다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것이다. 그만큼 우리 양돈산업에 대한 위협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수입돈육 위협 무감각

하지만 수입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제로’ 시대가 시작된 지금, FTA 체결 당시와 같은 국내 양돈업계의 위기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EU, 한-미 FTA 발효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국내 양돈산업에 미친 영향이나 시장변화에 대한 평가 조차 이뤄지고 있는데다, 관세가 사라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만 하면 팔리는 시대가 지속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돼지가격이 유지되다 보니 양돈현장을 중심으로 ‘수입 돼지고기 리스크’에 대해 무감각해 진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양돈농가 입장에선 각종 규제와 민원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현업 유지에 집중, 미처 다른 부분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도 원인이겠지만 결과적으론 지난 10년간 수입돼지고기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양돈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 성과는 극히 미흡했다는 게 외면할수 없는 현실이다. 


늦었지만 대응해야

직접 생산액만 연간 7조를 넘어서고 있는 양돈산업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검증된 데이터 관리 체계조차 구축되지 않았다. 정부와 연구기관의 수급통계 는 제각각인 데다 자급률 마저 들쑥 날쑥이다. 당연히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한 돼지고기 소비 관련 통계도 부재한 상황에서 국내 양돈산업의 제대로 된 청사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늦었지만 국내 양돈산업의 체질개선과 기초체력 제고를 위한 범 양돈업계 차원의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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