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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등급제, 정부-농가 온도차

정부 “자율방역 유도…잘한 농가 인센티브”
현장 “방역책임 전가”…페널티 전락 우려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가금농장의 자율적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질병관리등급제’가 시작됐다. 정부는 전체사육수수의 41%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참여해 고무적이라고 평하고 있지만, 일선현장에서는 중·소규모 농가의 도태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질병관리등급제와 관련, 정부와 농가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정부, “전체 사육수수 41% 참여…고무적” 평가

현장, “실제 호수 25% 수준…양극화만 커질 것”


살처분 제외 선택권 부여되지만…

질병관리등급제는 정부가 참여희망 농가의 방역수준을 평가하고 일정수준 이상의 농가에 한해 사전에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무조건적인 살처분 정책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제도라 농가들이 환영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현장에서는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만약 예방적 살처분 제외 후 해당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경우, 그에 맞게 살처분 보상금 지급비율(가축평가액의 80%)을 하향 적용시키는 등 사업참여에 대해 책임을 부과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농가들이 등급제가 ‘인센티브’가 아닌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농가 양극화 심화 우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13일까지 등급제 참여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산란계 1천91호에서 사육중인 산란계 7천371만수 중 41% 수준인 3천24만 수가 등급제의 적용 대상이 됐다. 농식품부는 사육규모가 큰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고 방역 여건이 열악한 농가, 과거 AI 발생 농가, 방역시설 미흡농가 등이 제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농가가 참여했거나 관심을 보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서는 이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 실제 농가수 대비 참여비율이 20%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반에 전체 사육수수의 40% 이상이 제도에 참여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이면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최근에 시설을 새로 갖춘 농장들 위주로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이 문제다. 농가 호수로 따지면 전체 산란계 농가 1천91호중 276농가만이 사업에 참여, 25% 수준의 농가가 참여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단순히 사육수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늘어나고 있는 규제들로 인해 폐업하는 중·소규모 농가들이 늘고 있는 요즘, 이같은 분위기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며 “물론 실제로 겨울이 돼 봐야 알겠지만, 그렇지않아도 거의 매년 발생하는 AI로 인해 농가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가 규모별로 등급제 신청률을 살펴보면 10만수 이상을 키우는 농가는 46%, 5~10만 수 사육 농가는 27%, 5만수 미만 농가는 18% 등 규모가 작을수록 참여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장의 시설 개선을 꾸준히 추진, 중·소규모 농가들의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영세농가의 경우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시설개선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인센티브냐, 페널티냐

현장에서는 이처럼 실제로 등급제 참여농가가 많지 않은 이유로 등급제가 순수 인센티브제가 아니라 오히려 페널티로 작용될 우려가 있는 것을 꼽았다.

경남에서 산란계 10여만수를 사육하고 있는 한 농가는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이 예고되며 지자체 담당자에게 등급제 참여를 종용하는 연락이 무수히 와 ‘당신 같으면 참여하겠냐’고 되물었다. 등급제에 참여하는 것이 농장 AI 발생 여부에 따라 사실상 도박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신청을 받을 당시 한여름이었다. 당장 올 겨울 국내 AI 발생상황, 확산세 등에 대해 예상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안하고를 농가가 사전에 결정하는 것 자체가 복불복이 아니고 뭐냐”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농가는 “정부는 질병관리등급제가 방역이 우수한 농가에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AI 발생시 보상금이 대폭 삭감되는 독소조항 때문에 페널티로 돌아올 가능성도 큰 제도”라면서 “농장의 시설이 아무리 좋고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한들 AI를 완벽히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참여한 농가에서 AI가 발생한다면 모든 방역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농가에 전가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질병관리등급제가 자칫 잘못하면 정부가 방역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방역시설 구축이나 방역관리가 쉽지 않은 소규모 농가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함과 동시, 방역이 우수한 농가에 대해서 순수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도록 보상체계 관련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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