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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강소농 표본 충북 충주 ‘황실토종닭’ 폐업 위기

“AI 방역정책 폐해로 20년 노력 물거품됐다”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산란용 토종닭 새 지평…고부가가치 창출

면역력 증강 사육방식으로 AI 발생 ‘전무’

인근 AI 발생하자 방역당국 농장 예찰검사 

면역력 붕괴 우려 출입 만류 불구 강행 ‘논란’

검사계군 호흡기질병 속출…급기야 AI 발생

국내 유일 종자마저 살처분돼 재기 불투명


국내 1호 산란용 토종닭인 ‘황실토종닭’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란용 토종닭으로 인정되며 닭고기 생산에 국한돼 경쟁하는 토종닭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충북 충주 소재 황실토종닭농장(대표 안인식·67세)도 지난 겨울 AI를 비껴가지 못한 것. 

황실토종닭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종자로, 외부입식이 사실상 불가해 일반 닭 사육농가들보다 재기에 애로가 크다. 피해보상 수준에 따라 도산할 위기에 처한 상황. 20년 가까이 토종닭을 사육하면서도 철저한 방역과 닭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체계적인 사육방식으로 단 한번도 AI 발생이 없던 농장이라 그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황실토종닭농장 안인식 대표가 정부의 비효율적인 AI 방역정책을 황실토종닭농장 AI 발생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어 다시한번 현실적인 AI 방역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국내 1호 산란용 토종닭 인증

황실토종닭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토종닭협회(회장 문정진)의 토종닭인정위원회(위원장 이상진)로 부터 국내 최초로 산란용 토종닭으로 인증 받은 하나의 토종닭 품종으로, 지난 2000년 초기부터 황실토종닭 안인식 대표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고문헌에 기록돼 있는 토종닭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닭들을 선별·교배해 고대시대부터 내려오던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닭에 가깝게 복원해낸 닭이다. 

이러한 황실토종닭이 낳은 계란은 지난 2019년부터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계약을 체결, ‘토종닭에 인생 건 안인식의 황실토종란’이라는 이름을 걸고 판매를 시작해 10구짜리 계란한판이 1만원이 넘는 고가의 계란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현재는 하나로 마트의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지난 2020년에는 국내 토종닭이 생산한 계란으로써는 처음으로 현대백화점에 입접, 압구정 본점을 비롯한 전국 15개 전 점포와 e슈퍼마켓에서 ‘황실 토종 유정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해 인기리에 팔렸다.

두 개 업체에 판매되던 총 물량은 한달에 약 16만개로, 일반 산란계농장에 비하면 극히 소량이지만 토종닭 계란의 품질을 인정받아 고가에 판매되면서 월매출이 7천만원에 달하는 등 적은수수의 닭을 사육하면서도 고수익을 올리는 강소농의 표본이 됐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AI로 인해 농장내 사육되던 1만여수의 닭들이 모두 살처분되면서 이러한 성과들이 한순간에 없어지고 만 것이다.

안인식 대표는 “한순간에 20여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종계마저 모두 살처분 돼 일반 농가들과는 달리 재입식이 가능해져도 당장 입식할 병아리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다시 처음부터 병아리 사육, 선별, 교배 과정을 거쳐 원상태로 농장이 복구되기까지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3년 동안 수입이 전무한 상태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기만을 바랄 뿐”이라면서 “농장이 정상화 되더라도 기존 납품처에서 다시 계란을 받아 줄지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방역당국 예찰검사 강행…논란 불씨

황실토종닭농장에 어두움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말 경이다. 2월 23일 반경 약 2.5km거리에 위치한 강원 원주시 귀래면 산란계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

이틀이 지난 같은달 25일 방역당국은 황실토종닭농장에 찾아와 AI 예찰을 위해 인후두 검사, 혈청 검사를 안 대표의 만류에도 강제로 실시했다. 안 대표가 예찰검사를 꺼렸던 이유는 인후두 검사, 혈청 검사로 인해 생산성이 급감 함은 물론, 인후두 검사 후 다수의 닭들에게 호흡기 질병이 발생하는 만큼 면역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안 대표는 “근처의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만큼 그 어느 때 보다도 차단방역 및 닭들의 면역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농장에 외부인이 오는 것도 조심스러웠지만 무엇 보다도 모니터링 검사시 실시하는 인후두 검사가 제일 걱정스러웠다. 인후두 검사를 하고 나면 건강한 닭들에서도 호흡기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안그래도 엄중한 시기에 닭들의 면역력이 떨어질 우려가 큰 검사를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벌을 받더라도 검사를 거부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금농가에 AI 특별방역기간 동안 다수의 모니터링 검사가 실시되면서, 검사 자체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는 실정. 이에 가금농가들은 농가별 전담 수의사 시스템 구축으로 AI 예찰 효율화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AI 예찰을 위한 인후두 검사, 혈청 검사로 인해 생산성이 급감 함은 물론, 폐사체도 여럿 발생 한다는 것. 더욱이 예찰검사 기관도 많다 보니 AI 방역을 위해 가뜩이나 농장 출입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농장에 외부인 출입도 많아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검사계군에서 AI 발생 시작

이후 농장에서 검사를 받은 계군에서부터 이상증세를 보이더니 지난 3월 8일 폐사가 발생하는 등 이상증상이 발생되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역시나 검사 이후 닭들에게서 호흡기 관련 질병이 발생해 치료를 해야했다. 평소 연간 30수도 발생하지 않던 폐사마저 발생, 결국 닭들에게 항생제를 투여 할 상황이 닥쳐 거래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란의 납품마저 중단했다”며 “무항생제 인증을 받고 계란을 납품하고 있어 항생제를 투여한 닭이 산란한 계란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상증상이 발생하는 개체가 계속 늘어나는 등 상황이 악화, 지난 3월 10일 방역당국에 AI 의심신고를 했고, AI로 판정, 다음날 모든 닭을 살처분 하고 말았다. 희생된 농장의 닭들은 육성중인 병아리까지 총 1만800수에 이른다.

안 대표는 “원래 여름철에도 닭들이 인후두 검사를 받으면 호흡기 관련 질병이 발생 1~2주 가량 지속된다. 호흡기치료제와 영양제를 먹여가며 치료를 하던 중 상태가 악화되는 계군이 늘더니 결국 검사 일주일여가 지난 3월 9일 검사를 받은 계군이 사육되고 있는 동에서 폐사가 300수나 발생했다”며 “결과적이긴 하지만 불필요한 검사로 인해 닭들이 면역력이 감소, 결국 AI에 감염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모니터링 검사를 분변검사로 대처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인후두 검사를 하도록 규정 돼 있었으면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검사관들의 전문성 결여문제도 지적했다.

안 대표는 “농장에 방문하는 검사관들을 보면 베테랑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초보 검사관들이 오더라”라며 “혈청검사시 닭들의 목에서 제대로 혈관을 찾지 못하고 신경을 건들여 목이 돌아가는 닭들도 부지기수다. 검사관들이 답답해서 내가 직접 피를 뽑아 주는 경우도 많다”며 농가별 전담 수의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발생농가 과도한 보상금 감액 기준 

안 대표는 현재 제도대로라면 AI 발생농장의 보상금에 대해 감액이 커 재기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감액 사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선농가에서 지킬 수 없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 또한 AI 발생 사후처리(살처분 등)를 하는 기관과 농장 실태를 점검하는 기관이 일원화돼 있지 못해 억울하게 발생하는 지적 사항도 있다고 토로했다.  

안 대표는 “이번 AI 발생후 우리 농장이 방역미흡 사항으로 지적받은 것들 중에 억울한 항목이 많다. 그 항목으로 ▲모든 축사 전실 및 소독조 미설치 ▲축사 뒷문 미폐쇄 ▲외국인근로자 고용 미신고 ▲일부 가금 방사 사육 등이다”라며 “농장을 처음 허가받고 HACCP인증을 받을 때만 해도 축사들의 공동전실이 허용됐었고 이를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법이 바뀐 내용을 알지 못했고, 몇 군데 없어진 신발 소독조는 살처분팀들이 다니며 파손돼 치워뒀다. 이미 농장에 닭들이 없는데 다시 소독조를 가져다 놓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사용하지도 않던 뒷문은 항상 걸어 잠궈뒀었는데 살처분 팀에서 작업상의 편의를 위해 개방해 달라해서 개방한 사항”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더욱이 몇일 일할지도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를 매번 신고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이 AI 발생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려고 하지 않고 발생 농가에게 방역 및 소독시설의 취약상태에 대한 책임만을 과도한 잣대로 묻고 있다는 것. 일선 농가에서 지키기 힘든 항목들이 많은 것은 물론, 각기 다른 기관 혹은 부서에서 사후처리를 하고 실태조사를 하기에 양쪽 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지적사항들 마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합당한 조치 이뤄져야”

이번 AI발생으로 황실토종닭농장이 입은 피해는 단순히 없어진 닭들만 계산해도 3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농장이 정상화 될 때까지는 수익이 발생치 못함으로 발생하는 기회손실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25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같은 농장의 실제 피해를 정부가 얼마만큼 인정해 보상금을 지급하냐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농장시설을 갖추며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채도 있는 상황에서 수입은 없어진 상황이다. 농장 특성상 재입식에 걸리는 기간이 길 뿐만아니라 재입식을 한다해도 사료를 구입할 비용도 없다”며 “결국 보상금 지급 금액에 따라 농장을 부도처리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20년 이상 일궈온 농장을 단 한번의 AI 발생으로 없애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더욱이 농장의 AI 발생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사항이 정부의 과도한 방역정책(무분별한 검사 등)인 만큼 억울함이 크다. 보상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농장시설에 갖은 이유를 들며 보상금을 삭감하기 바쁜 정부가 얼마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올지 불안하기만 하다. 최소한 농장정상화를 시도할 수는 있는 수준의 보상금만 받을 수 있으면 하고 희망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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