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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98. 미국의 의회정치와 농정 로비활동 (1)

필자, 5년여간 워싱턴 DC서 축협중앙회 美사무소장으로 근무
농업법개정 과정 보며 ‘의회정치’ 강한 인상 받아

  • 등록 2019.06.06 18:30:05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발전과 국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입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도 자유민주주의국가로서 의회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의 제정과 개정은 당연히 중요하다. 우리나라 농축산분야의 입법을 담당하는 곳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다. 모든 법안은 - 의원입법, 행정입법, 청원입법 구분 없이 - 동 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친 후 상임위에 상정되고, 여기서 통과되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회부하고, 여기서도 통과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서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리고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는 이유이다. 


▶ 입법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활동을 하는데 이를 소위 로비라고 한다. 로비스트(lobbyist)란 특정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입법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정당이나 의원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국회의 로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렇게 부르게 됐다고 한다. 미국은 1876년 하원결의로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 했고,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을 제정하여 불법적인 로비를 제한한데 이어, 1995년에는 연방로비공개법을 제정하여 로비의 투명성을 확보하였다. 미국은 합법적인 로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을 하지만, 로비스트와 이들을 고용한 기업이나 단체는 로비대상, 보수, 로비활동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때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비한다’고 하면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비밀스런 거래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법대로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미국을 ‘로비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이다. 미국에는 워싱턴 DC에만 약 1만2천여 명의 로비스트가 활동 중이라고 하니 그렇게 부를 만도 하다.    

 
▶ 필자는 1989년 10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약 5년 반 동안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축협중앙회 미국사무소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UR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던 시기에 미국 정부, 의회, 농축산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국 농축산업의 현실을 홍보하고 통상압력을 완화시켜 보자는 목적으로 파견되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농업법이 개정되어 가는 과정을 보고 의회정치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 미국의 농업법(Farm Bill)은 4~5년마다 개정하는데 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미래의 농정방향에 맞추어 개정되는데, 미래의 농업정책을 사전에 법에 반영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법 개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폭 넒은 의견을 수렴하여 법에 반영하는데, 개정을 2년여 남겨 놓은 때부터 각 주별, 주산지별, 품목단체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인상 깊었고, 이슈가 첨예한 경우에는 여러 차례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이해 당사자들이 법 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의회정치와 농정로비활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미국은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산업, 다양한 조직 등 모든 분야에서 세분화, 전문화 되어있는 사회로서 각계의 관심과 요구 또한 다양하다. 예를 들어 같은 농업계라고 하더라도 밀재배농가의 요구는 면화재배농가와 다르며, 비육우농가의 목소리는 양돈농가의 의견과 다르다. 어느 조직, 단체, 개인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경우에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의회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각계의 서로 다른 요구를 균형이 맞도록 조화하여, 다수의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각종 시책이 추진된다. 입법과정에서 이익단체들은 (농민단체들도 물론 이익단체임) 자기 조직 또는 구성원의 권익이 법이나 정부정책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각종 활동을 벌이는데 이와 같은 활동을 우리는 흔히 로비활동(lobbying)이라고 한다.


▶ 미국의 저력 : 미국은 비록 역사는 짧지만 의회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일찍이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으며, 풍부한 자원과 산업화를 바탕으로 경제적 부흥을 이룩한 나라다. 미국이 1776년에 독립한 이래 불과 240여년 사이에 세계를 주도하는 정치·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세계 각지에서 이민 온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3억2천700만 명의 국민, 각기 다른 정부가 이끌고 있는 50개의 주(state),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만을 단편적으로 보면 구성원·계층 간의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미국이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저력은 무엇인가?


▶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실용주의, 정의에 바탕을 둔 준법정신,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그리고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박애주의가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가를 실현한다는 민주주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사랑을 실천하는 인본주의, 모든 이에게 평등한 법을 만들고 모든 이가 이 법을 잘 지켜가면서 질서와 조화 속에 개인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의사회 구현, 이런 것들이 바로 미국의 저력이다.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 본관 정면에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Equal Justice Under Law)’는 한 구절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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