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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장려상’>가업승계 / 경북 영천 명성농장 엄상현 대표

‘가족 행복’이 최대 가치…할리우드키드, 축산에서 희망 창출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할리우드 키드가 ‘가족행복’을 인생의 새로운 꿈으로 삼아 가업승계에 나서 부모님과 함께 괄목할만한 성적을 이뤄내고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바로 경북 영천 명성농장 엄상현 대표의 이야기다. 한우거세비육과 돼지일관사육을 하고 있는 명성농장에서 부모님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전수받고, 남보다 두 배 이상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엄상현 대표의 가업승계과정을 따라가 봤다.


한 울타리 안에 한우 130두…돼지 4천500두 사육
유명인사 부모님 ‘훌륭한 스승’…성공적 바통터치
도드람양돈조합 2년 연속 1위 달성…MSY 26.1두
대구축협 팔공상강 브랜드로 한우 전량 전속 출하


명성농장은 한 곳에서 전업규모의 한우와 돼지 2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장이 두 곳인 명성농장을 일군 1세대 사장은 두 명이다. 농민운동의 전국적인 지도자로 유명인사인 엄홍우․우정규 대표부부가 그들이다. 엄홍우 대표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우정규 대표도 한국여성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aT농식품유통공사 사외이사, 대통령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엄홍우 대표는 한우와 농장전반의 관리를 담당해왔고, 우정규 대표는 양돈을 주로 관리했다.
명성농장의 돼지 사육규모는 모돈 300두, 4천500두를 일관사육하고 있다. 한우는 130두 거세비육만 하고 있다. 양돈장과 우사가 한 울타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명성농장은 임신․분만․이유자돈사 1동, 후보돈사 1동, 육성․비육돈사 1동, 육성돈사 1동, 비육돈사 1동 등 돈사 5개동과 퇴비사, 정화방류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사는 1개동이다. 농장주를 제외하고 7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다.
엄상현 대표의 어릴 적 꿈은 할리우드 영화 예고편 제작자였다. 취학 전부터 엄홍우 대표의 취미활동을 통해 카메라를 접한 엄상현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방송반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웠다. 대학시절에는 방송국에서 무대감독과 VJ활동을 했다. 직장생활도 영상 및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유학을 계획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던 엄상현 대표에게 심경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결혼으로 아이가 생기면서 부터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직장생활에서 더 많은 일을 맡아 진행하면서 점점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엄상현 대표는 그런 과정 속에서 가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2014년 도드람양돈조합의 일본연수를 통해 대학시절 아버지와 함께 했던 첫 해외여행지였던 일본의 사이보꾸 농장을 10년 만에 다시 가게 됐다. 10년 전 단순한 관광지로 여겨졌던 농장의 직매장과 수의클리닉, 목장 등을 돌아보면서 축산을 산업으로, 또 직업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결국 엄상현 대표는 가업승계를 선택했고, 2015년 명성농장으로 들어오게 됐다.
“가업을 잇겠다는 각오를 하고 만난 돼지와 한우 사육은 그동안 겉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방송 일처럼 농장 일도 바닥부터 배워야 했다. 부모님이란 좋은 선생님이 계셨지만 전반적인 모든 일을 단숨에 배우기는 힘든 일이었다.”
한우와 돼지, 양쪽을 뛰어다니며 배움에 조바심을 내던 엄상현 대표에게 어머니 우정규 대표는 연수를 권했다. 엄상현 대표는 2015년 9월 해외농업전문가초청교육 양돈1기 과정을 신청하고 네덜란드 PTC+ 수석컨설턴트와 국내 수의컨설턴트에게 양돈사양 전체를 볼 수 있고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MSY(모돈 당 연간 출하두수)를 계산하고 늘리는 방법도 그 때 배우게 됐다. 사양관리에 있어 돼지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어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도 깨닫게 됐다.”
이 때를 시작으로 엄상현 대표의 배움의 길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엄 대표는 국내에선 양돈대학, 친환경한우사육, 농민사관학교 등 20회 이상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해외연수에도 적극 참여해 미국 1회, 네덜란드 1회, 덴마크 3회, 일본 2회, 중국 2회 등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은 2년 연속 도드람양돈조합 MSY 1위 달성이라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명성농장은 2016년 25.3두, 2017년에는 26.1두로 도드람 조합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농장이 됐다. 명성농장의 MSY는 2013년 22.1두, 2014년 22.9두, 2015년 24.5두로 꾸준하게 좋아지는 상황이었지만 1위 달성에는 부모님 못지않게 엄상현 대표의 구슬땀이 녹아든 것도 사실이다.
명성농장은 2009년 우정규 대표가 농장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돼지정액 검사를 위한 현미경을 구입하고 모든 구간에 현황판을 부착했다. 체계적인 경영을 위해 한 눈에 개체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분만시간과 간격, 사고현황, 양자 후 포유두수 관리 등 각종 특이사항도 모두 기록으로 관리된다.
외국인과 초보직원들이 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구간별 현장관리 매뉴얼도 만들고 사료급여 및 백신접종프로그램 등을 담은 지침서도 완성했다. 이런 노력으로 명성농장은 단 한 번의 평가로 2010년 HACCP 인증을 받아낸다.
우정규 대표가 주도한 농장의 모든 업무의 매뉴얼 화에 따라 주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명성농장은 45평의 후보돈사 확보와 150일령 PRRS 음성돈군 도입, 순치, 200일령 이상에서 발정주기 확인 등 후보돈 단계부터 교과서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등지방과 체형에 따른 임신돈 사료프로그램, 분만사 입식 후 돈체소독 및 유방마사지, 야간 및 간호분만팀 운영, 2인1조에 의한 분만처치, 초유급여 이후 36시간까지 분할포유와 양자관리를 위한 대모돈 이동, 이유모돈을 대상으로 포유돈 사료급여를 통한 강정사양실시와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설치에 따른 세밀한 급여량 관리는 최상의 번식성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 인-올 아웃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명성농장은 철저한 차단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의전문가에 의한 정기컨설팅을 통해 돈군의 질병 및 위생 진단, 질병 예방프로그램 등도 운용하고 있다.
2018년 명성농장은 성적이 좋아져 모돈을 줄이는 단계에 들어섰다. 엄상현 대표는 “2018년 목표는 27두였지만 연초 진눈깨비 피해로 육성돈사가 무너져 내리는 피해를 입으면서 성적이 약간 처졌다. 2018년 MSY는 24~25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단 폐사율을 낮추는데 주안점을 두고 사양관리를 하고 있다. 하루 한 마리도 안 죽이는 것이 목표이다. 2016년에 부검을 많이 했다. 일단 폐사축이 나오면 원인파악에 주력했다. 아직 모돈 갱신이 다 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런 노력들은 2017년에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제일 좋은 항생제라고 판단해 봉독, 봉침을 다 쓰고 있다.”
엄상현 대표는 지금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돼지 사양관리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했다. “제 기준을 내세우면 회의가 잘 안 된다. 처음에는 맞춰 나가기 어려웠는데 3년 정도 지나니까 이해가 됐다. 1~2년차 때는 배워온 것 중 하나도 농장에 적용하지 못했다. 일은 직원들이 하는 것이다. 바꾸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어머니가 경북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논문상을 받은 자체 전산관리시스템은 일보, 주보 단위로 정리된다. 주간단위 성적이 피드백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명성농장에는 130두의 한우가 있다. 모두 거세비육우이다. 한우는 전량 대구축협 브랜드 팔공상강한우로 출하된다. “우사 규모는 200두이다. 신축한지 2~3년 됐다. 6~8개월령에 입식해 8개월령에 거세한다. 그룹별 30~36두로 나눠 차수별 입식을 시킨다. 직접 출하한 것은 세 번째이다. 자신이 붙으면 그룹별 40두로 늘려서 운영할 생각이다.”
한우는 이력제 상 엄상현 대표로 등록돼 있다. 엄상현 대표는 대구축협 조합원이다. “팔공상강한우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 육량지수가 조금 떨어진 상태이다. 마블링도 잘 되는데 지방이 많이 차는 것으로 나타난다. 30개월령이 되면 출하시기를 선택한다. 처음에는 36~38개월령에 출하했다. 현재는 33개월령을 기준으로 2개월 안팎에 출하한다. 초음파 육질진단은 25개월령, 27개월령, 30개월령에 촬영해 변화추이를 보고 사료, 풀, 출하월령 조절을 하고 있다.”
엄상현 대표는 현재 송아지 구매는 대구축협에서 대행해주고 있는데 구매처와 우시장별로 성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직접 밑소를 보러 다닐 생각이다. 구입도 직접 해볼 것이다. 등록우만 매입하고 있는데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돼지는 운 좋게 어머니가 길을 잘 열어주고, 좋은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3년 만에 머리에서 꼬리까지 배우게 됐는데 한우는 전문가들도 이론이 다 다르고 아직 어렵다.”
엄상현 대표는 한우교육도 여러 번 받았는데 아직은 겉핥기 수준이라고 했다. “돼지는 사육기간이 짧고 데이터 축적도 잘 된다. 한우는 사육기간이 길어 데이터 축적이 더디고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한우에는 티모시, 페스큐, 연맥 등 수입건초를 주로 급여하면서 대구축협 배합사료를 함께 준다.”
가업승계에 대해서 엄상현 대표의 생각도 털어 놓았다. “처음에는 곳간열쇠 받듯이 키만 받으면 정말 잘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제는 축산에 도제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머니는 이제 농장에 1주일에 한번 정도만 나오신다. 그래도 매일 일보를 통해 보고를 받고, CCTV와 모바일로 농장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계신다. 항상 SNS 단체방을 통해 지시사항이 나오고, 확인을 하실 정도로 어른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승계와 자식이 느끼는 승계는 다르다는 얘기도 했다. “가업승계는 단순한 바통 터치가 아니다. 바통은 놓치거나 떨어뜨릴 수 있다. 농장경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2세에게는 마라톤처럼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 승계는 경영자가 일생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리더십을 후계자에게 이전하는 복잡하고 긴 과정이다.”
엄상현 대표는 현재 물품구입과 설계도 담당하고 있다. 20년 된 돈사의 유지 보수에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 “지금은 앞으로 20년 이상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돈사는 미국식과 덴마크식이 혼합된 형태로, 20년 됐다고 아무도 안 믿을 정도로 잘 지어졌고, 벽도 너무 튼튼하다.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너무 유명한 부모님이기에 부담감도 적지 않다는 엄상현 대표는 “마라톤에서 바통 터치처럼 두 분이 제 곁에 오래 계셔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