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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52.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진실

국내, 수입 삼겹살 무한리필 성업에 이베리코 열풍까지
고품질 이미지 마케팅에 소비자 현혹…관리감독 필요

  • 등록 2018.11.29 18:32:13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우리나라 양돈산업을 통계수치(이하 2017 기준)를 통해서 조망해 본다. 돼지 상시사육두수는 약 1천100만두, 양돈농가는 6천300호다. 양돈생산액은 연간 7조3천억 원으로 쌀생산액(6조6천억 원)보다 많다. 2016년부터 농축산물 중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도축두수는 연간 약 1천700만두, 돼지고기생산량은 89만4천 톤(이하 정육기준)을 기록했다. 국내 총 소비량 127만1천 톤 중 수입량이 36만9천 톤, 수입에 16억 4천만 달러(약 1조8천억 원)를 썼고, 자급률은 72.8%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4.6kg(쇠고기 11.3kg, 닭고기 13.3kg)으로 육류 중에서 가장 많이 선호하므로 ‘국민고기’로 불린다. 

▶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7년 36만9천 톤으로 지난해보다 16%나 증가했다. 미국산이 13만5천톤(점유율 36.6%)으로 1위를 차지했고, 독일산이 8만 톤(21.7%)으로 2위, 스페인산이 3만5천 톤(9.5%)으로 3위를 차지했다. 미국산은 2016년보다 27%나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20만 톤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산도 10만 톤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스페인산도 금년에 5만 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FTA를 체결해 관세제로(0%)가 된 칠레산의 수입량은 2017년에 2만2천 톤을 기록했으며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산, 오스트리아산의 수입도 소폭이지만 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벨기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해 수입이 중단되었고 앞으로 이 질병의 확산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수입돼지고기를 유형별로 보면 냉장육이 2만2천 톤으로 6%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율이 늘어나면서 양돈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위별 수입량을 보면 삼겹살이 17만2천 톤으로 46.6%를 차지했고 앞다리가 14만7천 톤으로 39.8%, 목심은 3만8천 톤으로 10.3%를 차지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 시내 곳곳에는 ‘삼겹살 무한리필, 1인분 1만1천원’이라는 홍보물을 부착한 돼지고기 전문식당들이 많다. 주로 대학가 주변이나 역세권 먹자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공통점은 프랜차이즈 식당이고 손님들이 매우 붐빈다는 사실이다. 계열사업주체가 식단을 구성하고 공동마케팅을 구사하며 식자재를 공동구매해 공급한다. 가맹점이 아닌 개인 식당들도 수입고기를 많이 쓴다. 대형할인점들은 수입고기 전문코너를 개설해 운영한다. 냉동육만이 아니라 냉장육도 판매한다. 삼겹살, 목살 뿐 만이 아니라 양념육까지 만들어서 판다. 가격은 국내산 냉장 돼지고기의 절반이다. 판매대 앞에서는 시식행사를 하고 고객들이 줄을 선다. 수입고기에 입맛이 길들여진 고객들은 이제 망설이지 않고 수입고기 판매코너로 간다. 이들에게 이제는 어느 나라 고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내산 돈육 판매코너에는 국내산 신선육의 맛을 아는 충성고객들만이 찾아온다. 이렇게 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은 매년 늘어난다. 

▶ 이즈음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자세한 홍보자료와 판매처, 음식점이 수없이 뜬다. 홍보의 주요 골자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청정지역에서 생산, 세계 유명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고급 돼지고기’ ‘세계 4대 진미(the world’s forth great delicacy)’ ‘도토리를 먹여 키우고 야생 방목한 흑돼지고기’라는 자랑이다. 소비자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열광한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만으로도 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제 ‘이베리코 흑돼지’의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스페인이 자리 잡고 있는 땅이 이베리아 반도다. 이베리코(Ibe′rico)는 스페인어로 ‘이베리아 반도의’라는 형용사다. 상품으로서의 ‘이베리코’는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햄인 하몽(jamo′n)을 이르는 브랜드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사육방법에 따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세보(Cebo)’는 이베리코 흑돼지에 듀록을 교잡시켜서 생산된 1대 잡종(흑돼지혈통 50%)으로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를 먹여 축사 내에서 10개월간 사육한 돼지로 방목은 하지 않는다.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는 세보 돼지(1대 잡종)에 이베리코 흑돼지를 교배해 2대 잡종(흑돼지혈통 75%) 돼지를 생산해,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와 풀을 급여해 12개월간 사육하되 2개월간은 오전 사료급여, 오후 방목으로 사육한 돼지를 말한다. ‘캄포’는 스페인어로 ‘방목’을 의미한다. 최고등급으로는 ‘베요타(Bellota)’가 있는데 100% 이베리코 혈통의 돼지를 최소 3개월 이상 하루에 10kg의 도토리와 허브, 그리고 올리브사료를 먹여서 17개월간 사육한 돼지로서 이베리코 돼지 전체의 5% 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하몽을 만드는데 쓰인다. ‘베요타’는 스페인어로 ‘도토리’라는 뜻이며 베요타만 도토리를 먹여서 키우므로 이베리코 돼지가 도토리를 먹고 방목했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베리코 돼지’가 ①모두 흑돼지이고 ② 모두 도토리를 먹고 ③ 모두 방목한 돼지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이런 과장된 홍보나 마케팅은 근절되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수입식품의 광고·선전내용은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우리 한돈업계는 잘못된 정보를 스스로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한돈자조금을 활용해서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진실’, 이런 광고를 신문이나 SNS에 게재하면 어떨까. 우리의 소비자와 한돈산업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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