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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46. 호주산 육우 2천500두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다 (1)

한우 입식열기 과열…정부 고민 끝 육우 도입 결정
필자, 검수단원에 선발돼 교육 후 호주로 파견

  • 등록 2018.11.02 10:54:45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육우 첫 도입 결정…검수(檢收) 임무 띠고 파견
  1982년 정부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복합영농정책’을 시행했다. 농산물 생산만으로는 소득향상에 한계가 있으므로 부업형태로 가축을 기르게 되면 추가소득을 올릴 수 있고, 또 가축분뇨를 경종농업에 투입하게 되면 수확도 늘어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때마침 한우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소를 키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소 사육에 열을 올리다보니 송아지가격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한편 농림부의 복합영농정책 시행과 같은 시기에 내무부 역시 새마을운동중앙회를 통해 ‘새마을소득증대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농촌에서는 송아지 입식 수요가 이중으로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생산되는 한우송아지의 숫자는 제한돼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가격이 터무니없이 상승했다. 입식지원자금은 확보돼 있는데 송아지가 없어서 입식사업이 벽에 부딪힌 꼴이 됐다. 각 시·도와 시·군은 중앙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해주기를 요청했다. 지방에서부터 육우도입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수한 한우의 고유혈통 보존을 위해서는 외국산 육우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축산전문가들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수입이 되면 한우와 도입육우와의 교잡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 한우송아지만으로는 입식 수요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농가의 소 입식 요구는 계속 늘어나자, 마침내 정부는 외국산 육우(肉牛)의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 호주, 미국 등 송아지 값이 싼 외국에서 고기생산 전용품종인 육우를 수입해서 입식하면 국내 소 사육기반을 확충할 수 있어서 안정적인 쇠고기 공급이 가능하게 됨은 물론이고, 농가 소득 증대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육우도입을 정책으로 채택하게 된 것이다.


▶ 육우도입정책이 발표되자 전국적으로 소 입식 붐이 일기 시작했고 도입육우 입식을 신청하는 농가는 더욱 늘어났다. 당시 호주 미국 등 외국의 송아지(250kg 내외)를 수입해서 농가에 분양하는 가격이 국내 가격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도입육우를 배정만 받으면 돈을 번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육우 입식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소위 ‘빽’ 까지 동원했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과열된 상황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이 사육되고 있는 육우의 품종은 애버딘 앵거스(Aberdin Angus), 헤어포드(Hereford), 샤로레(Charolais), 심멘탈(Simmental), 리무진(Limousine), 머리 그레이(Murray Grey), 브라만(Brahman) 그리고 이들 품종간의 교잡우(cross-bred)가 널리 사육된다. 정부는 이들 품종 중에서 헤어포드, 앵거스, 샤로레, 심멘탈 등을 위주로 수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 육우도입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축협중앙회 축산진흥부(부장 이희영)가 실시한 최초의 육우도입 국제입찰 결과 낙찰가격은 국내 한우 송아지가격의 반값이 채 못 되었다. 수입방식은 공급업체가 결정되면 입찰안내서(bid invitation)에서 정한 조건과 사양(specification)에 따라 한국정부가 임명하는 검수원(inspector)이 수출국 농장에 직접 가서 현지검수를 하고. 수출검역을 거쳐서 선적·운송하는 과정을 거치게 돼 있었다.


▶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최초 도입분 육우의 검수단원으로 선발되었다. 나는 젖소와 한우에 대해서는 경험이 풍부했지만 육우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사육경험도 없었다. 과연 검수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고, 이 점은 도입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더니, 당시 이긍수 부장께서 검수단원 4명을 소집해서 육우에 관한 교육을 해주었다.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육우품종 설명책자를 보여주며 각 품종별 외모, 체형, 색깔, 특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밖에 무역담당 부서에서는 검수확인서 작성, 검역절차, 운송, 선적 등 무역실무에 관한 사항들을 설명해 주었다. 특히 이희영 부장은 “이번에 도입되는 소들은 각 농가에 2~3마리씩 입식되기 때문에 반드시 규격에 맞는 소를 엄선해서 가져와야 한다”고 출발 전에 검수단을 불러 거듭 당부했다.


▶ 1982년 7월 25일 우리 도입육우 검수단 일행 4명은 호주 행 비행기에 올랐다. 11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도시는 퀸즐랜드(Queensland)주의 주도(州都)인 브리즈번(Brisbane). 마중 나온 현지공급자의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육우 주산지인 투움바(Toowoomba)라는 작은 시골도시에 도착했다. 검수단원은 축협중앙회 직원들로 구성되었다. 필자는 축산전문가로서, 강호 대리는 수의사로, 김옥준 대리는 행정업무로, 그리고 강기주 과장은 무역업무 전문가로서 참여했다.
하루 동안 쉬면서 검수절차와 각자의 업무 분담에 관해 협의를 한 뒤, 공급자 측에 준비를 차질 없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아침 검수에 임하는 첫째 날, 모두 긴장된 마음으로 목장으로 갔다.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도 보이는 것은 목초지와 양떼, 소떼들. 그저 참 넓다, 크다, 많다는 느낌만 들었다. 목장에 도착하니 목책을 쳐 놓은 집결지에 소를 그룹별로 100마리씩 모아 놓았다. 호주에서는 소를 광활한 초지에서 방목시키기 때문에 카우보이들이 소를 몰아서 목책이 쳐진 우리에 가두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