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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41. 가자, 미국으로 - 통상마찰을 협력으로 풀다 (2)

세 차례의 현지구매, 우호적 반응 이끌며 성공적 완료
‘풀뿌리 로비’로 통상압력 주체인 현지 패커 이해시켜

  • 등록 2018.10.10 10:51:59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지난 호에 이어 LPMO의 미국쇠고기 구매사절단의 현지 활동을 계속 기술한다. 
두 번째 구매입찰은 1989년 5월 4일 네브래스카(Nebraska)주의 수도인 링컨(Lincoln)에서 열렸다.
이 주는 농·축산업이 최대의 산업으로 밀, 콩, 옥수수, 수수, 사탕무의 주산지이며 목초지가 넓고 곡물생산량이 많으므로 소, 돼지, 닭, 칠면조 등 축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 미국의 옥수수 주산지역인 콘벨트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육우(beef cattle) 피드랏(feedlot)이 많아서 도축, 가공 등 식육산업과 피혁가공산업이 잘 발달해 있다. 피드랏이란 목초지에서 방목하던 소를 도축하기 약 100일 전부터 넓게 목책을 쳐놓고 수천, 수만 마리의 소를 군집 사육하는 비육장(肥肉場)을 말한다. 피드랏에서는 곡물과 섬유질사료를 혼합한 완전배합사료(TMR)를 다량으로 급여하여, 근육 내에 지방이 침착된 소위 마블링(marbling)이 잘된 쇠고기를 생산하는데 이 쇠고기를 곡물비육쇠고기(grain-fed beef)라고 한다. 한편 곡물을 급여하지 않고 목초지에서 방목해서 키운 소의 고기는 목초비육쇠고기(grass-fed beef)라고 한다. 오마하(Omaha)시는 도축가공공장이 밀집돼 있어서 식육·육가공품 거래 및 무역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식품가공회사(packer라고 함)인 콘 애그라(Con Agra)사가 있는 곳도 오마하시이고,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엑셀(Excel)사나 내셔널 비프(National Beef)사도 여기에 자리 잡고 있다. 쇠고기 생산의 중심지이므로 2차 현지구매 지역으로 선정한 거였다. 
사절단 일행은 네브래스카 구매행사 전에 주지사와의 면담을 가졌고, 이때 워싱턴 D.C 주재 김정룡 미농무관이 당시 쇠고기 현안 협의를 위해 방미 중이던 농림부 신구범 축산국장과 함께 배석했다. 네브래스카주 마케팅담당관은 행사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매우 협조적으로 도와주어서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실제 만나 보니 더욱 친절했다. 주지사는 사절단 일행에게 명예시민증(Certificate of Citizen)을 수여했다. 그들의 외교적 제스처가 돋보였다. 이날 주정부 회의실에서 열린 구매입찰도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인 가운데 성공적으로 실시되어 네브래스카산 쇠고기 3천톤을 구매했다. TV와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물론이다.


▶ 마지막 입찰은 1989년 5월 6일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da)주의 수도 피에르(Pierre)에서 열렸다. 농작물은 옥수수, 대두, 밀 위주이며 가축으로는 육우와 양이 넓은 목초지에서 방목 사육된다. 방목한 소는 가까운 이웃인 네브래스카주의 피드랏으로 많이 공급되며, 일부는 도축가공업자가 직접 도축·가공하여 판매한다. 이 주에는 ‘큰 바위 얼굴’로 잘 알려진 러쉬모어 마운트(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가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그래서 이 주의 별칭이 ‘The Mount Rushmore State’ 이다. 미 대륙의 대표적인 인디언 4개 종족이 이 지역에 들소(buffalo) 떼와 함께 살았으나 지금은 인디언보호구역에서 별도로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주지사의 적극적인 환영을 받았고 피에르(Piere) 시장의 조찬도 열렸다. 사우스다코타는 농촌지역으로서 육우산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웃하고 있는 몬태나주 출신의 보커스(Max Bocus) 상원의원이 의회의 쇠고기후원의원모임(Beef Caucus)을 이끌고 있어서 입찰지역으로 선택한 곳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입중단조치를 맹렬히 비판하며 미 무역대표부에 이를 시정하도록 가장 강하게 압력을 넣은 의원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우리는 3천 톤을 구매하여 주 정부와 업계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았으며, 언론에서도 인터뷰 기사까지 실어 가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세 곳에서의 미국산 쇠고기 현지구매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사절단 일행은 마무리 회의를 하면서 바쁜 일정이었지만 계획대로 최선을 다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 쇠고기 현지구매행사가 의미가 큰 이유는, 미국의 의회나 정부는 철저하게 국민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하기 때문에 풀뿌리로비(grass-root lobby)가 대단히 중요하고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의 진원지는 바로 각 주산지의 육우생산자들과 도축·가공업자 즉 패커(packer)들이므로 이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바로 통상압력을 완화시키는 지름길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나 의회는 이해를 한다고 해도 생산자나 무역업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현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명심할 것은 이러한 로비활동이 단발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반복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을 통한 이해증진이나 교류를 통한 우호관계의 향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풀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평소에 늘 접촉하고 교류해서 친분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미국쇠고기 현지구매 행사에 대한 미국 정부, 의회, 업계, 농가, 언론의 반응은 대단히 우호적이었고, 사절단이 직접 방미해서 구매를 하는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했다. 특히 언론보도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 수입재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확인한 것은(중요한 포인트임)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쇠고기 수출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며, 당장은 현지구매로 인해 개방 압력이 완화되겠지만 압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