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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6.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기억하자

농업, 환경 보존·홍수 조절·기후 순환 등 순기능 넘어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만드는 다원적 가치 무한

  • 등록 2018.05.23 13:28:11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농업이 국가에 기여하는 일은 식량공급 뿐만이 아니다. 농업은 식량생산을 주기능(主機能)으로 하지만 부수적으로 환경보존, 자연경관보존, 인구의 지역분산, 국토 균형발전, 토양유실 방지, 농촌고용 증진, 대기정화, 수질정화, 수자원 보호, 홍수조절, 전통문화 계승, 전통음식 전래 등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농업의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 또는 공익적 기능(public functionality)이라고 한다.
▶ 농업이 환경보존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만일 농업기반이 무너져서 논밭에 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잡목과 잡초가 우거진 들판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황량한 국토가 되겠는가? 삼천리 금수강산은 저절로 가꾸어진 것이 아니다. 농업인들은 우리의 고향인 농촌을 지키며 우리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국가의 정원사(gardner)’인 셈이다. 그들의 땀과 정성으로 여름에는 푸른 논밭이 싱그럽고, 가을이 오면 황금들판이 있어 풍요로운 것이다.
▶ 세계적인 관광대국 스위스는 농업인이 농촌에 정착해서 농축산업에 종사하면 많은 환경보조금을 주어 농촌소득을 보전해준다. 산지에 초지를 조성해서 젖소나 양을 키우려는 농업인에게는 초지조성비와 축사시설비 지원은 물론이고 목장까지의 진입도로, 전기시설, 상하수도 시설도 지원해준다. 게다가 일정 소득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직접생계비도 보조한다. 이런 것이 바로 스위스의 농축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보존·유지되고 있는 이유다. 이 나라는 헌법에 ‘농업의 사회기여 보장과 농가소득 보전’ 조항을 명시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확보토록 했다. 그럼으로써 농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농축산식품 확보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국토의 보존이라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스위스를 여행할 때 알프스 산자락  푸른 목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이나 젖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관이 바로 관광자원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 우리나라의 경작지 중에서 논의 면적은 89만 ha로 가장 많다. 쌀농사의 환경보존 가치는 연간 7조8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KREI). 논이 빗물을 저수(貯水)하는 양은 약 23억 톤인데, 이는 소양댐 등 우리나라 6대 다목적댐 저수량의 약 1.5배에 이른다. 논이 홍수조절 기능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논은 홍수조절 외에도 수질 정화기능과 토양유실 방지 기능도 하며, 농작물의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함으로써 대기를 정화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또 논에 가두어 놓은 물이 증발하면서 무더운 여름철에는 대기를 시원하게 하는 기후순화기능도 한다.
▶ 우리나라의 2016년 말 경지면적은 164만 ha로서 전체 국토면적의 16.8%밖에 안 된다. 따라서 농경지를 유지·보존하는 것은 먹거리 확보뿐만 아니라 환경보존 등 공익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농업의 환경보존 기능의 경제가치(2006년 기준)를 보면 홍수조절 51조5천364억 원, 수자원 확보 1조8천222억 원, 대기정화 9조9천280억 원, 여름철 기후순환 1조7천870억 원, 수질정화 2천977억 원, 토양유실 방지 2조2천679억 원 등 총 67조6천63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공익적 기능까지 경제 가치로 환산한다면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농업은 고용창출 기능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가호수는 약 100만 호, 농업인구는 약 250만 명, 이들의 삶의 터전이 바로 농업·농촌이다. 근래에는 많은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에 참여해 새로운 삶을 찾아가고 있다. 농촌이 이제 국민의 정주권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 팜스테이 등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지친 심신을 쉬게 할 수 있는 치유기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농촌관광은 서비스사업 까지 포함된 6차 산업의 모델로 발전하고 있고 지역특산 농축산물의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 지자체들은 지역홍보, 경제 활성화, 지역문화 발전·계승, 관광자원 홍보 등을 목적으로 계절에 맞추어 각종 축제행사를 펼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수는 4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지역축제만 다 참관한다고 해도 한 해가 금세 지나갈 것 같다. 지역 특산물축제를 보면 금산 인삼축제, 안성맞춤 포도축제, 영양 고추축제, 횡성 한우축제, 이천 도자기 축제 등으로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열리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해서 성황을 이룬다. 이러한 수많은 축제들이 가능한 것은 농업·농촌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항상 농업인들이 지역의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 농업과 농촌에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깃들어 있다.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는 농요(農謠), 농악놀이, 길쌈놀이, 쥐불놀이, 거북놀이, 고싸움놀이, 줄다리기 등 전통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역마다 특징 있는 음식문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세월이 흘러도 농촌을 떠난 도시민들이 다시 고향을 찾게 되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현대화 되어도 우리 핏속에는 농업·농촌의 숨결과 문화라는 정신적 유전인자가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농업·농촌은 편견과 비판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을 격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우리나라의 2차, 3차 산업이 아무리 발전해도 ‘농자천하지대본’의 근본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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