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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4>

능선 꼭대기서 내려다본 ‘운해’…경이로운 경관에 감탄


(전 농협대학교 총장)


하산 길의 지루함…‘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옛말 실감


▶ 구름바다[雲海]를 뚫고 내려오다. ( 6월 13일, 22일차 ) 

오늘은 날씨가 좋다.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산 능선에 설치된 풍력발전 바람개비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바람이 없다. 어제 출발할 때 저 멀리 아득히 보이던 바람개비 밑에 와서 잔 거였다. 저 아득한 곳까지 언제나 당도하나 했는데 그 밑에 와있다니 시간이 약인가 보다. 

이번 루트를 걸으면서 보니 스페인에는 풍력발전시설이 많이 있었다. 산이 높은 지역이라 바람을 이용하려는 정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간 친구의 설명을 들으니 전기 중에서 풍력발전이 생산원가가 가장 높다고 한다. 나는 바람을 이용하니까 생산비가 낮을 거로 생각했는데 설비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장 비싸게 먹힌단다.

능선 꼭대기에 올라서서 한 500m를 가니 내리막이다. 어제 우리가 머문 라메사(La Mesa)가 900m고지 정도 되는데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이다. 저 멀리 눈 아래에 구름이 바다처럼 펼쳐졌다. 이것이 바로 운해다. 하늘에는 구름, 그 아래로 먼 산들이 엎드려 있고 그 아래 또 구름층이었다. 기막히게 경이로운 자연의 연출이다. 

구름이 걸려있는 산 아래에는 댐이 있고 큰 저수지가 있단다. 유독 저 아래에 구름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알림표지판이 나온다. 2017년 4월에 산에 화재가 나서 기존의 까미노 대신 새로운 루트 7.5km를 대체길로 개발했으니 이용에 착오가 없기 바란다는 안내문이었다. 실제 내려가다 보니 잘 조림해놓은 소나무 숲이 시커멓게 그슬려 까만 나무숲으로 변해있었다. 아까 위에서 구름을 배경으로 검게 보이던 나무들이었다. 사실은 멋진 수묵화라고 생각했는데 나무들에게 미안했다. 그런 아픈 상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저수지 너머로 저 만치 보이는 도시가 그란다스데살리메(Grandas de Salime)일 것으로 짐작됐다. 하산 길은 대단히 지루했다. 꼬불꼬불 경사진 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걷자니 힘들었다. 옆구리가 약간 결리는 듯 느낌이 들어서 자세를 가다듬고 걸었다. 전날 스틱 하나가 고장이 나서 외지팡이를 짚고 가려니 더 힘이 들었다. 출발해서 저수지 둑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세 시간이다. 오르는 시간이 30분 정도였는데  내리막길을 두 시간 반이나 걸었더니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길은 참 지루했다. 살리메(Salime)댐 위 계단이 있는 곳에서 잠시 빵과 과일로 허기를 달랬다. 댐의 해발 높이가 300m이므로 600m터를 아래로 내려온 거였다.

댐은 수력발전도 하고 다리 역할도 하고 있었다. 골짜기가 깊어서 댐의 높이가 언뜻 보기에 80m도 넘을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저 멀리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너무 아득히 멀어 길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 저 멀리 큰 산을 넘고 또 내려왔음이라. 올라오는 길이 그리도 멀더니 내려오는 길 또한 한없이 멀었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옛말이 거짓이 아니로구나. 아침부터 16km를 걸어서 온 곳이 그란다스데살리메(Grandas de Salime). 당초에는 여기서 잘 계획이었으나 너무 일찍 도착해서 좀 더 가서 숙박하기로 일정을 바꾸었다.

내일은 출발 후 20km 안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그제도 1천200고지를 넘는 동안 아무것도 없는 산중이라 배낭 속에 든 것이 전부였는데,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겠어서 슈퍼에서 내일 점심 먹을 것까지 사서 다시 출발했다. 5km를 더 걸어서 카스트로(Castro)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알베르게에는 베드가 딱 하나 뿐이라서 인근에 있는 호스텔에 투숙했다. 2인 1실에 샤워실과 화장실도 달려 있고, 수건도 주고, 샴프와 바디워싱젤도 주고, 히타도 있다. 와 ! 호텔이네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값은 1인당 20유로에 아침 포함이니 알베르게보다는 당연히 비싸지만 모처럼 편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나절 옆의 알베르게에 있는 바르(Bar)에서 맥주와 안주로 홍합조림을 사서 밖에 탁자에 앉아서 먹었다. 어느 초등학교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캠핑을 온 듯, 노느라고 어수선하다. 해맑은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