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최근 새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지방 발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지역 일자리’다.
그러나 농촌과 축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논의는 여전히 구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농업의 중요성은 강조되지만 농촌에서 실제로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청년 유입 정책도 실질적인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지역 일자리 문제는 농촌의 존립과 축산업의 미래를 가르는 구조적 과제라는 점에서 무엇이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이 들어오려면 미래가 보여야 한다
청년이 농촌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흔히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제시된다. 그러나 정작 농촌 현장에서는 일할 청년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일자리는 없다는데 사람은 구하기 힘들다는 이 모순의 핵심은 결국 ‘어떤 일자리인가’에 있다. 청년이 기대하는 일자리의 조건과 농촌이 실제로 제공하는 일자리의 성격이 과연 같은지, 이 질문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오랫동안 농업은 가족경영 중심이었고, 축산업 역시 자동화와 규모화가 진행되면서 외부 인력을 흡수하는 구조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농촌의 일자리는 불안정하거나 단기 노동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청년 입장에서는 소득 전망도, 경력 축적의 가능성도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청년이 농촌으로 오기 위해서는 낭만이 아니라 미래가 보여야 한다. 그들이 농촌을 외면하는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그 노력이 장기적으로 어떤 보상과 성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을 부르기 전에, 지금의 축산 일자리가 과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리인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축산업은 숙련과 경력이 쌓일수록 보상이 높아지고, 다른 산업으로도 확장 가능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단위에서 교육·훈련·취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마련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농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축산업은 단순한 생계형 일자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경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늘어나고, 줄어드는 일자리
자동화와 AI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는 이제 익숙한 이야기다.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보다 같은 규모의 축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줄었고, 사료 급이와 착유, 환경 관리 등 많은 작업이 자동화되었다. 겉으로 보면 기술이 농촌 일자리를 잠식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이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기도 하다. 단순 노동은 줄었지만,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스템을 운영하며 설비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네덜란드의 스마트 낙농 시스템이나 이스라엘의 정밀축산 사례처럼, 센서와 AI로 개체별 건강과 생산성을 관리하는 모델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필요한 것은 노동력의 양이 아니라 기술 전문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축산 ICT 장비와 자동화 착유 시스템, 환경 제어 설비, 가축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설비는 설치로 끝나지 않는다. 유지·보수와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관리까지 지속적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드론 방역, 축산 데이터 분석, 스마트팜 컨설팅, 환경 모니터링 전문가 같은 직업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농촌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는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변화를 기회로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다면, 농촌은 청년에게 낡은 선택지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무대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농촌과 축산업을 살리는 출발점
청년들이 그리는 미래에는 단순한 직업만이 아니라 교육·의료·교통과 같은 기본 인프라의 균형도 함께 포함돼 있다. 농촌을 망설이는 이유는 일자리 부족만이 아니다. 아이를 맡길 학교가 있는지, 아플 때 가까운 의료기관이 있는지, 도시와 원활히 연결되는 교통망이 갖춰져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삶의 기본 조건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산업 정책도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울처럼 모든 기능을 집중하자는 뜻은 아니다.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삶의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요구에 가깝다. 다만 인프라는 산업과 분리될 수 없다. 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있어야 재원이 확보되며, 그 기반 위에서 교육·의료·교통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가능하다. 산업과 삶의 조건은 하나의 구조 안에서 맞물려 돌아간다.
결국 일자리 문제는 직업의 성격과 그 직업이 제시하는 미래, 청년 유입, 그리고 인프라 구축이 함께 얽혀 있는 복합적인 과제다. 중앙정부 지원에만 기대기보다 지방정부와 축산업계, 지역 주민이 함께 어떤 산업을 키우고 어떤 일을 지역에 남길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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