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정부의 돼지고기 수급안정 대책을 계기로 돼지 출하체중 상향 조정 방안이 공론화 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26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통해 수급 및 가격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국산 돼지고기의 대체재인 쇠고기 수입국 다변화와 함께 현재 115kg 수준인 돼지 출하체중을 120kg까지 상향 조정,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기연구용역을 거쳐 삼겹살 지방비율 조정 등과 연계한 돼지 등급판정 개선방안을 오는 7월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요성 꾸준히 제기돼
그러나 출하체중을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농식품부의 이번 방침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장의 공감과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양돈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시장 반응에 따라서는 등급판정 기준과 돼지가격의 ‘분리’ 현상이 고착화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에 당장 현실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식품부가 ‘검토’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일단 선언적 의미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민간 차원에서도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에,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돼지 출하체중 상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일본도 생산성·품질향상 도모
실제로 각계 전문가 대부분이 “국내 양돈산업은 물론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돼지 출하체중은 늘릴수 있으면 좋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출하체중 상향시 마리당 생산량 확대, 수율 향상에 따른 도축가공 비용 절감 등 경제성 뿐 아니라 보수력 및 육색, 고기 성숙도 등 육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정P&C연구소 정영철 박사는 “돼지 출하체중 상향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육량이 강조되는 미국과 유럽 뿐 만 아니라 육질을 중시하는 일본까지도 출하체중 상향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소와 돼지의 등급판정을 관장하고 있는 일본식육등급협회는 지난 2022년 4월22일 돼지 도체등급 기준 개정을 통해 도체중량의 상 · 하한선을 각각 3kg씩 상향하는 한편 115kg인 출하체중을 오는 2030년까지 120kg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산육능력이 증가한 현실을 반영하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통한 수입 돼지고기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키울 수 있는 여건 필요
문제는 국내 양돈농가와 시장의 반응이다.
당장 국내 평균을 상회하는 출하체중을 통해 매출과 실수익면에서 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는 양돈농가들과 달리 “밀사만 가져올 뿐 양돈농가 입장에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양돈농가 설득이 출하체중 상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지목되고 있는 이유다.
양돈장 사정에 따라서는 사육여건이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양돈컨설턴트는 “출하체중을 늘기기 위해선 비육공간 확보가 필수”라며 “모돈을 줄이더라도 분만사와 자돈사의 여유 공간을 조정해 비육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양돈농가 입장에선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출하체중 상향을 위한 시설개선이 또 다른 전제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돈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1등급의 상한 체중이 127kg, 1+등급은 121kg이다. 사료가격이나 생산비를 감안할 때 120kg 정도까지 체중을 늘려 키우는 게 매출과 수익 모든면에서 가장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1등급 하한선 체중에 간신히 맞추는 농가들이 상당수인 현실은 (출하체중을) 늘리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시설현대화 없이는 여름철 출하체중 유지가 힘든 현실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표출되고 있다.
‘떡지방돈' 증가 대비를
출하체중 상향 과정에서 과지방 삼겹살 논란이 심화될 가능성도 과제다.
프리미엄 돈육 브랜드 관계자는 “출하체중 상향이 전반적인 돼지고기 품질 향상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거세돈을 중심으로 떡지방 돼지 출현비율이 일부 높아질 수 밖에 없음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삼겹살 지방함량을 등급판정 기준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이 오히려 출하체중 상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 반응도 관심이다.
도매시장의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등지방 두께나 선호 체중이 다르다. 등급판정 기준과 돼지 도매시장 가격이 ‘정비례 관계’ 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며 “등급기준 개선시 똑같은 등급이라도 이전 보다는 경락단가가 낮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돈협 “최소한 손해는 없게”
이에 따라 대한한돈협회는 출하체중 상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2등급의 범위를 축소하는 등 등급기준의 현실적 개선을 통해 양돈농가가 최소한 손해는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막연한 기대감이나 거창한 목적 보다는 농가 경영과 돼지고기 품질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계량화 된 지표와 함께 제시, 양돈현장과 시장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게 출하체중 상향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현실적인 시각에서 돼지 등급기준은 물론 시설, 사료, 종돈에 이르는 사양관리 개선 등을 병행, 돼지 출하체중 상향의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일호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