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구 교수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전통적 개량 한계 넘어, 정밀 축산 시대 열자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 과학기술의 발달과 발맞추어 지난 수 십 년간에 걸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반적인 의료, 위생, 환경의 개선뿐만이 아니라, 전통적 방식에서 국가적 주도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개량’을 거듭해온 결과이다. 좋은 개체를 선별하고, 우수한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육종해 나가는 것, 이것은 축산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도전적인 과제이면서도, 끝없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한우 수소 18개월령의 도체중은 300kg 미만 수준이었지만, 2020년 이후에는 평균 430kg를 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축산 기술은 과거 배고픔을 해결하던 단계를 넘어, 이제 세계 어디서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고기와 우유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실 여기까지는 덩치가 크거나 성장이 빠른 개체를 선별해 인공수정을 시키는, 외형에 따른 직관적 (표현형) 방식의 육종이 중요한 단계였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다음 장애물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기후 위기 및 국제 정세에 따른 사료 가격의 불안전성, 탄소 중립 요구, 그리고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질병의 위협은 기존의 관습적인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준비해나가야 할 다음 세대의 육종은 무엇일까?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2016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젖소의 APAF1 유전자 돌연변이는 임신 60~200일 유산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약 4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해당 변이를 가진 개체를 번식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유산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했다. 생산성뿐만이 아니라, 질병저항성을 가진 품종으로 개량해 나가는 ‘정밀 육종’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정밀 육종의 토대는 체계적인 인공 수정과 수정란 이식,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혈통 기록에 있다. 부모의 혈통이 정확히 기록되고 추적 가능한 상황에서 유전자 분석이 더해질 때 그 정밀함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2000년대 이후, DNA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개체의 겉모습(표현형)이 아닌 ‘설계도(유전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SNP(단일염기다형성) 분석을 통한 유전체 선별은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해당 개체가 미래에 어떤 능력을 발휘할 지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전장유전체(whole genome) 해독을 넘어 인공지능(AI)까지 유전체 분석 및 편집에 도입되고 있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축산 선진국들은 이런 정밀육종을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핵심 축으로 삼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데이터·AI 기반 정밀육종 체계가 해법
그렇다면 정밀육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이루고자 하는 개량 목표의 정확한 실현과 빠른 개량속도다. 혈통체계가 확립된 시스템에서 개체에 대한 추적을 하고, 유전체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정확한 유전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마블링, 증체량, 비선호 유전자 제거 등 목표하는 중요 형질을 대상으로 우수 품종을 육성하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육종을 거치지 않아도 빠르게 개량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질병에 대해 저항성이 있는 개체의 선별 및 개량이다. 이 부분은 전통적 육종방식에서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였지만, 유전자 분석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하는 정밀육종의 기술로 정복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언급한 APAF1 돌연변이 사례처럼,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선별해서 제외시키거나, 또는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수정할 수 있다. 질병의 확산과 피해, 도태에 들어가는 비용과 항생제 사용을 감축시킬 수 있으니 그 경제적 이점이 매우 크며 및 소비자의 건강에게 기여할 것이다.
주요국은 이미 상용화…유전자 기술 경쟁 가속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와규의 Isoleucyl-tRNAsynthetase(IARS1) 증후군을 교정한 소를 생산하였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저항성을 가진 품종과 더위에 저항성이 있는 소에게 식품 승인을 내주었다. 이들은 벌써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복제양 돌리로 유전자 기술의 선두 지위를 굳힌 영국에서도 최근 돼지열병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제가 이끄는 연구팀도 국내 육종 기업과 협력해 PRRS 저항성 돼지를 개발했다. 또한 연구팀은 ‘소 수정란 이력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여, 수정란의 혈통을 QR코드로 손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장 적용을 시작했다. 이는 다가오는 정밀 육종의 시대를 위한 준비로, 특히 한우와 젖소의 경우, 혈통을 쉽고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도록 혈통등록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철저한 이력관리를 위한 것이다.
우리의 교역 대상이면서 경쟁 상대이기도 한 여러 나라에서, 굳건히 구축해온 데이터와 유전자로 무장해 품종의 다양성과 권리를 확보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축산업도 데이터 기반의 정밀육종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다가올 정밀 육종 시대에 발맞추어 제도를 재정비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 시작한 정밀 육종은 내일의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건네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