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유례없는 ‘속도의 과잉’ 속에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더욱 촘촘히 연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깊은 고립감과 정서적 탈진(Burnout)을 호소한다. 바쁜 일상과 차가운 도시환경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조건없이 곁을 내어주는 생명의 온기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농업의 생태적 자원을 활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치유농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며 치유를 만들어가는 ‘동물교감치유(Animal Assisted Therapy in Agriculture)’가 있다. 동물교감치유는 단순히 동물을 보고 즐기는 활동이 아니다. 농업이라는 자연 공간 안에서 인간과 동물이 교감하며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사회적 회복을 돕는 치유 활동이다. 우리가 흙을 밟고 푸른 식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느끼듯, 살아 있는 생명체와 눈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는 경험은 지친 마음을 천천히 풀어준다. 사람들은 동물 앞에서 조금 더 솔직해진다. 동물은 외모나 나이, 사회적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서툰 손길에도 따뜻한 체온과 눈빛으로 반응할 뿐이다
[축산신문 ] 신뢰는 과학으로 증명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개식용 종식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특정 산업의 퇴장은 단순히 하나의 소비문화가 사라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은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고, 생산과 유통 구조 역시 변화한다. 최근 흑염소가 새로운 보양식으로 주목받고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이다. 예로부터 흑염소는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는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입 물량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유통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의 성장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관련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시장이 성장할수록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도 늘어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다. 소비자는 왜 국내산을 선택하는가? 단순히 국산이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생산과정에 대한 믿음, 품질에 대한 기대, 그리고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산지 표시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그 약속을 훼손하려는 유혹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축산식품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축산물의 조건으로 사료의 질이나 사육 환경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 품질의 마침표를 찍는 주인공은 바로 미생물이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군집)’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미생물은 단순한 위생 관리 수준을 넘어 식품의 품질과 안전, 나아가 미래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축의 장내와 피부, 그리고 우리가 섭취하는 축산식품에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공존하며 가축의 사료 소화를 돕고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만약 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면 가축의 성장이 더뎌질 뿐만 아니라 육질의 풍미가 저하되고 우유와 달걀의 위생 안전성까지 위협받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어떤 미생물이 가축 성장을 돕고 고기 풍미를 형성하는지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미생물은 이제 단순한 관리 대상을 넘어 항생제 사용 저감과 동물복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축산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미생물 연구는 특정 균을 하나씩 배양해 관찰하는 방
[축산신문] 윤 봉 중 본지 회장 산지축산·가축분뇨 자원화로 지속가능 해법 모색 각자도생 골몰하는 축산단체 공동 대응체계 절실 지방소멸 대응 차원 축산소득세, 지방세화 검토를 지방자치단체들의 가축사육 제한구역 설정으로 인해 축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조례를 앞세운 전국 지자체들의 경쟁적인 조치는 이대로 둘 경우 이 땅에서 축산이 영원히 퇴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자체들의 이러한 조치는 환경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인기 영합이며 행정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현재 지방의 실상은 소멸(消滅)이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는 지방의 고민인 동시에 국가적인 고민이다. 지방소멸이란 과제는 인구의 문제이며 경제의 문제다. 지방, 그중에서도 최일선이라 할 수 있는 농촌 경제의 버팀목은 축산이다. 농촌의 10대 소득작목 중 무려 6개가 축산물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사육제한 조례를 양산하고 있다. 농촌경제는 뒷전인 채 환경을 내세운 인기 영합에 골몰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지자체들이 시행 중인 제한조례에 대해 축산정책당국은 제대로 된 실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고유권한인 조례
장구 교수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전통적 개량 한계 넘어, 정밀 축산 시대 열자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 과학기술의 발달과 발맞추어 지난 수 십 년간에 걸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반적인 의료, 위생, 환경의 개선뿐만이 아니라, 전통적 방식에서 국가적 주도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개량’을 거듭해온 결과이다. 좋은 개체를 선별하고, 우수한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육종해 나가는 것, 이것은 축산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도전적인 과제이면서도, 끝없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한우 수소 18개월령의 도체중은 300kg 미만 수준이었지만, 2020년 이후에는 평균 430kg를 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축산 기술은 과거 배고픔을 해결하던 단계를 넘어, 이제 세계 어디서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고기와 우유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실 여기까지는 덩치가 크거나 성장이 빠른 개체를 선별해 인공수정을 시키는, 외형에 따른 직관적 (표현형) 방식의 육종이 중요한 단계였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다음 장애물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기후 위기 및 국제
이 명 헌 수의학박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세가 무섭다. 지난 1월 16일 강원도 강릉 소재 2만두 규모의 대형 양돈장 확진을 시작으로 안성, 포천, 영광, 고창, 보령, 창녕, 화성, 나주, 당진, 정읍, 김천을 거쳐 전국 최대 양돈밀집단지인 홍성에 이르기까지 올해에만 벌써 두자리수 발생을 기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유행으로 전남, 전북, 경남 등 3개 광역자치단체의 사육돼지 비발생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전국적인 확산은 현실이 되었다. 더구나 포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멧돼지 발생조차 전무한 상황으로 공식처럼 통용되던 멧돼지발 바이러스에 의한 발생시나리오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방역당국의 정밀역학조사가 진행중이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기존 유행주와는 차이가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을 이번 발생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결과는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데 포천이외 나머지 발생사례에서 모두 과거 유행형(IGR 2형)과는 상이한 IGR 1형이 확인되었고 이는 네팔 유행주와 유전적 근연관계가 가장 밀접한 것
김 현 진 박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원 에이아이에코젠랩 한우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비 절감, 출하 월령 단축, 등급 출현율 안정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고 많은 연구와 재정, 시간과 인력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 성과들은 과거 2000년 이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왔고 최근의 한우 거세우 기준 평균 출하 도체중은 500kg을, 등심단면적 100㎠를 상회하는 성과를 이루고 있고 더욱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2025년 28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의 경우 30개월령 거세우 출품 우 265두 중 16.6%인 44두가 도체중 600kg(출하체중 1천kg)을 상회하는 성적을 나타냈다. 물론 선발된 일부 개체에 관한 결과가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으나 지속적인 유전적 개량과 사양관리 수준의 향상 결과로 본다면 향후 10년 또는 그 이후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개량목표와 사양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사양 측면에서 정밀사양(Precision Livestock Farming, PLF)이 최근 강조되고 있고 이의 필요성과 적용 방안에 대한 제안과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밀사양은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를 이용,
권 형 욱 교수 국립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최근 몇 년간 축산 현장에서 가장 먼저 이상 신호를 보낸 것은 소도, 돼지도, 닭도 아니었다. 곤충 가운데 비교적 친숙하고, 사람에게 꿀과 화분을 제공하며, 무엇보다 자연계에서 화분 수정을 담당하는 꿀벌이었다. 2000년대 말부터 시작된 꿀벌의 집단 폐사와 기후 변화에 따른 밀원식물 개화기 변화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겨울철 봉군 폐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정 질병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붕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꿀벌응애를 방제하고 살비제를 투입해도 봉군이 회복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꿀벌이 감당해야 하는 환경 조건과 생태 질서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꿀벌 문제를 논의할 때, 우리는 기술 이전에 상식부터 점검해야 한다.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인식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꿀벌은 농업 생태계에서 가장 민감한 생물이며, 한 봉군에서 외역봉(일벌)은 하루에도 수 km를 비행하며 꽃, 물, 토양, 공기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동시에 접촉한다. 특정 농가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축산신문] 국가 주도 방역서 농가 책임시대로 패러다임 전환 백신·매개곤충 방제·영양관리가 자율방역의 핵심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 현장 실천에 성패 달려 2023년 10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은 축산업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전국적으로 100여 건이 넘게 발생하며 수천 마리가 살처분되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현장에서 농가들과 함께 고민하며 느꼈던 무력감과 안타까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2024년 발생 건수가 크게 줄었고, 2025년에는 전국적인 백신접종의 성과로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2026년부터 럼피스킨을 제1종 가축전염병에서 제2종으로 낮추고, 백신 접종을 의무에서 자율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방역의 패러다임이 국가 주도에서 농가 주도로 완전히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2025년까지는 국가가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고 소규모 농가에는 수의사 접종까지 지원했지만, 2026년부터는 농가가 접종 여부를 결정하고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한다. 물론 질병 발생 위험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의무 접종이 유지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농가는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자율접
김 충 현 교수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 변화하는 한국인의 식탁, 위기에 처한 축산업 2022년은 한국 농업사에 하나의 챕터를 만들어 주었다. 오천년 쌀이 주식이였던 민족이, 육류가 주식인 민족으로 바뀌었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22년 59.8㎏을 기록하면서 그해 1인당 쌀 소비량(56.7㎏)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해마다 쌀·육류 소비량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자급률이다. 2024~2025년 기준 국내 육류 자급률을 보면 쇠고기 약 40%, 돼지고기 70%대 초중반, 닭고기 8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 한때 80%에 달했던 자급률이 60%대로 급락한 적도 있었다. 고생산비와 저돈가의 악순환 속에서 양돈농가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이는 곧 국내 생산기반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25년간 현장에서 목격한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1990년대 후반 자유무역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저렴한 수입 돼지고기가 물밀듯 밀려들었고,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점차 사라졌다. 그 결과 한국 양돈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한국의 축산업 보호 전략, 그 진화사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자국 축산업을 지켜왔을까? 그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 가지
한 갑 원 경제학 박사 요즘 장을 보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걀 진열대 앞에서 가격표를 한 번 더 보게 되고, 삼겹살을 고를 때도 잠시 주머니를 확인하게 된다. 빵집에서는 “원가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이 들리고, 햄이나 소시지 가격도 슬슬 오르는 게 느껴진다. 통계보다 먼저, 우리의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다. 작년 겨울 산란계의 6% 가까이가 살처분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달걀 한 판 가격이 7천 원대를 훌쩍 넘겼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반복되는 가축질병이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해마다 겨울이면 되풀이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특정 지역이나 시기를 가리지 않는 상존 위험이 됐다.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산란계와 돼지는 대규모로 살처분되고, 축산 현장과 시장은 동시에 흔들린다. 살처분 이후 닭을 입식하더라도 산란이 안정되기까지는 다시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고, 돼지는 재입식 후 출하까지 반년 가까이 걸린다. 이 시간차가 가격을 먼저 움직이게 만든다. 가축질병은 더 이상 일시적인 변수가 아니라, 축산업과 식품 시장을 압박하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 달걀은 이런 구조를 가장
김 민 수 대표 애그스카우터· 농업경제학 박사 인간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던 소가 어느덧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인 소가 환경 부문에서만은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는데 이것은 소가 내뿜는 메탄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와 함께 메탄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기체이다. 메탄은 대기 중 농도가 이산화탄소보다 낮고 체류 기간도 짧으나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정도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하다. 메탄 발생의 대부분은 가축 사육과 화석연료의 사용 등 인위적인 행위에서 기인하며 특히 축산으로 인한 메탄 발생률이 매우 높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그중에서 소가 내뿜는 메탄의 비중이 70%라고 밝히고 있다. 반추동물은 사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메탄을 발생시키는데 소의 경우 90%는 트림으로 나머지 10%는 방귀로 배출된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내뱉는 메탄의 양은 자동차 1대의 일일 배출량과 맞먹을 정도이다. 전 세계 소 사육 마릿수는 15억 마리 내외로 한 해 발생하는 메탄의 양은 대략 2억 톤으로 추정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