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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목장형 유가공품 ‘하인리히의 법칙’ 적용될 수도

  • 등록 2019.09.25 10:04:47


윤 요 한 교수(숙명여자대학교)


국내 목장형 유가공업은 1990년대에 시작됐지만, 최근 돼서야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낙농가 골칫거리인 잉여 원유를 소비하고 6차 산업 활성화 기조와 맞물려 성장해 가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목장형 유가공업은 현재 100여개 소에 이른다. 정체돼 있는 낙농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목장형 유가공품과 관련된 식품안전사고들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이 잘 다져지지 못한 채 산업이 발전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목장형 유가공품에서 대장균과 식중독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을 초과했다.
그리고 이 사고 발생 7개월 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에 유통 중인 목장형 유가공치즈에서 대장균군과 대장균이 기준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이 산업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1개월에 1회씩 하던 자가품질검사 ‘축산물가공업 영업자 등의 검사규정(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8-1호)’를 2개월마다 하는 것으로 완화한 것이 원인이 되었을까?
생산자들은 법에서 정하는 대로 위생교육(식품위생법 제41조,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30조)을 받고 있는데 왜 목장형 유가공품에 대한 식품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대다수 목장형 유가공품 생산자들은 목장 경영을 통해 시유만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 종사하다가 식품을 생산하는 2차 산업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생산자들 대부분은 목장형 유가공업 준비단계에서 유가공품 생산 기술의 습득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안전관리에 대한 지식과 능력은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생산 단계별 미생물 오염 수준과 더불어 출고 직전의 제품에 대해 매일 미생물 분석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다.
법령(축산물가공업 영업자 등의 검사규정)이 정하고 있는 세균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만 외부인증기관에 위탁해 자가품질검사를 2개월에 1회씩 받는 정도가 전부인 경우들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품의 미생물 오염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 채 판매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제품에 미생물 오염이 되는 것을 안다 해도 오염의 경로나 오염원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하니까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목장형 유가공품과 관련된 식품안전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사업자들이 사업장을 개방하고 백종원 선생께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받고 실행하면 장사가 잘 된다.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식당을 개업하지만 다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음식을 만들 줄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제대로 된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목장형 유가공품 생산자들이 위생교육을 받아도 식품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생산현장에 가보면 본인들이 위생관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가 진단에 의존해 생산현장을 공개하고 자문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질병을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해 보려는 것과 같을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의 주방 내부를 밖에서 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위생과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이 점차 향상되면서 지금은 많은 곳이 주방을 개방하고 있다. 그 만큼 자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이러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제 막 성장하는 산업의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고 교재만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식품안전 전문가들의 오랜 노하우가 투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현장을 돌며 다양한 경우들을 경험하고 그를 뒷받침할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의 때묻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목장형 유가공업처럼 소규모이고 정형화 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형 전문가의 도움 없이 안전관리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불안전한 상태를 바탕으로 물적 손실이 없는 300번의 사고가 발생한 다음 29번의 인적, 물적 손실이 수반되는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결국 1번의 큰 사고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국내에서 액상란과 관련하여 여러번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액상란을 이용한 케익으로 인하여 2천200여명의 대규모 살모넬라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지금 목장형 유가공업은 하인리히 법칙에 비추었을 때 어디에 와있는 것일까? 하루라도 빨리 작업장 문을 열고 식품안전전문가들에게 현장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큰 사고를 예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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