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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무항생제 우유’는 그린워싱이다

  • 등록 2018.10.04 10:30:16


윤 여 임 대표(조란목장)


지인 몇 사람과 식품안전 이야기를 나누다 ‘무항생제 우유’ 얘기가 나왔다. 당연히 무항생제 우유라면 항생제 근처엔 가본 적 없는 젖소에서 생산 된 우유일 것이라고 했다. 그럼 그런 소는 아프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며 아픈 소에게 항생제 투여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동물복지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설왕설래를 했다. 그들에게 ‘무항생제 우유’는 젖소가 아플 때 투여한 항생제의 휴약기간이 일반 소보다 두 배가 긴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우유가 날마다 항생제 검사를 하니 어차피 항생제로 부터 안전하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응이 튀어 나왔다. “그럼 그거 사기네요.”
우유는 다 무항생제이므로 엄밀히 말해 사기는 아니다. ‘무항생제 우유’ 표시가 없는 우유는 항생제가 들어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다. ‘무항생제 우유’가 소비자들이 믿는 바대로 젖소의 항생제 원천봉쇄가 아닌 휴약기간 연장에 불과한데다, 모든 우유가 매일 항생제 검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배타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이란 g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친환경적 특성을 과장하거나 교묘하게 친환경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들을 내세우는 상술의 일환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배타적 우월성을 강조해 이득을 취하는 기법이다.
2001년 주부회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받았던 질문은 두 가지였다. 우유에 항생제가 들어있는지 여부와 목장에서 짠 우유에 물을 타서 판매를 한다는 데 사실인가였다. 2017년 다시 주부대상 우유소비 촉진포럼에 좌장을 맡았을 때 여전히 항생제함유 여부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득함을 느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정말 성장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가였다. 의무자조금이 생기기 이전부터 임의자조금을 거출해 우유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자들의 오해를 풀려고 노력해 온 저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소비자들의 질문은 왜 아직도 동일한가.
20여 년 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후배는 나의 직업을 안타까워했다. 우유를 안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은데 혹시 먹게 되면 항생제가 걱정되니 조금만 먹으라고 회원들에게 말을 한다고 했다. 우유는 매일 항생제 검사를 한다고 아무리 힘주어 설명해도 후배의 의심 앞에서 느꼈던 절망감이 새삼스럽다. 즉 그의 의심은 일정수준을 설정한 검사에서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항생제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천연 항생물질도 얼마든지 있는데 그렇게 따지는 것은 너무 비과학적이라는 말을 할 뿐 억지에 가까운 그의 확신 (해외 자료를 통해 형성 되었다는)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무항생제 우유’라는 어불성설 우유의 등장으로 그 후배는 자기의 의심이 옳았음을 백번 믿었을 터였다. 
이런 배타적 용어의 용례는 또 있다. ‘풀 먹은 우유’(어떤 소는 풀은 안 먹고 사료만 먹나, 건초나 생초의 구분이 있을 뿐), ‘이 두부는 GMO콩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당연하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GMO 식용 대두는 전량 식용유로 가공된다.) ‘ L- 글루타민산나트륨 무첨가’(첨가하지 않아도 천연 물질에 얼마든지 존재한다.)라는 광고 문구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이 물질들이 해롭다는 것을 전제로 표시가 없는 두부는 GMO 콩을 사용하거나  L- 글루타민산 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역시 그린워싱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그 어느 두부도 GMO콩을 사용하지 않고 소는 다 풀을 먹어야 하므로 허위는 아니지만 교묘하고 얄팍하다.
식품 오염의 주범처럼 뭇매를 맞아온 MSG(향미증진제)의 원료인 L- 글루타민산나트륨은 우리 몸속에서 스스로 합성되기도 하는 아미노산으로 자연계에는 흔한 물질이다. 즉 밀가루, 쌀, 모유, 유제품, 미역, 콩, 고기 등에는 많은 양이 들어 있으므로  식품을 통해 일상적으로  천연 글루타민산을 섭취하고 있다. 이미 FDA에서는 1977년  MSG를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즉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물질’ 이라고 선언하고 식품첨가물로 인정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성 논란이 끓이질 않았다. 근래 들어 평생 먹어도 안전한, 하루 섭취량 제한을 두지 않는 식품첨가물로 인정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이 있은 후 MSG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많이 가라앉는 추세다.
다시 우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인류건강에 기여한 항생제지만 이젠  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유의 항생제 논란은 사실 심각한 문제다. 어쩌자고 ‘무항생제 우유’란 말도 안 되는 인증제도를 만들었을까. 소비자들의 요구라고 말하지 말자. 무항생제 인증제도를 만들지 말고 우유만큼은 항생제로부터 안전하다는 대국민 홍보를 더욱 확실히 했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2015년 국감에서도 우유에서 항생제의 안전성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무항생제를 앞세워 가격을 올려 받으며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 제품들은 팔리고 있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던 동료 낙농가는 하다 보니 도대체 말이 되질 않아 더 이상 그 인증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무항생제 우유’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번 만들어진 용어는 그렇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무항생제’라는 용어가 없을 때에도 그렇게 끈질기던 항생제 의심이 사라질리 만무하다. 포털에 무항생제 우유나 요구르를 검색하면 파워링크나 블로그, 카페에 이들 제품이 주르르 링크된다. 소비자의 우유항생제 포비아를 빌미로 만들어진 이 용어는 누구의 잘잘못을 넘어서 이젠 정말 폐기되어야 할 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서 MSG를 무해하다고 선언한 것처럼, 그래서 그 논란이 점차 줄어 든 것처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제라도 나서서 우리나라 원유 검사 시스템하의 모든 시판 우유는 항생제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낙농단체들 또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항생제우유’ 인증 실태조사도 하고, 그 이름을 달고 팔리는 제품들에 대한 파악도 해봐야 한다. 호미로 막아도 될 것을 가래로 막느라 힘이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