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금)

  • 맑음동두천 0.3℃
  • 맑음강릉 3.2℃
  • 맑음서울 -0.2℃
  • 맑음대전 1.8℃
  • 맑음대구 3.0℃
  • 맑음울산 4.2℃
  • 맑음광주 3.6℃
  • 맑음부산 5.7℃
  • 맑음고창 3.6℃
  • 흐림제주 6.2℃
  • 맑음강화 -1.2℃
  • 맑음보은 0.8℃
  • 맑음금산 0.9℃
  • 구름조금강진군 5.0℃
  • 맑음경주시 3.9℃
  • 맑음거제 5.1℃
기상청 제공

기고

<논단>진정한 가축 개량의 길

  • 등록 2018.07.25 11:13:09

[축산신문]


김 성 훈 대표(피그진코리아)


가축을 개량한다는 것은 사람이 미리 정해 놓은 방향으로 특정 형질이 우수한 개체를 선발해 교배한다는 의미이다. 다윈의 진화론이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서 주장하는 자연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사람들이 미리 정해 놓은 방향으로 개량(?)하는 것이 가축개량의 정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축으로 되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을 따라야하고 사람이 원하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사람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므로 가축의 개량방향은 그에 따라 변화하게 되어 있다. 가축화되면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므로 자연스럽게 야생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저하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일한 종임에도 가축과 야생종 사이에는 큰 차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최초의 가축은 개로서 가축화 과정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으나 이미 12,000년 전에 사람이 정착하면서 일부 늑대가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먹으려 접근한 것이 시작이라고 알려져 왔다. 사람으로부터 음식을 확보하는 대가로 외부인의 침입을 알려준다든지, 사냥을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했는데, 아직도 아프리카, 아시아, 남유럽 일부지역에 남아있는 떠돌이 개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 이후로 양, 돼지, 염소, 소, 고양이, 닭(기원전 4,000년) 등의 순서로 가축화 되었다. 이들 가축은 사람에게 사로잡혀서 묶이거나 감시당하는 등 개에 비해 강제적인 가축화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도 일본메추라기, 햄스터, 여우, 연어 등을 애완용으로 사육하는 등 야생동물의 가축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가축화 된 초기에는 공격적이거나 사람을 따르지 않는 것을 도태하는 것 외에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자연의 선택으로 개량(?)되었다.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개량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18세기로, 정확한 기록을 바탕으로 성적이 가장 우수한 개체 간에 교배를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당시 개량은 유전적인 배경지식 없이 다만 경험과 기록에 의해 양모생산이 많고 전지에 마블링이 좋은 새로운 양의 품종을 개발한다든지 사료이용성이 높은 소품종을 개량하는 등의 과정이 시작되었다.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혈연관계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1791년에 영국에서 경주에서 우승한 일부 말의 혈통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소(Shorthorn)를 거쳐 1876년에는 돼지(American Berkshire), 개에서도 혈통을 기록해 이때부터 품종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설립된 켄넬클럽(KennelClub)은 세계적인 개 혈통등록기관으로 우리나라의 진돗개도 2005년에 등록되어 세계에서 210여개의 개 품종이 등록되어 있다.
다윈이 ‘종의 기원’(1859)을 통해 자연의 선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멘델(1865)이 완두콩으로 유전물질이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유전된다는 이론을 제기한 후에도 1900년 이전까지는 유전에 대한 명확한 지식을 가축개량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후 20세기 전반 50년 동안 통계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R.A. Fisher(양적유전), J.L. Lush(가축육종), L.N. Hazel(선발지수), C.R. Henderson(BLUP) 등을 통해 가축개량의 틀은 갖추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1953년 Watson과 Crick이 DNA를 통한 유전기전을 밝히기 전까지는 통계와 가설에 의존해서 개량을 해 왔지만 DNA의 나선구조가 밝혀진 이후에는 유전체의 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초기 DNA 관련 연구는 매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어 비용이 엄청났으나 최근에는 6만개의 유전자 마커를 단시간에 생산성적과 연관해 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 가축의 개량에 활용되고 있다. 유전체 정보를 활용할 경우 자신의 성적이 확인되기 전에 이미 자손에게 전달될 것으로 예상되는 육종가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축이 어릴 때 조기 선발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돼지의 경우 산자수에 대해 개량하려면 전통적인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번식 성적이 없는 상태에서 후보돈을 선발하는 것보다 유전체정보를 통해 정확한 유전적 유사도(혈연관계)를 분석해 추정한 육종가로 후보돈을 선발할 경우 유전적 개량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축을 개량하는 목표는 더 많은 식품을 더 싼 가격으로 생산해 더 많은 사람에게 공급하는 것인데, 가축개량의 결과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개량의 목표는 개량의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육계의 경우 너무 빠른 성장으로 대사성질병이 문제가 되고, 산란계는 달걀생산을 위한 칼슘 사용 과다로 뼈에 축적되는 칼슘이 부족해 뼈가 날카로운 조각으로 부서지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무턱대고 크게 개량해서 태아가 너무 커지고 난산비율이 높아서 때에 따라서는 제왕절개가 필수인 소와 양의 경우 난산비율이 낮아지는 쪽으로 개량하면 조산이 필요한 비율은 감소하지만 체구가 작아지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자연적인 선발과 인위적인 선발이 합쳐져서 최종적인 개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인위적으로 개량 방향을 정했다하더라도 자연적인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면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다음세대에서 제대로 형질을 발현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원하는 가축을 개량하는 것이 최근에 많이 회자되는 동물복지, 탄소발자국, 메탄가스배출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르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축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는 더 많은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가축개량은 이전에 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규모도 커지고 전문적인 산업으로 발전되고 있다. 세계의 주요 가축의 경우 손에 꼽을 정도의 대규모 종축개량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규모화와 전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들만큼 규모화하거나 전문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규모화와 전문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협력과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