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국내 낙농산업이 원유 수급불균형과 음용유 소비정체, 유제품 수입확대라는 대내외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목장형 유가공의 육성은 단순한 부가사업이 아닌 산업 구조 보완 장치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FTA 체결로 인한우 유 및 유제품에 대한 관세철폐가 시작됨에 따라 국내 낙농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낙농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으로 목장형 유가공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치즈 중심 품목 다변화…원유 수급불균형 대응
생산·가공·마케팅 전방위 지원시스템 구축 필요
▲국내 목장형 유가공 발전과 의미
우리나라에 목장형 유가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2년 정부에서 쿼터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쿼터를 초과한 원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농가들이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유가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2003년 한국목장형유가공연구회가 발족됐으며, 국립축산과학원과 일부 대학서 전문교육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치즈 생산이가능해졌다.
2006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목장형 자연치즈 콘테스트가 개최되는 등 국내 목장형 유가공 사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초창기 70여 농가였던 목장형 유가공 농가는 2018년 100여 개소, 2021년 117개소로 점진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는 요거트와 스트링, 모짜렐라 등 자연치즈가 대다수의 목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구워먹을 수 있는 치즈, 숙성치즈, 지역 특산물을 첨가한 유제품으로 제품군이 확대 됐다. 최근엔 기능성과 프리미엄을 더해 유기농, 무항생제, A2 우유 및 유제품과, 저지유를 활용한 유제품. 젤라또 아이스크림이나 고급 디저트류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목장형 유가공의 핵심 경쟁력은 ‘현장성’이다. 소비자는 목장에서 직접 생산된 원유가 가공되는 과정을 확인하고, 치즈 만들기·목장 견학 등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나간다. 이는 유제품 판매를 넘어 지역 관광·교육 콘텐츠와 결합된 수익 구조를 가능케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국산 우유의 신뢰도 제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산치즈 자급률 제고 기대
목장형 유가공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우유자급률 제고의 ‘키’를 쥐고 있는 국산치즈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인당 음용유 소비량은 10년 동안 7.6% 감소하며 2024년 기준 30.1kg에 그친 반면, 자연치즈 소비량은 21% 늘어난 2.3kg을 기록했다.
치즈 1kg 생산에 어림잡아 10배의 원유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유로 환산할 경우 1인당 자연치즈 소비량은 23kg으로 백색시유 소비량(25.2kg)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치즈 공급은 저가의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낙농진흥회의 낙농통계연감을 살펴보면 2024년 기준 국내에 공급된 자연치즈량이 11만4천톤이지만, 이중 수입량은 98%(11만147천톤)인 반면, 국산 치즈자급률은 2014년 4.4%를 정점으로 2024년 2%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장형 유가공은 원유 차별화를 통해 수입 의존구조 완충지대 역할과 국산 치즈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목장형 유가공은 단일 목장 또는인근 제한된 원유를 사용해 지역성과 생산자의 개성이 치즈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수입산이 주도하고 있는 숙성치즈, 스페셜티 치즈 시장은 목장형 유가공의 소량·다품종 생산에 적합한 구조로, 대량 시장을 대체하기보다는 시장을 세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목장형 유가공이 마중물이 되어 국산 치즈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치즈 소비 문화 확산이 이뤄지면 유가공업계에 치즈 라인업 강화라는 전략적 대응을 유도할수 있다.
또,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숙성치즈의 특성을 활용해 미국은 1970~1990년대 남는 원유를 치즈로 제조, 정부가 이를 수매해 보관하고 사회취약계층에 보급했으며, 2016년도에도 5천톤을 수매해 가격조절용과 국가 비상식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목장형 유가공 육성을 통해 일정 수준 자연 치즈 생산량이 늘어나고 이를 정부, 지자체서 저장·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계절적 요인으로 잉여 원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낙농산업 구조에서 원유수급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는 어떻게 키웠나
해외에서는 이미 제도적 지원을 통해 목장형 유가공 사업자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단순 시설 보조를 넘어 생산·가공·브랜드·수출까지 연결하는 정책 체계가 구축돼 있다.
목장형유가공 사업장수가 우리나라의 3배(338개 2021년 기준)에 달하는 일본은 자국의 원유를 이용한 치즈개발(치즈공방) 지원 강화와 소비촉진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정단체에 판매를 위탁하는 생산자에만 지급되던 가공원료유보급금을 2018년부터 유제품을 직접 가공하는 농가에도 적용해 창의적인 노력을 통한 소득향상을 가능케 했다.
미국은 농무부(USDA)가 운영하는 Dairy Business InnovationInitiatives(DBI)를 통해 소규모·중규모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치즈·요거트 등 신제품 개발 기술 자문 ▲위생·품질관리 컨설팅 ▲패키징·브랜딩 전략 수립 ▲유통망 확보 및 시장 진입 지원 ▲설비 개선을 위한 보조금 지원 등 기술 개발과 사업화 역량을 동시에 지원한다.
EU는 PDO(원산지 명칭 보호)와 PGI(지리적 표시 보호) 제도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치즈는 법적으로 보호받는데, 이 인증은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생산 방식과 원유 산지 규정, 숙성 기간과 제조공정 표준화, 품질관리 체계 의무화를 포함해 브랜드 자체가 프리미엄 가치로 작동한다.
또, EU는 농식품 판촉 정책을 통해 공동 마케팅, 국제 박람회 참가, 홍보 캠페인 비용 일부를 분담해 치즈를 포함한 지역 농식품의 해외 홍보를 지원해준다.
기술·제도·시장 넘어야 할 과제
목장형 유가공은 분명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국내 목장형 유가공 산업 규모와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목장형 유가공의 핵심은 자연치즈이지만 단순 제조를 넘어 정밀한 공정 관리가 요구되며, 대량 생산 체계와 달리 소규모 목장은 제조 실패 시 손실을 흡수하기 어렵다.
품질 편차가 발생하면 곧바로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체계적인 치즈숙성 교육과 실습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일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장기 숙기술과 제품 개발 역량을 현장에 정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술 컨설팅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또, 목장형 유가공은 HACCP 인증, 위생 설비 기준, 각종 행정 절차를 충족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농가는 중소규모 농가이다 보니 가공 설비와 숙성 시설 등 초기 진입장벽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 융자 확대가 아니라, 인증 절차 간소화, 맞춤형 시설 기준 마련, 단계별 지원 체계 구축이 갖춰져야 안정적인 유가공 생산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시장 확보로, 현재 목장형 유제품음 직거래, 체험형 판매, 일부 로컬푸드 매장 등의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나, 안정적 유통망 구축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자연치즈 소비 문화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프리미엄 가격대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공동 브랜드 구축이나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기술 역량, 제도 개선, 판로 확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 생산·가공·마케팅 전 단계를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 체계를 구축을 위해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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