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용 교수
서울대학교
2년주기로 핀퉁대학교, 대만양돈협회의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하여 양돈관련 특강을 하곤 하는데, 작년 8월 대만을 방문하여 특강 전에 있었던 일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만의 양돈담당 공무원과 양돈협회 임원이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특강에서 양돈의 동물복지에 대한 사항은 강의를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가능한 가볍게 언급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였다. 대만정부와 대만 양돈협회에서는 대만의 양돈산업이 대만 국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인 돈육을 안정적이며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축산관련 공무원들과 축산업계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지난 20~30여년 동안, 축산업계 특히 축산농가들은 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금까지 생존해 온 대단한 분들만 축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축산업의 정책을 어떤 목표로 이끌어왔는지를 돌이켜보면 참담한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심정이다. 본인이 전공하여 비교적 세부적인 사항을 알고 있는 양돈산업에 대해서만 논해보기로 한다.
국내 돼지고기 값은 전 세계에서 일본, 필리핀과 함께 1~3위를 다툴 정도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제안하는 양돈산업에 대한 정책은 대부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장치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우선 친환경축산,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탄소증립 정책으로 인한 저단백 사료 및 저메탄사료의 보급 등의 정책은 끊임없이 정부에 의해 준비되어 양돈농가들이 따르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산업 전체에서 스마트농업, ICT와 AI를 접목한 농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정부에서는 강조하고 있지만, 농가들에게 지워지는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경감할 것인가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의 정책에 회의감마저 들고 있다.
정부주도로 양돈산업에서 동물복지를 강하게 추진하였던 영국의 사례를 설명해 보겠다. 1997년 영국의 양돈산업은 자급률이 80%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매우 건실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8년부터 영국정부는 양돈산업에서 동물복지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면서 1997년말 모돈이 80만 여두였던 것이 2024년에는 25만여두로 대폭 감소하였다. 동물복지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영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돼지고기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구입하겠다는 설문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가격이 비싼 동물복지형 돼지고기의 소비는 소비자들이 외면하였다. 1997년 80% 이상이었던 영국의 돼지고기 자급률이 2023년에는 40%이하를 나타내어 현재는 EU 여러 나라에서 동물복지형 돼지고기가 아닌 일반 돈육을 수입해서 먹고 있는 상황으로 변질되었다. 영국정부의 과도한 동물복지 정책의 결과 영국의 양돈산업은 몰락하였고 외국에 의존하는 양돈산업으로 남았다는 것을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은 반면교사 (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란 소설제목이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지금도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내 물가관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에 의해 생산비 상승요일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내 돼지고기 및 축산물들의 가격억제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질 것이다. 혹자는 외국에서 저렴한 축산물을 수입해서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지 않냐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는데,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는 ‘지방 소멸문제’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국내 축산업의 존재 없이는 요원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축산업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국내 축산농가들이 재정적 부담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그 정책으로 국내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농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검토한 후 시행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전 세계에서 양돈생산성이 가장 높은 덴마크는 동물복지의 일환으로 임신돈들의 임신틀을 종부후 4주까지만 사용하도록 한 법률의 적용을 2014년에서 2035년까지 유예를 시켰다. 덴마크에 비해 생산성이 60% 정도인 우리나라에서 2030년부터 임신돈들의 임신틀을 종부후 6주까지만 허용한다고 축산법 시행규칙을 이미 공포하였고, 지키지 않는 양돈농가들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한다. 별다른 대책도 없이 일단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으면 처벌규정부터 만드는 정부의 행태가 툭하면 다른 나라를 관세로 겁박하는 미국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 ?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