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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독수리가 하늘의 제왕이 된 까닭

  • 등록 2025.06.04 11:02:56

[축산신문]

 

서성원 충남대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

 

정채봉 작가의 동화에 한 아이의 장난으로 닭의 둥지에서 부화된 독수리가 자신을 병아리라 믿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병아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돋아나오는 날개를 부리로 찢고,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마저 일부러 닳게 만든 독수리는 결국 들쥐에게도 쫓겨 다니는 덩치만 큰 닭이 되고 만다.
이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결국 자신의 무기를 스스로 버리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 낙농업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낙농이 지닌 강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키워 나갈 때, 비로소 미래의 낙농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낙농의 강점을 산업 외부에서 기인하는 외재적 강점과 내부에서 비롯되는 내재적 강점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먼저, 낙농업의 외재적 강점은 일반 소비자들이 우유와 낙농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유는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지닌다. 이는 우유의 본질적 특성에 비롯된 것으로, 콜드체인을 통해 유통되는 순백의 신선한 우유는 다른 어떤 식품보다도 청결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준다. 이러한 이미지는 비록 우유 소비량의 직접적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국내산 원유의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우유는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며, 특히 요거트나 치즈 등 유가공 제품에 대해 이러한 인식이 더욱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우유는 고품질의 단백질과 칼슘을 제공하고, 정제 과당이 아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유당을 함유하고 있다. 그대로 마셔도 맛있지만, 딸기나 초콜릿과 같은 감미료를 더하거나 요거트, 치즈 등으로 가공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품이 되며, 식사 대용, 간식, 안주 등 다양한 용도로 소비된다.
더욱이 낙농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식은 다른 축종에 비해 우호적이다. 무엇보다 축산물을 얻기 위해 도살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심리적 거부감이 적고, 젖소는 목초를 충분히 공급받는다는 점, 유기농, 방목 사육 등을 통해 동물 복지를 실현한다는 인식 등이 더해져 젖소 목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형성되어 있다.
이어서 한국 낙농업 내부에서 비롯되는 내재적 강점에 대해 살펴보면, 필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 강점은 ‘쿼터제’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농가가 생산한 일정량의 원유에 대해 판매가 보장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농가는 생산물인 원유의 판로를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인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원유의 판매 가격은 ‘원유 가격 산정 체계’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농가는 수입을 예상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계획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더욱이 원유의 기본 가격은 생산비와 연동되어 결정되기 때문에, 목장 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으며, 내외적 환경 변화로 인한 생산비 변동에도 보다 작은 충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낙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생산물의 판매와 수입이 제도에 의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젖소 사육과 원유 생산의 특성에 따른 필연적인 조치이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낙농의 또 다른 강점은 여러 유업체 간의 경쟁 구도이다. 다양한 유업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침으로써 업계 전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 있다는 효능감을 주어 소비의 안정과 확대를 꾀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뉴질랜드처럼 협동조합 중심의 독점 체계로 전환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낙농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공론의 장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한국 낙농의 진정한 강점은 ‘사람’이다. 낙농가들은 매일 반복되는 새벽과 오후 두 차례의 고된 착유 작업 속에서도, 틈틈이 사양, 번식, 질병 관리에 관한 지식을 학습하고, 경영의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축적된 역량이야말로 한국 낙농의 근간이자 가장 큰 힘이다. 필자는 과거 그 능력을 실감한 경험이 있다. 유단백률이 반영된 새로운 원유 가격 산정 체계가 도입될 당시, 아직 제도가 공식화되기도 전인 2010년에 유단백률이 원유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마자 유단백율이 전년 대비 0.1%p나 급증하는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사양관리 체계를 개선하여 새로운 가격 체계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낙농가들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한국 낙농은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와 젖소 목장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라는 외재적 강점은 물론, 제도적 안전성과 인적 자원의 우수성이라는 내재적 강점도 고루 갖추고 있다. 마치 독수리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다듬으며 하늘의 제왕으로 군림하듯, 이러한 강점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한국 낙농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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