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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유 학교급식 논쟁

  • 등록 2024.02.23 14:26:04

[축산신문]

이만재 원장(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

 

미 하원은 “2023년 건강한 어린이를 위한 전유법(Whole Milk for Healthy Kids Act of 2023)”으로 명명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이 하원의원의 30%인 134명의 공화, 민주 양당의 초당적 공동발의로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10여 년 전부터 미 농무부가 현재 학교 우유 급식에 무지방, 저지방, 가미 또는 무 가미 우유로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풀고 전지우유와 지방을 감소한 우유를 추가로 포함하는 것이다. 더욱이 학교급식에서 제공되는 식단의 평균 포화지방 함량을 총칼로리 함량의 10%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이 법안은 그 총량에서 유동식 우유를 제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우유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국가적 지침을 정하는 법률인 셈이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단체는 국제 유제품협회와 미국 우유생산자연맹이다. 우리나라의 유가공협회와 낙농육우협회 같은 단체다. 이 단체들은 최근에 발표되는 논문이나 학술지에서 유지방이 체중을 오히려 감소케 한다거나 심장질환의 위험성이 낮아진다거나 하는 등의 몇 가지 잠재적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의 소비자들은 음용유 중 전지 시유를 75% 소비하고 있고 학생들도 전유의 기호도가 높아 학교급식에서 탈지유를 마시지 않고 버리는 양이 연간 올림픽 규격수영장 68개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이 쓰레기로 배출되므로 전지 시유를 급식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미국 시민 성인과 학부보 80%가 학교급식에 전지 시유를 포함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12월 둘째 주일 한국의 aT센터에서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주최한 “저탄고지 라이프-콜레스테롤과 심혈관 건강”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한 의사가 권장하는 심혈관 대사 식단과 미토콘드리아 식단표 중 단백질 공급원으로 우유는 안된다고 발표하였다. 그 이유는 어느 연구기관에서 우유가 부작용을 유발하는 사례가 있다는 발표가 있기 때문이라는 다소 초라한 설명이었다. 그 식단은 심장질환자, 혈압, 당뇨, 고지혈증, 복부비만, 체중감량이 필요한 자들에게 권장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유가공업계가 출시한 우유 단백질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심포지엄의 후원기관에서 제공된 간식거리가 우유 단백질원으로 제조된 것들이었다.
미국 의회가 전지 시유를 학교급식에 다시 포함하도록 하는 그 법안에 대하여 미국 소비자 옹호 단체인 공익과학센터(CSPI)를 포함한 여러 단체가 반대하며 이 법안이 “증거 기반 영양기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간섭”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100년 전부터 대두협회와 우유생산자연맹이 서로 인류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우유 단백질이 좋다, 아니다 콩 단백질이 좋다는 논쟁을 벌여왔고 지금도 연구기관이나 학자에게 누가 더 연구비와 후원을 하는가에 따라 논쟁이 좌충우돌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최대 낙농협동조합의 하나인 랜도랙스 협동조합이 한국의 한 낙농조합과 자매결연을 맺었을 때 미국 수도 워싱턴의 의회 의사당에 게양된 성조기를 기념품으로 증정하였을 정도로 미국 낙농단체들의 의회로비 활동이 활발하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낙농업계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는 자료가 없지만 한때 일본의 중의원 70% 정도가 역시 초당적으로 낙농정치연맹이라는 단체에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낙농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였고 그 결과가 일본의 유대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게 아닌가 할 정도다.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막강한 낙농 진흥 드라이브에 힘입어 낙농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원유의 품질을 달성하였고 역시 일본 못지않은 고가의 원유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낙농업계가 나선 게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정책적 결과인 셈이다. 학교급식에서 백색시유(전유)가 밀려나고 군 급식에서도 우유가 빠지는 사태가 진행되어도 한국의 낙농단체들은 맥없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자생력이 없이 정부의 지원정책에 늘 보호만 받아 온 부잣집 외동아들 같은 약체가 되어버린 결과로 보인다.
지금 와서 한국의 낙농단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정책적 주장을 하고 관철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다행이 백색시유의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아직 2022년7월부터 2023년8월까지 원유 약 133만 톤, 매일 1천850만 잔(200ml)의 백색시유가 소비되고 있음은 향후 낙농생산기반이 원유 약 100만 톤으로 축소되더라도 우유가 남아도는 사태는 없으리라 예측할 수 있는 시사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낙농생산단체들이 미국 낙농단체, 일본 낙농정치연맹과 같은 정책에 대한 적극적 활동은 못하더라도 위와 같은 학술발표회나 심포지엄에서 학자, 의사, 언론 등으로부터 심심찮게 보도되는 우유에 대한 부정적 논란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이다. 축산물 바로 알리기 연구회와 같은 민간 단체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부정적 시각을 가진 우유 소비자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긍정적 접근을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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