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준비 시기, 꿀벌 거의 사라져 현장 초토화
화분매개 농업도 타격…생태계 위협 불구 대책 부재
친환경 방제기술 개발·꿀샘식물 조성 확대 급선무
재해 보상·직불금 지원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새 생명의 태동을 알리는 봄은 우리에게 설렘과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꿀벌도 겨우내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펴고 이른 봄꽃 맞이를 준비하는 계절을 앞두고 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꿀벌 사라짐 현상으로 국내 양봉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군다나 꿀벌 소멸에 따른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뾰족한 대책도 없을뿐더러 양봉 농가들의 마음은 힘겹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더욱 양봉농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꿀벌이 자연생태계 보전·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겨울 기록적인 매서운 한파가 연일 지속되던 지난 1월 26일, 경북 영천시에서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는 토함산양봉원 김창수(68세·양봉농협 조합원) 씨도 이번 꿀벌 소멸 피해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52여 년간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피해는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혼란스럽고 절망적이라고 말한다.
토함산양봉원은 지난해 11월 중순경 누가 보더라도 과할 정도로 꿀벌 소멸 피해 예방을 위해 소독과 응애 방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2021년도에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키우던 450여 벌무리를 모두 소각했던 전례가 있어 질병 예방에 매우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벌통당 보통 5~6매 기준으로 본격 겨울나기 준비를 마쳤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꿀벌 개체수가 점점 줄더니 얼마 가지 않아 320여 벌통의 꿀벌이 모두 사라지는 피해를 보았다. 그나마 몇 통 남아있던 벌통마저도 손쓸 겨를 없이 강한 한파로 인해 꿀벌 개체 수가 부족한 탓에 모두 동사하고 말았다.
이에 김창수 씨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독 경북 영천시가 피해가 컸다”면서, “특히 전업농가와 화분매개용 꿀벌을 공급하는 농가들의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현재 영천시에는 대략 260여 농가가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이 중 90% 이상이 이번 꿀벌 소멸 피해를 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농가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면서 “현 상황을 재난으로 인정하고 붕괴 직전인 양봉산업 재건을 위해서라도 한시적으로나마 꿀벌을 수입하는 방안을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함산양봉원 인근 반경 1km 내 또 다른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양봉업을 2대째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부자양봉원(대표 이호원·44세) 상황도 매한가지였다. 부자양봉원에서 사육 중인 1천200여 벌통 중 60여 통만 남고 꿀벌이 모두 소멸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남은 벌통도 꿀벌 개체수가 적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이날 이호원 씨는 “축산업 중 제일 민감한 축종이 바로 양봉업으로 꿀벌은 질병 관리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 양봉 현장에서 사용되는 약품들은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약품들로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어떠한 제재도 없이 친환경 약제로 유통되고 있어 가장 큰 문제”라며 “국내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약제 개발과 함께 피해 농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꿀벌 입식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군들이 손을 놓으면 국내 양봉산업은 무너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받게 될 것”이라며 당국의 신속한 대책을 호소했다.
한편 양봉업계는 꿀벌 소멸과 관련해 꿀벌 피해 재해 지정, 공익적 양봉직불금 지원, 친환경 꿀벌 동물약품 개발, 꿀샘식물(밀원수) 식재 확대, 꿀벌재해보험 재해보장 및 보상범위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