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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탄소중립 시대에 초지를 생각한다

  • 등록 2022.04.06 09:23:39


양 창 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1972년에 가수 남진이 불러 히트한 ‘임과 함께’라는 노래의 배경이 되는 저 푸른 초원인 초지의 면적이 해마다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농식품부의 2021년 전국 초지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초지 면적은 3만2천388ha이고, 전년도와 비교하여 168ha가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1995년과 비교를 하는 경우 여의도 면적의 110여 개와 맞먹는 약 3만4천ha의 초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초지 감소의 원인으로는 각종 개발사업, 농어업용지, 산림 환원 등에 의한 전용을 주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방목생태형 축산의 기반이고, 선진국형 축산의 상징이기도 한 초지를 조성하고 이용하는 축산인의 입장에서 보면 경지면적이 협소하고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초지를 이용한 축산업을 영위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개념)의 실현을 위한 동참 의지의 표현과 친환경축산이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초지에 대한 중요성과 기능에 대하여 이제 생각을 다듬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초지의 첫 번째 기능은 가축의 먹이(밥상)이지만, 토양의 침식과 홍수를 막아주고 대기를 정화시켜 환경보전과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산림을 잘 보호하고 산불을 방지하기 위하여 숲과 숲 사이에 초지를 잘 조성하여 산불이 크게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화대 역할까지 하는 등 다용도로 초지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탄소중립 시대를 지향하게 되면서 축산업 등 농업의 여러 가지 부문까지 많은 의무와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초지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어쩌면 60년대 축산진흥이라는 구호 아래 초지를 조성했던 선배들의 투지를 다시 불태워야 할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최근 농식품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축산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축산분야 온실가스 30%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제시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축산분야 온실가스를 BAU(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11백만톤 CO₂eq에서 7.7만톤으로 줄이는 목표 아래, 저메탄·저단백질사료 개발 및 보급확산, 사육기간 단축 및 적정사육 밀도 관리 등 저탄소 사양관리 확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저메탄·저단백질 사료의 개발과 공급은 가축의 생리적 항상성(恒常性)과 생산성의 상관,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가축분뇨의 퇴비화 위주 처리에서 정화처리, 바이오차, 에너지화 등 축종별 가축분뇨 처리방식 개선 대책 역시 현재의 농가 여건과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노력과 정책지원이 잘 수반되어야 하는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초지를 이용한 축산으로 전환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환경적, 공익적 측면에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탄소중립 시대를 지향하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결과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탄소흡수원의 기능 측면에서 보면 초지 1ha당 0.5톤/년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초지이용 확대를 위하여 농식품부에서는 방목생태 축산의 활성화를 위한 초지조성 단가 상향 및 참여대상 확대 등 관련 사업 개편을 통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 등 축산선진국의 경우 산지초지를 이용하여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해발고가 높은 산지에서 초지를 조성하여 가축을 방목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농가에 대한 직불제 성격의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의 휴양공간의 기능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환경과 국토를 지켜주는 군인(soldier)과 같은 존재라는 인식까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긍정의 이미지로 바꾸는 데 초지의 기능은 중요한 몫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자연적 물질순환 균형(순환형 축산)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가축분뇨를 양질의 퇴비와 액비로 제조하여 토지에 환원하는 데 많은 곤란을 겪고 있는 실정에서 초지 조성 면적을 확대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조사료의 자급률 향상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 not built in a day)는 영어 속담이 있듯이 그간 사라진 초지를 복구하고, 부실화된 초지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 일정한 시간과 경제적 지원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초지에 대한 기능과 미래를 생각할 때 관련 정책지원 강화는 물론 축산인들 자신이 초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초지형 축산을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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