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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기해년을 넘긴 이들을 위하여…

  • 등록 2019.11.29 10:28:49


동 균 이사장(前 상지대 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우리는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해를 넘긴다는 기분을 확산시키면서 ‘다사다난했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송년의 소회를 말하곤 한다. 사실 해마다 마지막 넘어가는 해와, 새해 아침에 솟아오르는 태양은 같은 물건이고, 발붙이고 있는 지구도 그 것이 그것이므로, 시간이나  공간이 달라진 것은 없다. 겉보기에 끊임없이 직진하는 시간은 한 순간도 머물지 않으므로, 시간에 붙어 있는 사연도 수시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기해년이라고 이름 붙여 공감하던 시간도 이제는 노루꼬리만큼 남은 시점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은 살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인가? 실존하는 개념인가? 아니면 없는 물건을 있는 것으로 여기는 환각인가? 양자역학과 현대과학은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시간은 실재하는 물건도 아니요, 어디에서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시간여행’이라는 상품까지 나와서 판을 치고 있는가? 
우리에게 기해년이라는 시간도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건들이 생겼던 한 해였다. 크게 보면, 미중(美中)간 무역전쟁과 힘겨루기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은 별 꼴 다 겪었으며, 남북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긴장감이 연출되었을 뿐 아니라 한동안 생각을 달리한 군중간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나라가 두 조각 난 것 같은 꼴도 봤다. 이렇게 역사의 큰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사이에 민초들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걱정거리들이 다가왔다. 체감되는 뚜렷한 사건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소식이다. 초장부터 막으려고 애를 썼음에도 애꿎은 돼지들이 수십만 마리가 매몰되었다. 요즘은 매개체인 멧돼지 총살작전이 휴전선 부근에서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진정한 원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크게 벌어진 사건에도 그 현상이 나타나기까지의 모든 원인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또다시 ‘흑사병’ 소식이 중국으로부터 들려오고 있다. 이 병은 중세 유럽 인구를 1/3이나 잡아먹은 엄청난 저승사자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보건당국은 항생제가 발달하여 흑사병은 손쉽게 치료가 가능하니 걱정 말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천연두, 폐결핵, 장티푸스, 매독 등 구시대의 저승사자들은 현대 의학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지나간 과거는 절대 변경할 수 없으며 코앞의 미래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는 기대와 예상이라는 환각을 지닌 채 날마다 눈 뜨고 감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무슨 일들이 그리도 많은지 그 내막의 참모습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요즘은 소위 ‘가짜뉴스’가 판을 치면서 정보의 왜곡이 과거보다 매우 심해졌고,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의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분명한 ‘참’이 있다. 언젠가 말하였듯이 세상이 복잡해 진 큰 이유는 인류의 재능 중 ‘거짓을 진실처럼 위장하는 능력’에 있다. 이걸 막으려고 디지털시대에는 모든 일의 절차가 더욱 복잡해졌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필자는 거리에 솟아 있는 번듯한 보험회사의 건물들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오호! 저들이야말로 인간의 공통된 약점을 이용한 사업의 첨병이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존재들은 사고를 당하여 죽지 않는 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철칙이다. 인지가 발달하면서 인체의 비밀과 질병의 원인, 증상, 치료정보가 밝혀질수록 의학의 영역이 팽창됨과 동시에 병을 선전할수록 보험 사업은  번창한다. 저들은 겉으로는 ‘불행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해 주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우리에게 내재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여 조금씩(?) 돈을 받아, 그 많은 직원들이 고액의 봉급을 즐기고 있으며,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요지에 첨단 빌딩을 사들여 이용하면서 아성을 구축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어떠한 사물이던지 실체를 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만 잘 알면, 삶이 좀 쉬워진다.
그런데 과연 쉽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 아무리 멋있어 보이고 편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쉽게 사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인생은 저마다 감당할 무게만큼의 짐이 지어져 있어서 우리는 그 무게를 간신히 버티면서 지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나타나지도 않을 일을 상상하면서 괴로운 시간을 만들어 지낸다. 왜 사람들은 자기와 모든 면에서 좋아 보이는 조건을 상상하면서 자기의 현재를 비하하고 괴로워하는가? 만일 이것을, 더 어렵고 부족한 이들과 비교하면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면에 감사와 만족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 방법을 이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 까닭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좀 더 좋은 상황에서 살고자하는 바람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며, 이 마음이 인류의 생활환경을 발전시켰고, 그 덕분에 오늘 이만큼 누리고 있으니 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해년을 넘겨 온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순간, 사람은 늙는다는 말과,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기술을 지니고 살라는 철학자들의 말은 곱씹어 볼만하다. 이 말들은, 인생이란 결코 녹록한 여정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결국 우리가 맞고 있는 작금의 모든 불만족스러운 현실은 자신이 만든 것이고 자기의 업보이다. 이를 아는 순간, 과거의 잘못도 고쳐지고, 다가올 시간도 더 개선된 상황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아무리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일지라도 절망에 휩싸여 괴로워 할 일이 아니며,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지녀야 행운도 온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