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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수단’에만 집착하는 축산냄새 대책

  • 등록 2019.07.11 19:15:01


이명지 대표이사((주)안씨젠)


몰입과 집착, 두 단어 모두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의미를 담고있는 것은 동일하다.
수단이 아닌 목적에 집중하는 것을 ‘몰입’이라 하고, 목적을 망각하고 어느 순간 그 수단적 요소 및 객체에 집중하는 것은 ‘집착’이라고 한다. 사랑을 예로 들면 상대방 배려없이 소유하려고 하면, 그것을 집착이라고 보편적으로 얘기한다. 요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돈가 하락, 냄새 문제 등 불편한 상황이 이성적인 축산인들에게 ‘집착’적인 달콤한 유혹으로 많이 접근해 온다. 
자연의 순리, 법칙이나 과학적,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특별한 수단, 기술에 노출된 축산인들과  함께 잘못된 상황을 수습하다보면 심경이 복잡해 진다.
이렇듯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에 대해 몰입은 하되 과도한 집착은 경계해야 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환경문제를 해결할 어떤 기술이나 방법이 사회적 공감을 도출해 낼 때 까지는 적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동안 축산업계의 자기성취욕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게다가 과도한 집착은 산업의 정체성 마저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최근 미세먼지 논란속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축산업계의 현실을 보자.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축산업에 찾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경계하고 반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축산업계 혼자만의 목소리일 뿐이다.
어쩌면 결여된 공감 능력은 소홀히 한 채 오로지 새로운 기술, 획기적인 방법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는 축산업계의 집착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도높은 민원, 감정 민원. 즉 파(派)와 편(偏)으로 나뉘어 공감 대신 혐오하고 미워하는 지역사회. 이른바 ‘파편(破片·派偏)사회’의 비극이라는 그 마을에서 축산업계가 무슨 기술을 제안할 수 있을까?
공감이라는게 먼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적정 기술수준에 도달한 다음에야 논의될 사안이라는 생각이 과연 맞는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만난 축산환경컨설턴트는 “언론보도만 보면 제주도 양돈장은 냄새가 아주 심하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보니 내륙보다 냄새도 덜 나고, 저감 시설도 대부분 설치돼 있었다”며 “그런 농장들까지 악취관리지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우리는 뭘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과거 양돈장 주변 민원인의 공감을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생산자와 민원인들간 마을공동 번영이라는 상생의 인식을 토대로 냄새를 수치화하여 개선함으로써 민원문제를 해소했던  성공사례였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갈등·차별·혐오·극혐·불평등’ 이라는 표현의 온라인 사용빈도가 4년새 3배가 늘어난 세상, 가장 많이 쓴 감정 표현은 ‘혐오’이며, ‘고통+분노+공포’보다 압도적인 수치가 집계되는 세상이다. 축산업계가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케 하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쉽고, 싸고, 엄청나게 효과적인 방법이란 쉬이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금도 지구온난화는 가속되고 있으며, 세계환경기구(UNEP 등)는 많은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환경당국의 스트레스는 당연할 것이다.
물론 축산업의 환경기술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 5년여 전 축산업계에 처음 복합악취센서를 언급할 때만 해도 전혀 생소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암모니아와 복합악취센서의 과학적 오류는 민원에 시달리는 축산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여러 학계, 연구기관과 함께 효과적인 축산냄새저감방법을 넘어 정화방류필터개발, 고농도 폐기물처리방법, 암모니아회수와 질산성질소의 효율적인 처리, BIO-ENERGY 까지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RO(Reverse Osmosis Membrane)필터, 제트폭기, 또 다단 약액세정탑 신설에 대해 문의해오는 축산인도 존재할 정도이지만 필자는 기술적인 접근에 앞서 다시 한번 민원인과 가까워 지기를 권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정밀분석을 통해 감정 민원을 구분, 행정기관에 전달하는 한편 농장내 중구난방으로 설치된 시설 보수와 연동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수단(기술)에만 너무 집착하면 목적 그 자체를 망각할 수 있다.
축산업계는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잘 생각해야한다.
그 기반하에 환경부하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요구하고, 수용력 지표를 작성하며, 지역단위의 환경 총량 규제에 대응해야한다.
정부시책을 발표하는 연구자를 섭외하고 토론하며, 바람직한 관계를 튼튼하게 맺어야 한다. 그리하면 자연의 순리, 법칙이나 과학적,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특별한 수단, 기술들의 거짓말 같은 유혹에 대처할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적극적인 태도로 성숙하게 축산업에 집중하고, 환경문제에 몰입하여야 한다. 몰입 빈도에 의해 얻은 경험은 바람직한 여유를 준다.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과제의 난이도가 높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있을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경험이 풍부한 축산인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축산업에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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