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혁 교수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꿀벌은 농업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분매개자 중 하나이지만, 최근 수년간 꿀벌집단 폐사와 봉세 약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꿀벌응애, 질병, 기후변화, 영양결핍 등 다양한 요인이 논의되어 왔으나,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문제가 바로 벌통 내부에 축적되는 농약 잔류이다. 최근 국내외 연구 결과들은 벌통이 단순한 ‘서식 공간’을 넘어, 농약이 농축·축적되는 화학적 노출 환경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벌통 내부는 외부 환경과 달리 꿀벌이 직접 채집한 화분, 꿀, 수지(프로폴리스), 그리고 밀랍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폐쇄적 공간이다. 문제는 이들 물질이 모두 농약 잔류의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밀랍(wax)은 지용성이 강해 대부분의 농약 성분이 장기간 잔류·축적되기 쉽다. 더구나 벌통 내부에서 꿀벌응애 방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살비제는 지용성이 높아 밀랍에 흡착되어 장기간 잔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해외 조사에서는 하나의 벌통 밀랍에서 플루발리네이트, 아미트라즈 대사체, 쿠마포스 등 꿀벌응애 방제용 살비제를 비롯해, 농경지에서 사용되는 수십 종 이상의
이 경 우 교수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달걀은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으며 인류에게는 가장 우수하고 또한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식품이다. 기록에 따르면 닭은 대략 8천 년 전에 가축화되었다. 다른 축종에 비해 늦게 가축화되었더라도 달걀이 가지는 영양, 기능성, 특수성은 야생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으리라. 축산업의 변화와 발전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마당에서 몇 수의 닭을 키우면서 달걀을 섭취하고, 집안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닭고기를 대접하곤 하였다. 역사적으로 축산업은 농업 기반사회에서 겸업의 형태에서 다시 산업혁명과 함께 도시화 그리고 인구증가로 산업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계란산업이 발달한 계기는 닭을 마당에서 건물 내부로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베터리형 케이지에 키우기 시작하면서 분변이 분리되고, 야생동물의 위협에서 차단되고, 육종을 통해 달걀 생산성이 좋은 품종 개발과 사료 영양을 통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동물복지 측면에서 케이지와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의 사육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복지는 단순하게 정의될 수 없으며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닭의 복지는 달걀
서 성 원 교수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이번부터 우유 생산비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생산비 절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26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나을 듯해, 올해 마지막이 되는 이번 기고에서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한국 낙농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우리 축산인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렇게 방향을 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1일에 있었던 ‘농림축산식품부 업무 보고’의 내용 때문이다. 다섯 가지 중점 추진 과제 가운데 축산과 낙농은 없었다. 물론 정책 전반을 설명하는 발표였고, 실제 세부 내용에는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점 추진 과제를 설명하는 자료에 ‘작물’, ‘과일’, ‘채소’, ‘한식’, ‘노지’, ‘농지’, ‘장터’라는 단어는 등장한 반면, ‘가축’, ‘축산’, ‘낙농’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동물이라는 표현은 반려동물, ‘동물 복지’, ‘동물 학대’에서만 언급될 뿐이었다. 필자가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이어서 원래부터 이래왔던 것인지, 아니면 현 정부 들어 이렇게 된 것인지는 단
양 창 범 박사 동물영양학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때쯤 회사 또는 특정 산업에 대해 결산을 한다. 경제학에서 결산이라고 함은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발생한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고 정리하여, 회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회계 절차를 의미한다. 그리고 더 큰 의미로는 특정 산업 전반에 대하여 지난해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본 글에서는 후자의 의미를 담아 우리 축산업이 2025년에 어떻게 진행되었고, 향후 무엇을 중점적으로 발전 또는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한우산업이다. 제일 큰 성과로는,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한우산업지원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 것이다. 향후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 정비와 실체적 운영이 중요할 것이다. 그 밖에 한우고기 수출을 위한 중동시장 개척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쇠고기 수출국인 미국과 호주 등에서 이상기후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쇠고기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비프플레이션(Beef-Flation)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고기 역시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농가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
박 규 현 교수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최근 한 라면 회사가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에 우지(牛脂, beef tallow)를 활용한 프리미엄 라면을 재출시하며,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반 추억 반으로 먹어보고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단순히 ‘팜유(palm oil)로 튀기던 라면이 유지로 튀겼을 때 어떤 맛의 차이가 있을까?’라는 흥미로만 그친다면, 우지의 참된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사그라들 수 있어 걱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는 우지의 환경적 가치에 대해 써보려 한다. 우지는 소를 도축하고 남은 지방 조직을 정제하여 얻는 동물성 기름으로, 소고기 생산의 ‘부산물’이다. 이 ‘버려질 수 있는 자원’을 식품 분야에서 재활용하는 것은,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와 순환바이오경제(Circular Bioeconomy) 관점에서 상당한 환경적 이점을 제공한다. 우선 ‘부산물’의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알아보자. 만약 이 우지를 잘 활용하지 않고 폐기물로 처리하면, 소가 우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에너지와 영양소들이 사라지게 되어 바로 낭비가 된다. 또한 폐기 과정에서 혐기성 분해 과정을
김 현 범 교수 단국대 생명자원학부 동물자원학전공 토종 가축은 오랜 기간 특정 지역의 생태환경 속에서 적응과 선택을 거쳐 형성된 지역의 고유한 생물 유전 자원이다. 단순한 가축으로서 생산 자원을 넘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 식품 다양성, 그리고 생물 주권과 직결된 한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토종 가축은 우리나라에도 한우, 토종닭, 제주 재래돼지 그리고 칡소 등이 있다. 각기 다른 품종은 고유한 풍미와 생리적 특성, 환경 적응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형 축산업의 기반을 이룰 수 있는 역사적 유산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또한 최근 K-푸드 수출 확대 등의 흐름 속에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한 지역 혹은 국가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이러한 한국의 토종 가축에 대한 보존과 산업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현재까지 충분했는지는 뒤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현재 토종 가축 육성은 국가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 협회가 협업으로 체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및 가축개량기관을 중심으로 유전자원 관리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토종닭의 경우에는 공식적인 종축 등록기관 지정이
김 충 현 교수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 필자가 교수가 되기전,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현 동물위생시험소), 인천시 강화군 축산과,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식품부에서 20년 동안 공무원 수의사로 살았다. 축산신문의 논단위원이 된다면 꼭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는데, 오늘 이 지면을 빌어 “사례로 보는 공무원 수의사의 현실”을 쓰고자 한다. 사례 1. 산업동물의 외면 – 현장에서 느낀 세대의 간극 필자는 안성 농협축산물위생교육원에서 약 5년 동안 도축검사원과 도축검사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왔다. 최근 교육원 직원의 요청으로 서울대학교와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강의를 맡게 되었다. 수의과대학 졸업 후 수의사가 될 후배들을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과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했다. 강의 당일 아침, 수의학과 본과생답게 얼굴에는 피로의 그림자가 짙었다. 그러나 이론 강의가 시작되자 조금씩, 천천히, 그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의 공기가 강의실을 채웠다. 점심 식사 후 실습을 위해 하얀색 방역복을 처음 입은 학생들은 어색하면서도 신기한 표정으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회용 부츠를 제대로 신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실
김 민 수 대표 애그스카우터 농업경제학 박사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요 곡물 가격은 변동성이 심해 상황에 따라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가 잦다. 곡물 시장은 생산량 대비 교역량이 적은 ‘얇은 시장(thin market)’이란 특징을 지니고 있어 주어지는 여러 정보에 따라 가격이 급변한다. 곡물이 선물 시장의 기초자산으로 파생 상품화되어 있어 투기 자금의 대거 유입으로 인해 가격 변동성은 더 심해질 뿐만 아니라 시장이 과열되면 가격 왜곡 현상까지 나타난다. 단순히 시세 차익만을 얻을 목적으로 곡물 선물이 거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현물거래에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선물 시장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거래 행위를 두고 전자를 ‘투기(speculation)’, 후자를 ‘헤지(hedge)’라고 표현한다. 투기는 말 그대로 해석이 되지만 영어로 일컫는 헤지란 말은 의미를 풀어서 설명해야만 한다. 헤지는 우리말로 ‘울타리’라는 뜻이며 가격을 일정 범위에 가두어 미래의 가격 변동에 대비한다는 선물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선물 시장이 탄생하게 된 것도 곡물상들이 미래의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의 수단으로 거래소를 만들면서부
함영화 대표 (주)애그리로보텍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과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근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퍼플렉서티, 코파일럿 등’ 몇 가지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사용해 봤다. 단순히 인터넷 상의 정보를 수집,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수집된 기술자료와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보고서의 수준이 전문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가 더해지다 보니 낙농 스마트팜 장비에서 수집된 사양 및 환경 데이터, 통계청의 생산비 데이터, 국내산 시유와 수입산 멸균유의 소비자가격 데이터를 제공해 생산성과 원가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산 우유의 가격경쟁력을 비교, 2030년까지의 생산원가 변화와 지속가능한 경쟁력 방안을 도출하라는 명령을 단계적으로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착유우 두당 1일 생산 유량별 원가를 추정하고 유대 정산가격이 아닌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예상 소비자가격을 도출, 수입산 멸균유와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원유 생산성적이 하루 평균 두당 40kg을 넘어야 수입산 멸균유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가축비, 사료비, 제품 가공비, 유통 마진 등
이 시 혁 교수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토종벌(Apis cerana)은 우리 농업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산림과 농경지에서 화분 매개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한봉’이라 불리며 전통 양봉문화의 중심에 있었고, 지역 농가의 귀중한 소득원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2009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낭충봉아부패병은 토종벌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해 왔다. 빠른 확산 속도와 막대한 피해 규모로 인해 “머지않아 토종벌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질 정도였다. 이 질병은 중국계 바이러스 계통인 Chinese Sacbrood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유충기에 감염되면 정상적인 발육이 중단되고 투명한 젤리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수포화되어 ‘주머니(囊)’ 형태로 굳는다. 이후 말라붙거나 검게 변색되며 폐사에 이르게 된다. 감염된 봉군에서는 유충 폐사율이 매우 높아 세대교체가 중단되고, 결국 봉군 전체가 붕괴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농가에서는 낭충봉아부패병을 “꿀벌 에이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생 현황과 피해 양상 낭충봉아부패병은 2009년 일부 지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정
이 경 우 교수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는 다사다난을 언급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내일의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였다. 그러나, 작년 국가 연구·개발 연구비의 삭감으로 축산분야를 포함한 이공계에 불어닥친 시련은 아직도 봉합되지 않았다. 국가의 연구 경쟁력은 급격한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핵심이기에 다시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축산학계의 현안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의 교육·연구로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등 산업 경쟁력의 큰 축을 담당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농업과 축산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것이 자유무역협정인 FTA이다. 이 협정은 말 그대로 당사국 간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하여 교역을 확대하는 협정으로 농축산물의 수출이 확대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나 반대로 수입 확대와 가격 경쟁으로 국내 농축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단점도 있어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질서에 동참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항상 대응하면서 협약을 체결해 왔다. 다양한 국제 정세 속에서 볼 때 국가 간 협정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자국의 이익을 높이려는
양 창 범 박사 동물영양학 노벨상의 계절이다. 노벨상의 계절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다. 그는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박사이다. 미국의 농학자이며 식물병리학자인 그는 1970년 세계적인 식량 증산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이 사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농학자로서 노벨상을 처음 수상을 했고,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 보다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준 인물이기도 하기도 하다. 또한 세계 평화에 정치가만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농학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며, 최근 점점 식량에 대한 중요성과 영향력을 잊어가는 현실에서 노먼 볼로그 박사를 다시 생각하면서, 농업 관련 몇 가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짧게나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가 쌀값 문제이다. 요즘 20kg 기준으로 쌀값이 6만원이 훌쩍 넘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쌀 남아돈다는데 쌀값 27% 폭등’ 등 가격이 엄청 많이 오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물가 안정이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고, 어려운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100g) 가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