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지속가능성은 친환경만 의미하지 않아
최근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정책과 산업 담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기후위기, 환경오염, 자원 고갈이라는 현실 앞에서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필수 조건처럼 받아들여진다. 농축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종종 생략된다. 우리는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가.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환경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산업 자체를 유지하는 것을 뜻하는가. 이제는 이런 질문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특히 농축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더욱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산업이라는 특성상 환경 보호만을 앞세운 접근도, 생산성만을 강조한 논리도 모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성은 결국 어느 하나를 희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여러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지속가능한 농업’의 등장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의 농축산업은 생산성 극대화를 목표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화학비료와 농약, 살충제, 항생제, 집약적 사육기술은 단기간에 식량 생산량을 크게 늘렸고, 이는 인류의 식량 공급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은 토양과 수질 오염, 생태계 훼손, 가축질병의 만성화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낳았다. 환경 부담이 누적되면서 농업과 축산업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1980년대 후반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는 생산량만 강조하는 농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과 자원을 보전하며 농가의 수익성과 농촌사회 유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농업을 생태계와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축산업” 선언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1990년대 중반 이후 친환경 농·축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은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 종합대책’이다. 그 전까지 ‘친환경’ 중심으로 논의되던 정책에서 처음으로 ‘지속가능성’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축산업’은 “적절한 소득을 올리면서(경제성)”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환경성)”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사회적 수용성)” 산업으로 정의되었다. 그래야 축산업의 중장기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시한 삼각형 도표를 보면, 관행축산업은 경제성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었고 환경성과 사회적 수용성은 현저히 낮은 상태였다. 따라서 2014년의 종합대책은 생산성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환경과 사회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다만 이후 현장 적용 과정에서는 규제 중심의 접근, 농가 부담 증가, 사회적 신뢰 회복의 한계라는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곧바로 ‘규제 강화’로 받아들이는 인식은 농가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적지 않은 장애로 작용했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곧바로 ‘친환경’이라는 단일 키워드로 환원해 이해하는 단편적인 시각 역시 현장 농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우리는 무엇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가
1980년대의 국제적 논의와 2014년의 국내 정책을 함께 살펴보면,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감축 목표나 규제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환경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식량안보를 지키고, 농가의 생존과 지역사회의 유지를 함께 도모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요소만을 강조하는 접근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도달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환경성, 경제성,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렵다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온 영역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적 수용성’은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취약했던 축이다. 지역사회와 소비자의 동의와 신뢰가 없다면 어떤 좋은 정책도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실제로 2014년 당시 제시된 지표에서도 사회적 수용성 부문의 성과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가로막는 현실적 요인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령 남한은 국토가 좁고 경지 면적이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남북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해법을 상상할 수 있다.
남한의 친환경 축산과 북한이 강조해 온 순환고리형 농업(Circular Agriculture)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북한은 토양이 척박하고 비료가 부족한 여건에 놓여 있지만, 남북 간 협력을 통해 유기질 비료를 생산·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양과 미생물, 동식물이 순환하는 구조를 회복할 수 있다면, 이는 한반도 차원의 지속가능한 농업·축산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닌다.
결국 지속가능성이란 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산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수치 목표에 매달리기보다 산업 구조 자체를 개선하고, 환경과 사회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해 나가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오늘날 지속가능성이 요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