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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9> 방역기술은 발전하는데, 왜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될까

  • 등록 2026.01.22 10:08:56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매년 어김없이 들려오는 뉴스가 있다면 바로 가축 전염병 발생 소식일 것이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은 이미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축 방역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정부는 이미 2013년부터 첨단 ICT와 AI를 접목한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Korea Animal Health Integrated System)’을 구축해 예방·예찰·진단·통제·사후관리까지 가축 방역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관리하며, 질병 확산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방역 이슈는 여전하다. 기술은 진보했는데, 왜 여전히 현장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나?

 

발전한 백신 기술, 현장에서 외면 받는 기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가축 방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 농가에서 백신 접종만 철저히 이행해도 가축 질병의 발생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미 국내외 백신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바이러스 자체를 약독화해 사용하던 1세대 백신에서 출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조합 단백질, DNA, RNA 백신에 이르는 3세대 기술로 발전해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가축 전염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세대 백신의 상용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백신으로 가축 전염병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기대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백신을 대하는 농가의 태도는 다르다. 일부 농가는 여전히 백신 접종을 꺼린다. 백신을 맞히면 가축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사료 섭취량이 줄고,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에는 백신 비용을 국가가 전액 지원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농가가 자체 부담하고 있다는 것도 농가가 백신을 꺼리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가 접종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하더라도 농가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 결국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 확대와 함께, 백신 미접종 농가로 발생하는 전염병 사태에 대한 엄격한 패널티 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백신을 꾸준히 접종하는 농가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 외국인 방역 관리도 소홀할 수 없다
글로벌 교류가 늘어나며 우리나라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해외 감염병의 유입이다. 외국산 축산물이나 불법 축산 가공품이 불법으로 반입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특히 항만의 검역 체계가 공항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문제는 ‘사람’이다. 흔히 방역을 논의할 때 흔히 외국에서 유입되는 축산물만을 문제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가들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장 단위에서의 출입 인력 관리와 소독을 통한 차단 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해외에서 온 노동자가 농장에 바로 복귀할 경우,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 최소한 일주일 정도의 방역 교육을 의무화하고, 일정 기간의 교육 후에만 현장 투입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인력 공백과 교육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가축 전염병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방역은 ‘국가’의 임무라는 점을 고려해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가 지역 내 축산농가와 협력하여 외국인 근로자 방역 교육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행정적으로 지원한다면, 농장 단위의 방역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구제역과 AI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실질적 방안이 될 것이다.

 

AI로 진화하는 방역 시스템, 그러나 사람은 부족
국내 가축 방역 시스템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축산물 이력관리, 차량 출입 통제, 질병 예측 알고리즘 등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실제 현장에서 운용하고 관리할 전문 인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에 비해 현장의 인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AI 기반 방역 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전문가,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확산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자, 그리고 이를 실제 농장 단위의 대응 체계와 연결할 실무 인력 모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기술은 충분하지만, 사람의 문제가 시스템의 한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 예로 방역 현장을 움직이는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오랫동안 지적돼왔다. 감염이 발생하면 수천 명의 방역 인력이 투입되지만, 이들은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거나 임시 근로자다. 그만큼 전문성 확보가 어렵고, 방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체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전라북도 등 일부 지역은 방역 인력 수급이 더 어려워, 감염병 발생 시 대응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도 있다.
결국 첨단 시스템을 아무리 도입해도, 이를 운영하고 현장에서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완전한 방역은 불가능하다. 방역 인력의 처우 개선과 전문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결국 방역의 핵심은 사람, 제도,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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