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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2세 양돈인이 말하는 세대공감 / 양호농장 오양호 대표

“아버님을 닮아가는 나를 봤습니다”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양돈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1-2세대의 갈등. 네덜란드 와게닝대학교 부설 ‘선진농업 마스터클래스’ (Wageningen Advanced Agriculture Masterpiece, WAAM)의 한국 프로그램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왐클래스’ 에서도 주요 과제가 아닐 수 없다.최근 도드람대전센터에서 진행된 왐클래스 2기 2차 교육에서는 전남 장성의 오양호 대표(양호농장)가 2세대가 바라본 1세대의 모습과 갈등, 그리고 상호 이해의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폴어놓았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 내용을 요약했다.


자나깨나 ‘돼지’ 인 1세대…‘자각’하고 나니 이해 

삶의 목표는 다를 수도…인내하고 지켜봐 주시길


-시작부터 ‘언어장벽’에  

‘존버’의 의미를 아십니까. ‘끝까지 막연하게 버틴다’ 는 젊은층들의 비속어로 웬만한 1세대 양돈인들에게는 생소하게만 들릴 겁니다. 1-2세대 사이엔 언어 장벽부터 가로막혀 있습니다.  1만여두가 사육되고 있는 성산종돈장의 경쟁력은 아버님이신 오재곤 대표로 모두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아버님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바쁜 분입니다. 

하루 25시간 일을 하시는 데다 한돈산업과 지역사회 봉사까지 마다 하지 않으시다 보니 하루 3~4시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건 기본이십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돼지와 한돈산업 생각 뿐 이십니다. 반면 농장에서 저의 위치는 직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의견수렴은 물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투입돼 농장운영이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서포터’라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겁니다.


-왜 이렇게 사십니까

아버님은 겸손하십니다. 차량도 국산 SUV만 10년째 타고 계신 걸 볼 때마다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아버님의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뿐 만 아니라 저에 대한 조언도 한귀로 흘려보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이러한 조언들이 대부분 맞아 떨어지고 있더군요. 자연히 아버님 앞에서는 ‘깝치지 말자’고 인정하게 됐습니다. 아버님은 저를 바라보며 ‘언제 사람 되나’라는 생각을 늘 가지셨겠지만 제 입장에선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삶의 방식이나 목표 자체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사실 대학 졸업후 농장에 들어 왔을때는 목적의 상실이 이뤄지기도 했고, 다른 선도 농가들을 접할 때는 뒤처지고 있다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결혼 직후에도 ‘하는 척’만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인내하셨군요

하지만 어느 순간 나 없이도 농장이 잘 돌아가는 모습에 정신이 버쩍 들더군요. 더구나 아버님의 건강에 조금씩 이상이 생기시고 제가 둘째 아이를 갖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놀만큼 놀았으니 이젠 달라지자’는 생각과 함께 아버님의 시각에서 지금까지의 제가 어떠했을까 돌이켜 보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아버님께서 인내하시고 지켜봐 주셨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아버님의 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다른 노력을 하면서 어느새 아버님을 닮아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래도 다를 겁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세대가 공감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강제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겠죠. 다만 2세대 입장에서는  지켜봐 주면서 기다려주시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이겠죠. 앞으로 제 계획은 아버님께서 하루에 농장을 딱 한번만 올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만큼 믿음을 드려야겠죠. 다만 아버님을 이해한다고 해도 아버님과 같은 삶을 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돼지 50두로 시작해서 1만두까지 키워놓기까지 아버님은 돼지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시간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가정에 충실하고 두달에 한번쯤은 가족들과 여행을 하면서 골프 역시 하루빨리 ‘싱글’이 되고 싶습니다. 1천200두 규모의 비육농장을 직접 운영하며 제 나름대로 경영계획과 함께 농장 승계대책도 나름 마련해 놓았습니다.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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