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상 우 대표(상우양봉원)
산림청에는 수종 연구를 담당하는 산림과학원이 있는데 꿀샘식물(밀원수)을 연구하는 정식부서가 없다 보니 임목 수종만 연구할 뿐, 꿀샘식물 수종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매년 양봉업계가 한목소리로 산림청을 상대로 꿀샘식물을 주기적으로 심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허공의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이제라도 양봉산업 체계적인 기반조성과 육성을 위해서라도 산림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가령 산림과학원에 꿀샘식물 전담부서를 만들어 ha당 어느 꿀샘 수종이 좋은지? 또한 권역별, 계절별로 어느 수종을 심어야 적합한지? 토양별로 어느 수종이 적합한지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것마저 안된다면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에 별도의 꿀샘식물 전담 연구실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를 통해 늦었지만, 전국 4만여 양봉농가의 젖줄인 꿀샘식물을 심고 가꾸어 전국 온산이 4월부터 10월까지 꿀벌들이 화분과 꿀을 모아 벌통의 벌집에서 춤을 추는 벌무리들을 꿈속에라도 보고 싶다. 특히 아까시나무를 비롯해 벚나무, 헛개나무, 때죽나무, 음나무, 피나무, 모감주나무, 쉬나무, 붉나무, 옻나무, 바이텍스, 쥐똥나무 등이 연중 꽃이 피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현재 국유지는 버섯, 도라지, 더덕, 장뇌삼 등과 같은 임산물 재배 농가에는 토지 임대가 가능하고, 양봉산물을 생산하는 양봉농가에는 임대가 불가하다면서 관련 법 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목재생산, 치유, 휴식공간, 이산화탄소 줄이는 효과 등만 산림청이 연구할 것이 아니라, 수입 개방화를 앞둔 국내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증대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다양한 꿀샘식물 수종 개발에 힘쓸 때다.
꿀샘식물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는 극히 일부이고 전문부서도 없다 보니 몇십 년 동안 양봉인이 외쳐도 정부 당국자는 ‘알았다’ ‘노력하겠다’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매우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왔다. 따라서 산림청 산림과학원 안에 꿀샘식물 연구실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단위면적당 어느 수종이 ha당 얼마나 화밀이 생산되는지 정확한 자료와 지표를 만들어 경제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단합된 한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산림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매년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매년 1억 그루 중 일부라도 꿀샘식물로 심어준다면 현재 고통 속에 허덕이는 양봉농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아까시나무 성목(8~20년생) 50주에서 한 말(28kg) 정도의 벌꿀을 채밀할 수 있다고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미국, 베트남 등에 비해 벌꿀 생산비가 3~4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벌무리(봉군) 당 꿀 생산량도 중국 48.4kg, 호주 30kg, 미국 23.4kg, 캐나다 22.4kg 베트남 21.3kg에 비해 우리나라는 11.5kg으로 매우 연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봉업계와 산림조합과의 토론회를 가지는 것을 제안한다. 위기는 바로 기회가 될 수 있듯이 임업과 양봉농가 간의 협업을 통해 다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특히 우리 선배들이 우리에게 그러했듯이 우리도 후배 양봉인들을 위해 양봉장 근처에 단 몇 그루라도 솔선수범해 꿀샘식물을 심고 가꾸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그것도 안 된다면 세금이라도 더 내어서 최소한 국유림에 꿀샘식물이 가득할 수 있도록 건의하여 노력하자.
기존에 했던 것처럼 지자체가 시행하는 보조사업만 바라본다면 결코 우리 미래는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양봉농가들도 이제는 인식 대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언제까지 정부 당국의 입과 하늘만 바라보고 탄식만 하고 있을 것인가? 미래 세대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선배 양봉인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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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