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수,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4. 고지방식품에 대한 오해 해소 방안 시리즈
4) 식이와 건강
앞서 언급한 다양한 주제 외에도 지방 섭취가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본 글에서는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① 고지방식은 간 내 지방 축적을 감소시켜 간에 부담을 줄여준다.
칼로리 제한 고지방식은 케톤체를 주로 형성하여 간 부담을 줄여준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모두 많은 고열량 식단과 달리, 칼로리가 정상 범위이면서 고지방식일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데, 특히 간의 지방 독성이 감소되면서 간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간에서 지방산 함량을 증가시켜 비알콜성 지방간을 유도하고, 이는 VLDL(very low density lipoprotein, 초저밀도 지질단백질)로 수송되어 지방세포의 중성지방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칼로리 제한 고지방식의 경우는 간 내 지방 과다현상을 막아주고 지방 독성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고지방식단은 간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② 고지방식은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서는 포도당이 주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데, 고지방식을 하게 되면 고탄수화물 식이와는 달리 조직 내 물질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방산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작이 발달하게 된다. 고지방식이를 하면 포도당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지방산의 합성은 억제되고, 지방분해는 늘게 된다. 이 때 물질대사 기관인 골격근, 간, 뇌, 신장 등에서는 에너지의 항상성을 위해서 중성지방을 분해하고, 글리세롤은 간에서 포도당 합성에 사용되며, 지방산은 베타 산화되어 소모된다. 이러한 사실은 콜레스테롤 수치 및 심혈관 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독일의 한 영양협회에서는 육류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정상체중인 젊고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영양소 섭취량, 형태학적 지표, 혈장 지표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육류 섭취 4주 후 혈중지질 농도에는 어떤 부작용도 없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다(Petzke KJ 등., 2011).
③ 저탄고지 식이요법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결국 고탄수화물 식사를 할 경우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고 인슐린은 지방을 저장시키는 호르몬이므로 지방을 많이 저장하게 되어 비만을 가져오는 반면, 적정 열량의 고지방식은 인슐린을 자극하지 않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감소시킨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Low Carb High Fat, LCHF)은 몸에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여 소모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특히 인슐린의 저항성 문제를 가지는 제2형 당뇨 환자의 경우,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단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탄고지 식단의 핵심은 무조건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열량을 유지하면서 탄수화물(당질)이 들어간 음식을 줄이고, 질이 좋은 지방 음식을 늘리는 것이다. 당뇨 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저탄고지 식이의 실천을 통해, 인체에서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던 인슐린 저항성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9년 미국 당뇨협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탄고지 식이요법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당뇨약 사용을 줄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④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저탄고지 식이요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가진 지방에 대한 오해는 몸에 쌓인 지방과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지방을 동일시하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의 목적은 몸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는 것이며, 몸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필수 지방산의 섭취이다. 지방을 먹는다고 그것이 모두 몸에 쌓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 몸에 축적된 지방의 주요 원인은 음식으로 먹은 탄수화물이다. 당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당뿐만 아니라 지방 역시 흡수가 촉진되고, 지방 분해가 억제되어 결과적으로 체내에 지방이 쌓이게 되고 이것이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이 되면 몸이 염증성 상황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게 됨을 예전에 다룬 바 있다. 반면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을 할 경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지방의 흡수가 줄고, 오히려 지방 분해과정이 촉진되어 체내에 지방이 쌓이지 않게 되어 비만의 위험성이 줄게 된다.
정리하자면 저탄고지 식단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적정 열량을 유지하면서 탄수화물 대비 지방과 단백질 섭취의 비율을 늘리는 식생활 패턴이다. 저탄고지 식생활은 적정한 체중 관리와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물론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막는 데에도 중요한 식이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