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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閑談>축산현장의 아버지와 아들

가업 승계 귀농 늘며 세대간 갈등
생각의 차이를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문제로 인식, 접근해야

  • 등록 2019.02.13 16:52:05

[축산신문]

윤 봉 중<본지 회장>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중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 가족구성원간의 갈등이다. 그 으뜸은 아무래도 고부갈등인데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부자갈등도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요즘 대를 이으려는 2세들이 늘어나면서 축산현장에는 부자갈등에서 오는 불협화음이 급증하고 있다.
축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자갈등은 기본적으로 세대차이 다시 말해 생각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먹는 것, 입는 것 아끼고 아껴 농장을 일군 일부 아버지들은 농장 밖에서 이뤄지는 취미활동 등 아들의 생활태도를 ‘외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아버지에게 훤한 대낮에 농장을 비운 채 여가생활 한다며 ‘딴 짓’을 하는 아들이 이해될 리가 없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첫 새벽부터 그 별이 다시 빛을 발하는 밤중까지 농장을 지키며 가축을 돌본 아버지의 눈에 워라밸(Work & Life Bal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을 외치는 아들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답답하기는 아들도 마찬가지다. 죽어라고 일만 해서는 지쳐 쓰러질게 뻔한 데 ‘가축은 주인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가 이해 안 되는 것이다. 낫을 걸어 둘 땐 자루가 오른 쪽에 가야하고 농기구는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당부는 그야말로 불필요한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각종 교육에서 익힌 걸 적용해 보고 싶은데 아버지는 자신의 경험만 강조한다. 드문 경우지만 수익배분(특히 결혼한 2세의 경우)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2세 승계가 실패하는 사례도 있지만 승계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자갈등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며 순조로운 승계작업을 이어가는 성공사례도 많다.
지방의 한 중소도시 근교에서 약 400두 규모의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L씨. 그는 아들 가족을 시내의 아파트에 거주토록 하고 아들에겐 일반 직장인처럼 출퇴근하도록 하는데 이른 아침과 저녁 늦은 시간의 농장일은 자신이 주로 한다. L씨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일하는 방식을 바꾼 것인데 아들내외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아들의 성취욕을 북돋우기 위해 수익배분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L씨의 농장은 이제 그가 관여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음은 물론이다.
귀농 17년차인 H씨는 일은 견딜 만 했지만 매일 발생하는 아버지와의 의견충돌 때문에 몇 번이나 짐을 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아들이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중반인 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당시 아버지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L씨나 H씨의 사례는 원활한 소통 노력과 함께 서로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인내의 결과다.
모든 갈등이 그렇겠지만 부자갈등 역시 기본적으로 다툼의 결과물이며 그 다툼은 결국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축산현장의 아버지와 아들들 중엔 서로 ‘다름’의 문제인 생각의 차이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갈등을 옳고 그름으로만 재단하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모든 갈등의 역사가 시작된다. 축산현장의 부자갈등이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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