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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ASF, 새로운 유행을 준비해야 할 때

이 명 헌 수의학박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세가 무섭다.
지난 1월 16일 강원도 강릉 소재 2만두 규모의 대형 양돈장 확진을 시작으로 안성, 포천, 영광, 고창, 보령, 창녕, 화성, 나주, 당진, 정읍, 김천을 거쳐 전국 최대 양돈밀집단지인 홍성에 이르기까지 올해에만 벌써 두자리수 발생을 기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유행으로 전남, 전북, 경남 등 3개 광역자치단체의 사육돼지 비발생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전국적인 확산은 현실이 되었다. 더구나 포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멧돼지 발생조차 전무한 상황으로 공식처럼 통용되던 멧돼지발 바이러스에 의한 발생시나리오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방역당국의 정밀역학조사가 진행중이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기존 유행주와는 차이가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을 이번 발생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결과는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데 포천이외 나머지 발생사례에서 모두 과거 유행형(IGR 2형)과는 상이한 IGR 1형이 확인되었고 이는 네팔 유행주와 유전적 근연관계가 가장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년말 기준 국내 IGR 1형의 발생빈도는 총 4천89건중 3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러한 추론에 강력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최근 세계 각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동향을 살펴보면 발생국가와 양성축 보고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서는 2022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100만건(사육돼지 97만건, 야생멧돼지 3만5천건)의 발생이 있었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발생역학적 측면에서 보면 질병특성이나 전파양상이 복잡 다변화하고 바이러스 재조합과 병원성 변이가 빈번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고열, 출혈 등 명백한 증상과 높은 폐사율로 대표되던 고병원성 ASF와 달리 치사율이 낮고 저병원성인 바이러스가 심심치 않게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부국가에서는 특징적인 임상소견 없이 일반증상 발현후 내과하는 약독주마저 활개를 친다는 현장전문가들의 전언도 나돌고 있다. 2019년 첫발생 이후 현재까지 선명한 임상증상과 높은 폐사율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양돈현장에 기존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이주나 약독주가 유입될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혼란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발생을 교훈삼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꼼꼼한 준비가 시급하다.
첫째, 국제적인 발생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실시간 정보수집이 필수적이다. 특히 유전자재조합에 따른 바이러스 변이추이와 병원성 변화양상을 주목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해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변이주나 약독주가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으므로 주변상재국의 유행주를 확보하고 선제적인 병원성평가를 통하여 유용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대응체계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둘째, 양돈현장에서 발신하는 이상징후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포착 할 수 있도록 현행 예찰시스템을 보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보완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혈액시료 중심의 일과성 항원검사는 진단가치가 높은 다양한 생체시료를 활용하도록 보완하고 수의사의 임상관찰을 병행하며 폐사체 검사도 확대하는 등 현장상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항체검사를 추가하여 변이주 감염에 따른 숨겨진 발병이력을 색출하고 주기적인 환경검사를 통하여 상재, 토착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축산농가 대한 교육과 홍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양돈종사자들의 신속하고 올바른 상황인식이 미지의 유행에 대비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국내외 발생동향, 해외 유행주의 임상증상, 예찰시 주의사항 등 실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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