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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포커스> 한국산 유제품 수출의 현주소와 과제

편중·고원가·규제 삼중고…돌파구는 ‘구조 전환’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소비 기반 붕괴, 장기화된 원유 수급불균형, 재고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국 낙농산업은 구조적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언급되는 해법이 바로 ‘수출 확대’다. 한국산 유제품 수출은 과연 침체된 국내 낙농·유가공 산업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산 유제품 수출 현황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가능성을 점검해보았다.

 

중국·조제분유 편중 구조…수출 성장 한계 노출
높은 원유 생산비·비관세 장벽…수출 경쟁력 약화
아세안 성장세 뚜렷…품목·브랜드 전략 재정비를

 

▲조제분유 중심의 제한적 수출 구조
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한국산 유제품 수출액 규모는 2010년 이후 1억5천~1억7천 달러를 오가고 있으며, 오히려 최근 3년간은 1억5천 달러를 밑도는 수준을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한국산 유제품 수출은 양적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출 구조가 특정 국가와 품목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히고 있다.
한국산 유제품 수출실적을 살펴보면 2025년 전체 수출액은 1억4천929만 달러로 국가별로는 중국이 4천570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베트남 1천925만 달러, 일본 1천800만 달러, 미국 1천798만 달러, 캄보디아 1천7655만 달러 등 10위권 이내 국가는 모두 동아시아 국가에 국한되고 있었다.
품목별로는 조제분유가 6천644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 중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중국의 비중은 57%(3억7천 달러)에 달한다.
2008년 중국의 맬라닌 분유 사태로 해외 분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위생·안전 이미지가 강하며 EU산 대비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산 분유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국 조제분유 수출이 성장세를 이끌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수출 구조의 취약성으로도 이어진다.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나 수입 규제 강화에 따라 수출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자국 유제품 산업 성장, 수입 규제 강화, 중국 영유아 인구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0년 8천516만 달러에 이르던 대중국 유제품 수출액은 현재 46% 줄어들었으며, 전체 유제품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6%에서 30.5%까지 감소하면서 수출활로 확대와 품목 다양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국산 유제품의 수출실적 확대는 구조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가격과 규제 강화가 높은 진입장벽
수출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원가 구조다. 국내 원유가격은 2023년 기준 리터당 1천181원으로 EU(683원), 미국(607원) 등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공 단계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며, 이로 인해 한국산 유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
한국산 유제품은 ‘저가, 대량’도 아니고 치즈, 버터 등 유가공품 강국도 아니다. 결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야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국의 제품 등록 절차 강화, 동남아 국가별 식품 규제, 중동국가의 할랄인증 등 국가별 검역 기준과 인증 절차도 수출 확대의 장애물로 꼽히며, 대형 유업체의 경우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소 유업체에게는 사실상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2023년 중국 정부가 현지 실사를 거쳐 새로운 규정에 따라 변경된 배합비를 등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면서 전년대비 수출실적이 40% 감소하기도 했다.
베트남 역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영향으로 수입 분유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서면서 올해 한국산 조제분유 수입액은 970만 달러로 전년대비 22.8%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기회 요인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유제품 수출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 확산은 분명한 기회 요인이다. 위생 관리 수준, 제조 공정의 안전성, 기능성 원료 적용 등은 한국 유제품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냉장·냉동 유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장기보관 제품에 국한되지 않았던 수출 가능성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또, 유가공협회와 한국 유가공업체들의 해외공동마케팅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도 유효한 전략으로 통했다.
다양한 마케팅 전개와 바이어 미팅 등 한국산 유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 그리고 현지 맞춤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지난해 아세안 국가(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의 한국산 유제품 수입액은 4천379만 달러로 5년간 55.2% 증가, 대중국 유제품 수출실적 감소분을 방어해주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는 한국산 조제분유 수입액은 2025년 1천562만 달러로 5년 전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하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산 조제분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부상했으며, 이들 아세안 국가는 자녀수는 줄어들고, 소득 증가로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도 큰 잠재력으로 꼽힌다.
아울러, 세계 각국이 식품 규제를 강화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수출 장벽이 높아지자 식약처는 중국 측과 소통을 통해 현장실사를 대행해 유업체가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며, 지난해부터 한국산 유제품의 동남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 대상 유제품 수출지원’ 연구안을 토대로 정부의 수출 지원책 체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유업체들과 수출 촉진 간담회를 열고 수출작업장 승인을 위한 현지실사 대응, 정부 간 협상 시 기술자료 및 상대국 검역요건 신속 제공 등에 대한 노력을 약속하는 등 한국산 유제품 수출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정책은 ‘확대 의지’보다 ‘연결 전략’이 필요
다만, 이같은 정부의 농식품 수출 확대 지원에도 유제품은 여전히 주변부 품목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유제품 특성상 원유 수급, 낙농가 경영, 가공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에도 수출 정책은 개별 사업 단위로 분절돼 있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유제품 수출을 단기 재고 해소 수단이 아닌, 중장기 산업 구조 전환의 일부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수출 대상 품목 선정, 원유 활용 구조, 낙농가와 유업체 간 역할 분담까지 포함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유제품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한 출구로서 수출을 논하기 위해서는 가격 구조 개선과 제품 전략, 정책적 연계가 선행돼야 한다”며 “수출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수출이 가능하도록 산업 구조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가 단기간에 한국산 유제품 수출실적을 끌어올릴 수는 없겠지만 이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한국 낙농·유가공산업의 미래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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