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전 세계적 인기가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케이팝을 넘어 K-엔터, K-푸드, K-컬쳐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드라마와 음악뿐 아니라 케데헌 속 등장하는 김밥, 라면, 순대, 국밥 같은 음식까지 외국인들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에서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한국 음식을 소개하거나 먹방을 올리며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불고기는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가운데 늘 상위권에 꼽힌다. 얇게 썬 소고기를 달콤한 간장 양념에 재워 구워 먹는 불고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한우고기의 매력을 알리는 대표적인 창구가 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음식 베스트5에 ‘불고기’가 포함됐다.
한우는 우리 고유의 소 품종으로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가축다양성정보 시스템(DAD-IS)에 등록되어 있다. 갈색 털빛과 온순한 성질을 지녔으며, 그 고기의 품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특히 한우 등심은 선명한 핑크빛 살코기 사이에 곱게 퍼진 마블링이 특징이다. 숯불 위에 올리면 퍼지는 고기 향은 사람들의 코를 자극하고, 씹을수록 부드럽고 감칠맛이 살아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외국인들에게 한우를 대접했을 때, 반응은 단연 최고였다.
한우고기에는 한국인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선시대에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先農祭)를 지낸 뒤 소의 머리, 내장, 고기 등을 함께 장시간 끓여서 참석자 모두가 나눠 먹었다고 한다. 이 음식은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설렁탕’이다. 또한 숯불 석쇠 위에 구워 먹는 한우는 이제 ‘K-BBQ’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래 바비큐(barbecue)는 고기를 익히는 동안 훈연향이 배도록 하는 미국의 조리 방식이지만, 한국식 바비큐는 숯불 위에서 한우를 굽고, 장아찌나 쌈 채소와 곁들여 먹는 독특한 문화로 발전했다. 이러한 한국식 고기 문화는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자리 잡으며 외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우고기의 맛에는 과학적 원리도 숨어 있다. 고기를 구성하는 근섬유 속에는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은 열에 따라 변성을 일으켜 질감과 맛을 바꾼다. 가열 초기에 온도를 40~50℃로 올리면 고기는 3~4배 질겨지게 된다. 이것은 액틴과 미오신 같은 근원섬유 단백질이 변성되어 단단한 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철판이나 석쇠에 고기를 올려놓고 구울 때 뒤집으려고 하면 고기가 잘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 온도가 65℃ 이상에 이르면 육즙이 근섬유 밖으로 흘러나와 고기가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동시에 풍미와 식감이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맛있는 향과 부드러운 육질은 바로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처럼 고기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질감과 맛이 달라진다. 실험실에서는 불의 온도와 굽는 시간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식당에서는 조리자의 경험 도는 직감에 의존해야만 한다. 고기를 굽다 보면 때로는 핑크색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고소한 향을 맡기도 하고, 때로는 고기를 지나치게 익혀 검은 연기를 마시게 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바로 한우 고기맛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한우고기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려면 단순히 고기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굽는 방식의 표준화나 전문 그릴링 인력 양성 같은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 한우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제대로 구워낸 한 점의 경험은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의 수준을 각인시킬 수 있다.
한우는 더 이상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자원이며, 우리가 어떻게 가꾸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한국 축산의 미래와 세계 속의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K-컬처 속에서 한우가 한국을 대표하는 맛과 문화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