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시 기존 돈사 최대한 활용해
평당 평균 100만원 투자…환경·생산성 만족
소규모도 수익창출·‘대물림 양돈’ 충분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양돈농가의 급격한 감소 추세가 누구나 걱정하면서도, 막상 해결하기는 어려운 국내 양돈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단 양돈산업에 국한된 사안은 아니지만 어느 축종 보다 그 심각성이 더 한 실정이다.
각종 규제는 차치하고라도 후계자가 없는 고령의 농가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양돈업에 대한 신규 진출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양돈산업의 이러한 현실은 축산환경개선을 위한 견학코스로 널리 알려진 경북 고령의 해지음 영농조합법인(대표 이기홍)이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 소규모 노후 농장→돈되는 농장
해지음의 이기홍 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는 농장 가운데는 총 사육규모가 2천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의 돈사들이 적지 않다. 농장주가 시설개선을 위한 투자에 나서지 못한 채 한계상황에 도달한, 그러나 전업규모에 미치지 못하며 매각도 쉽지 않은 노후화 된 농장들이 이기홍 대표의 손을 거치며 민원 걱정 없이 생산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지금의 농장으로 변신해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기홍 대표의 경우 양돈농가들이 돈사 개축 과정에서 흔히 겪는 인허가 부담은 물론 투자비용 까지 최소화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기둥과 지붕 등 기존 돈사를 최대한 활용할 경우 법률적인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신축이 아니다 보니 완전 밀폐 형태의 돈사를 굳이 고집할 필요도 없다. 반 무창이면서도 냄새없이 깨끗한 환경의 돈사로 탈바꿈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해지음을 포함해 이 대표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농장들 대부분 전면 리모델링 수준의 개축이 이뤄졌지만 그 비용은 농장 상태에 따라 평당 50만~150만원 수준 정도만이 투입됐다.
# 자신만의 노하우로
물론 하루아침에 얻어진 노하우는 아니다.
지난 1985년 고등학교 졸업 직전 학교장의 추천으로 양돈장과 인연을 맺게 된 이 대표는 2000년에 이르러 농장 임대를 통한 위탁사육으로 양돈농가로서 ‘홀로서기’ 를 시작한다. 하지만 지붕 한쪽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노후화 된 농장에서 생산성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뿐 만 아니라 내 농장이 아니다 보니 시설개선도 불가능했던 상황. 마침 도시화와 함께 공장 부지로 농장을 매각하려는 농장주를 설득, 700두 규모의 농장을 인수한 이후 하나둘 한계농장들을 인수하고 시설개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확보하게 됐다.
이기홍 대표는 “내 농장 가운데는 300평 안팎의 돈사도 있을 뿐 만 아니라 아직 공사중인 것도 있다”며 “하지만 막상 공사가 끝나고 나면 폐사율이 1~2% 수준의 농장이 된다. 가성비 극강의 돈사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자신한다.
여느 농가들과 같은 형태와 비용으로 인수 농장에 대한 시설개선을 시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농장 확보는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 강소농 육성 정책지원을
이 대표는 “양돈장의 경우 평당 400~500만원의 연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은 없을 것”이라며 “더구나 비육전문농장이라면 상대적으로 관리도 수월, 고령의 농장주라도 충분히 지속 운영이 가능할 뿐 만 아니라 후계자에 대한 대물림 사업으로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소규모라도 충분히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대형화 일변도의 국내 양돈산업에서도 대를 잇는 ‘강소농’ 의 출현과 확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한계농장들로 인한 국내 양돈현장의 환경문제와 생산성 저하 현상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번식과 비육을 분리하는 ‘2-SITE’ 사육형태가 국내 양돈현장에 온전히 정착,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고령의 농장주 일수록 시설투자를 기피한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하면 농장 가치도 상승할 뿐 만 아니라 매각도 그만큼 용이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인다.
정부의 현실적인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과 맞물릴 경우 양돈업에 대한 신규 진출을 활성화 할수 있는 여건도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국내 양돈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강소농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초기투자 비용 부담을 낮춰 양돈업에 대한 신규 진출도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