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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ASF의 발생과 사후 대처방법

  • 등록 2019.10.16 11:11:15


김유용 교수(서울대학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 swine fever)이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특별한 방역체계나 차단방역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북한에서 올해 3월 ASF가 발생한 만큼 DMZ을 넘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가 불행하게도 현실화 됐다.

일반인들은 ASF에 대해 아직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데다 일부 비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ASF에 대한 공포감이나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발언을 마구 쏟아내면서 최근 국내 돼지고기 소비가 감소하는 원인이 됐다. 예를 들어 ASF는 공장식 축산의 결과이며, 사람에게도 감염이 되는 질병이므로 돼지고기를 먹으면 사람들도 감염될 수 있다는 등의 잘못된 사실들이 마치 진실처럼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위를 잘 살펴보면 이번에 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소에게는 구제역, 브루셀라, 우역 등의 무서운 질병이 있고 닭, 오리 등의 가금류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가 도사리고 있다. 이들 질병이 발생하면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다른 가축들에게 급속히 전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락사 시키는 것이다.  

비단 동물에게만 이런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미과에 해당하는 사과, 배, 앵두, 자두 등의 작물에도 잎이 말리는 ‘화상병’ 이라는 불치의 병이 발생하면 마땅한 치료약 없이 해당 작물을 태워 땅속에 매몰하는 것으로 처리를 한다. 동식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우리가 잘 아는 에볼라(ebola), 메르스(MERS), 에이즈(AIDS) 등의 질병이 발생,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질병이 일부 동물보호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장식 축사에서 발원된 질병인가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ASF를 비롯하여 에볼라, 메르스, 에이즈 등의 질병은 공장식 축사가 전혀 없는 아프리카 중부의 열대우림지역의 야생동물로부터 발병한 것이 역학조사 결과로 밝혀졌다. 공장식 축산이 질병의 발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발병한 ASF가 불과 8개월만에 중국 전역으로 급속하게 전파된 주요 원인중 하나가 차단방역이 미흡한 50두 이하를 사육하는 소규모 양돈장(backyard farm)들을 통해 들불처럼 짧은 시간에 전국적으로 질병이 전파된 것은 역학조사에서 증명됐다. 중국에서는 50두 이하의 사육농가가 전체의 약 32%나 되고, 이들 양돈장에는 차단방역장치가 제대로 설치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줄어든 돼지고기 공급을 신속히 늘리기 위해 소규모 양돈장들을 폐쇄하고, 농장의 효율적인 차단방역을 기대할 수 있는 규모화, 전문화된 양돈장의 설치를 기업들에게 요청하는 한편 전폭적인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접경지역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 정부에서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대폭 확대, 사실상 발생지역의 모든 사육돼지를 안락사 또는 수매한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타 지역으로 ASF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당장 생계조차 이어가기 힘든 양돈농가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효율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농가들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몇 가지 전제조건이 병행돼야 한다. 우선 사육중이던 돼지들이 정부의 방역정책에 의해 예방적으로 살처분 될 경우 해당 지역 양돈장들의 재입식은 1~2년 이내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ASF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돼지를 살처분 시킨 양돈농가들은 재입식을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정부나 금융기관에서 차용한 자금에 대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입식을 시키지 못하는 기간과 재입식후 양돈장이 정상운영 되는 기간까지 합쳐서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양돈농가들이 파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보상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돼지를 안락사 시킨 양돈장에서 일하던 외국인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될 경우 전국적으로 흩어져 야생멧돼지 보다 심각한 또 다른 ASF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에서는 이들이 당분간 해당 농장에서 머물러 있도록 약 3개월 정도는 최저임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ASF의 확산을 방지하는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EU의 벨기에나 체코에서 발생한 ASF가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차단되고 추가발병이 없었던 것은 ASF의 발생을 신속하게 신고한 양돈장들에 대해 정부에서 확실한 재정적 보상정책을 시행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ASF 발생 양돈장들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정부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ASF의 확산에 따른 정부재원의 막대한 지출을 감안할 때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ASF의 광풍이 조기에 소멸되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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