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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세 살 영양<營養>이 여든까지 간다

  • 등록 2018.06.14 11:16:16

[축산신문 기자]


윤성식 교수(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영양학을 전공한 학자들 중에서 “아침은 왕같이, 점심은 왕자같이, 저녁은 거지같이 먹자”는 주장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세끼의 식사를 인체의 활동량에 맞추어 에너지를 섭취하자는 것. 아침식사는 밤새 굶었으니 노동을 위하여 왕처럼 성대하게 먹어야 하고, 저녁에는 일을 하지 않으니 가벼운 식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물을 강하고 튼튼하게 재배하려면 적당한 거름을 주어야 하듯, 인체도 필요한 영양소를 최적 음식을 통하여 공급 받아야 평생 동안 생명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먹는 최초의 음식인 모유(human milk)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먹는 다양한 음식에는 영양소 함유량이 각각 다르니, 성장 단계별로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 함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식탁을 차리는 이른바 생애주기별영양학이 주목되는 이유다. 따라서 식품을 섭취하는 행태도 생애주기 단계별로 바꾸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판단된다. 우리 사회는 소득증가에 따라 영양결핍이 사라지고 있고 의학, 영양학 등 생명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장수는 좋은데 나이 들면서 빈발하는 골다공증, 당뇨병, 심장병 등을 식생활을 통해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생애주기별영양학 연구의 화두가 되었다. 요컨대 2~3세 아동의 경우에는 밥, 빵 등 곡류, 채소와 과일, 유제품과 육류로 대표되는 단백질 식품의 섭취가 중요하다고 한다. 육체적 활동이 왕성한 10대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고열량 식품 외에도 식이섬유의 섭취가 추가된다. 평생 동안 건강을 유지하려면 특히 성장이 왕성한 아동기 그리고 성장과 활동이 모두 중요한 청소년기에 유제품처럼 고른 영양소를 함유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기초가 튼튼한 건물이 오래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영양학적 발견을 반영한 것일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은 1977년부터 운영해오던 학교우유급식프로그램(School Milk Scheme)을 작년 과일·채소공급사업(School Fruit Scheme)과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은 아동, 청소년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학교우유급식프로그램을 더욱 확대·보강시킨 정책적 판단으로 이해된다. EU의 학교우유공급사업은 백색우유만으로 제한하지 않고 우유, 요구르트, 치즈, 버터밀크 등 여러 유제품들이 공급된다. 이 사업을 통하여 1인당 하루 250 ml의 우유가 제공되고 유제품은 유형별로 단가를 책정하여 지원한다. 미국의 학교우유급식(School Milk Program)도 학교가 학생들에게 우유를 제공하는 금액을 연방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다. 이 프로그램은 1966년에 제정된 아동영양법(Child Nutrition Act)에서 영구적으로 재가(裁可)되었다. 미국은 어린이를 돌보는 학교나 시설에서 아동에게 half-pint(약 235ml) 우유를 제공하면 연방정부에서 우유대금을 보상해 준다. 우리와 다른 점은 우유급식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우유소비 확대를 꾀한다는 점이다. 구미 선진국들은 이처럼 아동 및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우유 유제품 섭취를 법으로 정하여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1년 제정된 학교급식법에 따라서 학교급식이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각종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학교급식을 실시하는 학교는 반드시 영양교사를 두어야 한다. 지·덕·체를 고양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라면 ‘건강한 체력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슬로건처럼 학교급식은 어린 세대에게는 매우 중요한 건강 이슈다. 문제는 아동 및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학교급식사업에서 우유급식이 분리되어 운영된다는 점이다. 우유급식도 동일한 학교에서 실시되는 급식프로그램이지만 이는 교육부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다. 

그 이유는 각 사업을 지원하는 정부예산이 교육부와 농식품부로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 가 보면 우유급식은 학교급식법과 별도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유급식은 학교의 의무사항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영양교사의 필수업무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우유급식을 시행하는 학교에서 조차 영양교사의 잡무처럼 인식되어서 우유급식 관리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학교우유급식은 저소득층(차상위 계층 포함)을 위주로 하는 무상급식과 학교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급식으로 나뉘고, 지자체별 지원예산도 천차만별이다. 발표된 바와 같이 2016년도 초등학교 우유급식률은 77.3%, 중학교는 36.4%, 고등학교는 22.8%였다. 이러한 수치는 의무적 우유급식을 실시하는 이웃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dietary guideline)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하루 2컵(400ml)의 우유섭취가 권장되지만 그걸 학교 측에 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티우유(anti-milk) 선동에 세뇌된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한숨만 나온다. 국내 중·고등학교에서 우유급식률이 특별히 낮은 이유는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이 별개로 운영되기 때문이고, 전담교사가 없는 것도 저조한 급식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사업주체가 다른 두 부처 간의 통 큰 협력을 통하여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하는 이른바 ‘통합급식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낙농업계도 중·고등학생의 우유급식률을 적어도 50%까지 끌어 올리는 전략을 짜서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 

UN 산하기구인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학교우유급식에 대한 범세계적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매년 9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학교우유의날(World School Milk Day)로 지정하였다.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호주, 일본, 인도 등 40여개 국가에서 매년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우유음용의 필요성과 우유급식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학교우유급식 활성화는 우유소비 증가, 국민의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내 낙농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책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우유를 마시다가 중·고등학교 때 갑자기 우유를 끊으면 체내 유당분해효소의 합성이 감소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마시기 어려운 체질로 변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초공사가 건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아동기, 청소년기 영양이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으니 명심해야 한다. 세 살 버릇도, 세 살 영양도 여든까지 간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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