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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설>새해 아침을 맞으며…

한국축산 항로 재점검해볼 때…속도 보다는 방향

  • 등록 2017.12.28 17:13:14
아쉬움과 안타까움 속에 정유년을 보내고 무술년 새해를 맞았다.
우리는 새해를 맞을 때마다 한국축산이 처한 위기상황을 얘기하며 엄중한 상황인식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강조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축산은 본격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시작된 이후 30여년을 개방이라는 파고(波高)에 시달려 왔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타결에 따른 WTO 출범, 미국 등 세계 각국과의 FTA 체결이 그것이다. 본지 역시 이 난을 통해 위기극복을 위한 범 축산계의 공동노력과 정부의 축산중시정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촉구해왔다.
한국축산은 지난 30여년의 개방파고 속에서도 선전해 왔으며 구조개선과 경쟁력제고 등 나름대로 성과도 이뤄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규모화 드라이브에 힘입어 부업축산 위주의 산업지형이 전기업 규모로 재편된 것이나 등급제와 같은 제도마련으로 인한 품질경쟁력 제고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급속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 즉 적지 않은 그늘도 생겨난 것이 사실이다. 사육시설의 조밀성(稠密性)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심각함이나 악취 등 환경문제 유발 등은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축산의 존폐가 걸린 그늘이다.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이 선진국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에서 축산물에 대한 편견과 동물복지론이 난무하는 것도 어떤 형태로든 극복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지난 30여년 간의 개방파고를 극복해오는 과정에서 위기경보에 너무 익숙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그 익숙함은 위기경보가 마치 양치기 소년의 늑대 출현 경보처럼 변질될 수 있다. 범이라도 잡을 듯 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돼가고 있는 축산물 브랜드정책에서 보듯 축산정책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으며 축산현장도 규모화만이 능사인양 질적 개선 의지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강소농(强小農)육성은 정책으로 소화되기는 커녕 먼 나라 얘기로만 치부되고 있으며 축산에 대한 국가·사회적 인식은 축산업의 경제적 위상과 거꾸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개방물결을 극복해온 지금까지의 방식이 미래에도 그대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동(東)과 서(西), 그 둘은 서로 만나지 못할 것이라던 키플링의 장담도 21세기 융복합의 물결에 묻혀버렸듯이 이제 영원히 통하는 진리란 없는 세상이 됐다.
한국축산은 위기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살피며 재점검 차원의 성찰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항로가 옳았는지, 틀렸다면 재설정 또는 일부 변경이라도 해야 하며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의 문제다. 방향이 틀리면 빠른 속도는 오히려 재앙이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방향이 맞다면 늦더라도 목표지점에 이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목표지점과 갈수록 멀어진다. 만연하는 질병문제와 국민적 관심사인 환경문제 등은 지나치게 속도를 중시하거나 신봉한 결과는 아닌지, 소농(小農)육성은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모두 소용없는 것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산을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보듯이 속도를 조절해보면 빠른 속도에서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농업 생산액의 40%를 넘게 차지하면서도 그 볼륨과 달리 갈수록 위상이 흔들리는 한국축산의 문제를 모두가 함께 성찰해보는 새해 아침이 되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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