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화요단상>상생정신 부재의 결과는

  • 등록 2015.06.05 14:23:14

 

윤 봉 중<본지 회장>

 

지도자일수록 상생 강조
세상 갈등 줄지 않는 건
겉과 속이 다르기때문…

 

유행가가 그렇듯이 유행어에는 국민정서와 같은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굳이 유행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는데 이 역시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일 때가 많다. 대표적 예가 상생(相生)이란 단어다. 서로 함께 공존한다는 뜻이니 계층, 세대, 지역 등 온갖 갈등의 종합전시장인 요즘 세상에 딱 맞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상생이란 단어를 보고 들어야 하며 스스로도 일상 속 대화에서 말과 글로 상생을 얘기한다.
상생이란 말은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쓴다. 눈만 뜨면 치고받고 싸우지만 정작 입으로는 어처구니없게도 상생을 외친다. 언행불일치가 만성화된 정치인들의 ‘상생타령’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상생은 겉포장이고 그 속은 위선으로 가득 차있다는 건 이젠 코흘리개도 다 안다. 정치불신의 근본요인이기도 하다.
정치인 말고도 지위가 높거나 선출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상생이란 말을 ‘조자룡 헌 창 쓰듯’ 남발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정치권의 병폐처럼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도적 지위에 있는 인사들이 말 그대로 상생정신을 실천하면 세상의 갈등은 확 줄어들게 분명하다.
갈등(葛藤)이란 말은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적대시한다는 뜻인데 이걸 푸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일 터.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어 완벽히 이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다. 후자가 서로 공존하는 상생이다. 그러나 완벽한 승리는 후환을 낳는다. 쓰러진 상대가 언젠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갈등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돼있다. 그리고 그 끝은 대개 공멸(共滅)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언필칭 상생을 외친다. 표현은 다를지라도 그들은 역지사지와 대화 등 상생의 뜻을 품은 단어들을 입에 달고 사는데 나라 안의 갈등은 늘면 늘었지 줄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까놓고 말하면 그들이 내뱉는 ‘상생’은 그저 연설용 멘트이며 값싼 유행어일 뿐이다. 그래서 세상천지는 영일(寧日)도 밤낮도 없이 삿대질과 악에 받친 고함으로 얼룩진다.
그렇다면 축산업계의 상생정신의 실천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초등학교 시험점수 매기듯 딱 부러지게 어느 정도라고 할 방도는 없다. 분명한 건 우리 축산업 내부에 업종과 품목, 규모 등에 걸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이 풀리지 않고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축산분야도 예외 없이 상생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다.
에둘러 말할 것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제 한국축산은 시간이 없다. 세계 식량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의 모든 국가와 FTA가 체결되고 이로 인해 축산업 종사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지고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점증하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종사인구 10만 그것도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종과 규모, 조직별로 갈등이 상생정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힘을 합쳐 함께 살수 있는 상생의 정신은 역지사지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때 꽃피울 수 있다. 여기에는 지도자들의 희생과 용기가 바탕이 된 리더십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생정신 부재의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