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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7> 버려진 축산 부산물, 친환경 산업의 보물 창고

  • 등록 2025.12.24 10:46:31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산업이라 하면 고기나 우유 같은 식품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축산업의 세계는 이보다 훨씬 넓고, 그 속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잠재력이 숨어 있다.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들은 지금까지 ‘버려지는 것’으로 취급되어 왔지만, 적절한 기술과 산업적 연계가 이뤄진다면 식품·의약·에너지 산업의 핵심 원료로 탈바꿈할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부산물, 전통 산업의 재발견
가축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고기 부위를 제외하면 남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소 한 마리의 경우 실제로 고기로 유통되는 비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각종 부위별 부산물로 구성되며, 이 중 상당수가 식품 산업의 중요한 원재료로 활용된다.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간, 천엽, 곱창, 족, 혀, 심장 같은 식품은 모두 도축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다.
여기에 젤라틴, 캔육, 마시멜로, 사탕, 소시지 케이싱(천연 소시지 껍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원료가 더해진다. 최근에는 젤라틴과 콜라겐이 고단백 건강소재로 주목받으며, 미용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산업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도축 부산물이 의약·식품소재로 전환되면서 축산업은 ‘먹거리 산업’을 넘어 새로운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나아가 저탄소 인증과 연계된다면, 이러한 부산물 가공 산업은 수출 경쟁력까지 있는 유망한 미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먹을 수 없는 부산물, 미래의 ‘레드바이오’ 자원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 부산물들은 오히려 더 큰 잠재력을 지닌다. 대표적인 것이 혈액, 털, 뼈, 지방 등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폐기되거나 단순히 사료화되었지만, 이들은 고부가가치 의약·소재 산업의 원료로 전환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혈액이다. 도축장에서 나오는 혈액은 전체 체중의 약 8%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0kg인 소 한 마리에서 약 56kg의 혈액이 나온다. 이 혈액을 수집해 혈장과 혈구로 분리하면 각각 의약용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혈장에서 얻은 단백질은 호르몬제나 효소제, 항응고제 등의 원료가 되며, 혈구 성분은 생리활성물질로 개발된다.
닭의 경우에도 도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 털, 부리 등은 대부분 버려지지만, 이를 분리·가공하면 단백질 원료나 생분해성 소재로 재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닭털은 단백질 사료 원료로 활용되고, 도계 과정에서 잘려 나오는 닭 부리는 인공 뼈나 바이오 소재로 가공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은 이른바 ‘레드바이오(Red Bio)’, 즉 생명공학이 의학·약학 분야에 응용되는 영역에서 축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식품 생산의 범위를 넘어, 축산 부산물이 의약품·기능성 소재의 원료로 전환되면서 산업의 지평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화학적으로 합성된 대체물질은 고비용 구조와 안전성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축산 부산물 기반의 천연 바이오소재는 보다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높은 잠재력을 지닌 미래 산업이기도 하다.
특히 유럽은 과거 광우병 사태 이후 소와 같은 가축 유래 단백질의 수출이 제한되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된 반면, 청정 축산국인 한국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적 기반이 부족해 유럽과의 경쟁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고,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축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축산 부산물, 규모와 연계로 친환경 블루오션 부상
그렇다면 이렇게 유용한 자원이 있는데, 왜 그동안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개별 농가 단위에서는 부산물의 수집과 처리 효율이 낮고, 정제 및 가공 설비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축장에서 혈구와 혈장만 분리해 각각 생명공학 회사로 보내는 단순한 공정만 가능해도 산업화의 길이 열릴 수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연계할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축산 부산물을 알뜰하게 자원화하기 위해서는 축산물의 생산-도축-가공-상품화 각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도축장에서 1차 수집과 기본 분리 작업을 수행하고, 생명공학 기업이 이를 정밀 정제 및 고도화하여 제품화하는 ‘도축장-바이오기업-연구기관’ 간 컨소시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산업적 가치 창출에 그치지 않는다. 축산 부산물의 재활용은 폐기물 감축과 온실가스 저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탄소중립 실현과 순환경제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축산 부산물 산업화는 친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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