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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참사 이후 사비로 구축한 ‘3중 방역’ , 효과 입증됐지만 행정은 “위치 부적절”

현장르포 / 지자체와 5년째 갈등 빚는 ‘봉골농장 방역초소’

 

민원·행정 절차·방역 기준 엇갈리며 갈등 장기화

“또다시 AI 발생 막으려면 현장 중심 해결 필요”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경기도 김포시에서 약 50년 가까이 운영 중인 봉골농장. 차량이 농장 쪽으로 향하면 처음 마주치는 것은 잘 정비된 방역초소다. 차량 자동 소독기와 대인 소독기, 그리고 방역요원들이 사용할 간이화장실까지 갖춘 이 초소는 농장주 윤형수 대표가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사비를 들여 설치한 시설이다. 하지만 이 초소는 현재 농장주를 지켜주는 방패이면서, 농장을 위협하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자체와 농장주 사이의 갈등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AI 참사 이후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겪지 않겠다”

지난 2020년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봉골농장을 초토화시켰다.

당시 사육 중이던 닭 20여만 수를 살처분했고,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 대표는 농장 입구에 2중, 3중 차단 방역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윤 대표는 땅 소유주에게 직접 허락을 받고, 농장 진입로에 개인 비용으로 방역 초소를 설치했다. 전기, 상·하수도 등 시설을 자비로 마련했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 순수한 농장 차원의 ‘자체 방역’이었다.

그 효과는 분명했다. 봉골농장은 202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고병원성 AI 재발이 없었다.

그 결과 한국양계농협도 봉골농장을 핵심농가로 지정했으며, 방역본부로부터 방역 우수 농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민원 발생에 “초소 위치가 적절치 않다”는 지자체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초소 설치 직후부터 “왜 마을 입구에 소독시설을 두었느냐”, “불편을 초래한다”는 등의 민원이 쏟아졌다.

김포시는 해당 지역을 다수 민원 발생지역으로 판단하고 해당 초소를 정식 방역초소로 인정하지 않았다.

농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역초소에 대해 지자체는 행정적 지원을 해줄 수 있고, 김포시도 봉골농장에 대한 행정적 지원 차원으로 통제초소를 설치해주었지만 통제초소의 위치는 윤 대표가 설치한 방역초소로부터 마을 안쪽으로 약 150m 가량 떨어진 오르막길 중턱이었다.

김포시 관계자는 “소독초소의 위치는 민원 다발 지역으로 허가가 어려울 뿐더러 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를 확인해보면 윤 대표가 주장하는 소유주 승인 여부도 명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적 절차도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 “정식 초소도 아닌데 공과금 납부만 계속”

현재 윤 대표는 자신이 설치한 초소에서 발생하는 전기·수도요금, 장비유지비 등을 매달 부담하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정식 초소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과금 납부만 매달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AI를 막겠다는 농가의 순수한 마음 하나로 거액을 들여 방역초소를 설치했는데, 정작 행정에서는 초소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용은 농장에 떠넘긴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윤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중앙정부 차원으로도 호소해보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AI 방역과 관련한 지침과 권한이 지자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내릴 수 있는 것은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초소 위치 지정이나 설치 승인 등 ‘시정 명령’에 대한 권한은 없다.

결국 농장과 지자체는 매년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시 AI가 발생할 수 있다” 우려도

방역 전문가들은 차단 방역을 하는데 있어 농장 진입 전 단계에서 소독이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강조한다.

봉골농장처럼 마을 입구에 방역 초소를 설치하는 방식은 외부 차량과 사람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이며, 인근 농장까지 방역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형태다.

하지만 초소 위치가 바뀌면 방역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봉골농장 및 인근 농장에 외부 차량의 우회진입이 가능할 뿐더러 지리상 마을 입구까지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동절기 소독약이 얼어붙어 도로 빙결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방역의 본질은 ‘최초 진입 지점 차단’이지만 때로는 행정적 기준이 방역 현실과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쳐가는 농장…5년째 고통, 언제까지?

윤 대표는 매년 반복되는 협의·조정 과정에 이미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AI 예방은 농장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지자체는 민원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따지기 전에, 농가와 행정이 현장에서 함께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 전문가들도 농가와 지자체가 이렇게 서로 대립하는 구조로는 고병원성 AI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갈등이 빚어지는 곳은 행정·농가·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중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원치 않는 또 하나의 AI 참사를 막기 위해, 갈등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봉골농장의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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