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자연순환농업 완성, 정책·기술 연계가 해법
기술과 제도가 만날 때, 분뇨는 에너지가 된다
오늘날 가축분뇨는 더 이상 단순히 퇴비로만 활용되는 존재가 아니다. 분뇨로부터 전기와 열을 비롯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에너지를 다시 농가에 돌려주는 자원순환형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기술적 제약과 제도적 한계가 여전히 크고, 현장 인프라와 정책 지원도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좋은 건 알지만…”
자원순환농업 정책의 중심에는 ‘바이오가스 플랜트(Biogas Plant)’가 있다. 이 시설은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하수슬러지 등 유기성 폐자원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생성하고, 이를 연료나 전력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2023년 말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가축분뇨를 비롯한 유기성 폐자원의 에너지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환경부는 2024년, 2026년까지 연간 557만 톤의 유기성 폐자원을 바이오가스로 처리하고 약 1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자원순환농업의 실현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처리 효율성의 한계다. 가축분뇨는 유기물 조성이 일정하지 않고 수분 함량이 높아, 단독 발효 시 메탄 생성 효율이 떨어진다. 그 결과 생산된 바이오가스 중 실제로 연료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높은 초기 투자비용 역시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전처리 설비, 가스 정제 장치, 터빈, 저장 및 연계 시스템 등 복잡한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산업 구조상 대규모 농장은 일부에 불과하고, 다수의 중소규모 농가들은 이러한 설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
기술과 제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나 농산 부산물 등 다른 유기성 폐자원과 함께 발효시키는 혼합소화(Co-digestion) 기술이다. 이 방식은 가축분뇨 단독 발효의 낮은 효율을 보완하고, 전체적인 발효 수율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확 후 버려지는 농산 부산물은 또 하나의 탄소 배출원이 될 수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수거해 가축분뇨와 함께 발효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온실가스 저감과 자원화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산 부산물의 발생 현황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지역 단위의 수거·처리 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질 오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행정적 관리 시스템 또한 필수적이다.
결국 이러한 기술 혁신과 제도적 지원이 맞물릴 때,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 시설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이 움직여야 자원순환이 완성된다
가축분뇨 자원화의 또 다른 관건은 운영 규모와 협력 체계다. 단일 농가 중심의 시설로는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여러 농가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단위의 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논의돼야 한다. 덴마크는 이러한 모델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대표적 사례다. 낙농 강국인 덴마크는 가축분뇨를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자원으로 전환해, 2024년 기준 전체 가스 사용량의 약 3분의 1을 바이오메탄으로 대체했다. 더 나아가 2034년까지 바이오메탄으로 천연가스 사용량의 100%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 성공의 핵심은 ‘규모화’와 ‘협업’에 있다. 덴마크는 개별 농가가 아닌 지역 단위로 분뇨를 모아 중앙집중형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 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생산된 전기·열·바이오메탄을 다시 농가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원스톱 숍(One-stop Shop)’ 제도다. 덴마크 정부는 에너지청을 중심으로 관련 인허가 창구를 일원화하고, 주민과의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단순화했다. 이러한 행정 효율성이 정책 추진의 속도를 높였고, 주민의 신뢰 확보에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 역시 이러한 성공 모델에서 배워야 한다. 이미 국내 축산업계는 몇 년 전부터 덴마크와 독일 등 선진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바이오가스 생산과 운영 노하우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진정한 자원순환농업을 위해서는 권역별로 여러 농가가 힘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 나아가 현장의 목소리가 신속하게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협력 구조와 행정 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개별 농가의 시설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단위의 자원 순환과 에너지 자립도를 함께 높이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