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야생멧돼지의 ASF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환경부의 방역정책 방향이 ‘장기전’ 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멧돼지의 ASF에 따른 사육돼지 규제라는 기존의 방역기조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
결국 이들 두 부처의 상반된 ASF 방역정책 사이에서 양돈산업과 농가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7일 열린 전문가 토론회의 결과를 토대로 ‘야생멧돼지 ASF 종합대책’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부 ASF 방역정책의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기관 및 학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야생멧돼지 ASF 방역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북한을 통한 지속적인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과 광역울타리 방역의 한계, 국내 지역적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짧은 시간내에 야생멧돼지의 ASF ‘제로화’ 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 것이다.
이러한 토론회 결과를 감안할 때 단기박멸에 초점이 맞춰져온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ASF 방역정책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일각에선 환경부 내부적으로는 야생멧돼지 ASF 방역정책의 노선 수정 방침이 이미 결정돼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토론회의 당초 명칭이 ‘야생멧돼지 ASF 중장기 대책’이었던 것이나, 야생멧돼지의 ASF발생 때 마다 이뤄지던 보도자료 발표를 주1회 발표체계로 전환한 환경부의 최근 움직임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부의 이같은 행보에도 불구 농식품부의 사육돼지 방역정책에는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야생멧돼지의 ASF가 끊이지 않으며 사육돼지의 이동제한 지역을 확대해온 농식품부는 최근에는 접경지역과 인근 시군 농장에 대한 차량출입 제한 조치까지 내리는 등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양돈농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야생멧돼지 ASF가 안정되지 않는 한 재입식도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두 부처의 행보를 바라보는 양돈농가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납득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준길 한돈협회 북부지역협의회장은 “한쪽(환경부)에선 야생멧돼지 ASF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데, 다른 한쪽(농식품부)에선 야생멧돼지 때문에 사육돼지 규제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살처분 농장의 재입식은 하염없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사육돼지의 제한지역도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양돈산업을 위한 야생멧돼지의 ASF 방역이라는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생멧돼지 ASF 때문에 국내 돼지사육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수의전문가는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의 ASF 방역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쪽만 막아놓으면 방역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야생멧돼지 ASF를 조기에 근절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 본격적으로 사육돼지와 공존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