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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퇴비가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날

  • 등록 2019.12.04 10:09:59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2020년 3월 25일. 환경부고시 제2018-115호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부숙되지 않은 것으로 판정된 퇴비는 땅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러한 퇴비 부숙도 판정에 사용되는 방법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발색반응을 이용한 기계적 부숙도 측정방법(콤백, CoMMe-100)을 이용한 측정법’,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발색반응을 이용한 기계적 부숙도 측정방법(솔비타, Solvita)를 이용한 측정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위의 측정법 검사 후에도 냄새가 나서 부숙이 의심될 때에는 종자발아법(種子發芽法)으로 판단한다.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축산농민들과 관련 기관에서는 기계의 신뢰성, 부숙도 판정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의 부족 등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적용을 연기할 것을 호소하고 있으나 환경부에서 받아들일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환경부에서는 위 사항을 지키지 못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소위 플랜 B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이 모르면 우리가 제시해야 할 것이다.
퇴비의 경우 다른 이용 방법이 있다. 환경부고시 제2018-114호 「가축분뇨 고체연료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 조건은 까다롭다.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인데 다음과 같다. ‘시멘트 소성로(燒成爐)’,  ‘화력발전시설, 열병합발전시설 및 발전용량이 2메가와트 이상인 발전시설’, ‘석탄사용량이 시간당 2톤 이상인 지역난방시설, 산업용보일러, 제철소 로(爐)’, ‘가축분뇨 고체연료 사용량이 시간당 200킬로그램 이상인 보일러시설인데 연소실 출구 온도가 800℃ 이상이 될 때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자동 투입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춘 시설만 해당한다. 그리고 열량도 가축분뇨 고체연료의 저위발열량이 킬로그램당 3천킬로칼로리 이상이어야 한다(해당 가축분뇨에서 일부 에너지를 회수한 후 가공하는 경우에는 저위발열량이 킬로그램당 2천킬로칼로리 이상). 이 외에도 조건이 많다. 수분, 성분, 성형방법도 지정이 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곳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다.
열분해(pyrolysis)는 공기(산소)가 없는 상태 또는 일부 존재하여 부분적 연소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바이오매스에 열을 가하면 발생하게 된다. 열분해를 통해 숯, 가스, 그리고 바이오 오일이 생산되며 가열속도를 조절하여 숯, 가스, 바이오 오일의 생성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가스화(gasification)이다. 이 방법은 공기(산소)를 제한하고 온도를 약 1천200~1천300 ℃까지 올리면서 만들어내며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스, 액상물질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어려운 기술일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기존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음식물쓰레기 재생 고형연료화 기술’을 확보했다고 2019년 11월 18일 밝혔다. 이 방법은 음식물쓰레기를 위에 간단히 설명한 열분해 방법을 사용하여 합성가스(synthetic gas)를 생성하고 그것을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한 과정을 거친 음식물쓰레기는 숯(바이오차)으로 가공되고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그렇게? 그럼 가축분뇨는?
 가축분뇨의 고체연료화, 열분해나 가스화를 이용한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9년 6월 4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밝혔는데 그 중 5대 중점추진과제를 간단히 살펴보면 ① (소비) 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수요관리 강화, 가격체계 합리화, ② (생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③ (시스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등 수요지 인근 분산 전원 비중을 확대,  ④ (산업) 재생에너지‧수소‧효율연계 등 미래에너지산업을 육성, ⑤ (기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전력‧가스‧열 시장제도를 개선하고, 신산업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다. 이러한 5대 중점추진과제 중 가축분뇨와 쉽게 연계할 수 있는 것은 ②, ③, ④이라고 볼 수 있다. ②는 가축분뇨의 연료화가 쉬워질 수 있고, ③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이 전력공급 및 열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④ 축산이 신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어렵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를 가져오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퇴비가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날, 우리 앞에는 새로운 문이 생긴다.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 문 말고 새로운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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