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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20. 축협중앙회 깃발을 내리다

첨예 대립·갈등 속 분리됐던 농·축협 다시 통합
축산업계 저항으로 독립성 보장 등 ‘특례조항’ 명문화

  • 등록 2019.09.04 10:50:30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농업협동조합법(안)에 대한 의견 대립 :
  농림부가 농업인협동조합법안을 입법예고하자 농민단체, 협동조합, 학계의 의견은 양분되었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농민단체협의회, 전국농업기술자협회, 낙농육우협회, 농협중앙회 등이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전국농민회, 카톨릭농민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축협중앙회 등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학계에서도 찬성하는 교수와 반대하는 교수로 양분되었다. 협동조합개혁 법안에 대하여 이토록 의견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원래 협동조합의 원리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조합을 설립 운영하는 것인데,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협동조합 간에도 농협과 축협의 갈등이 특히 심화되어 지역에서 농업인과 축산인 간의 갈등으로 까지 번지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같은 농협마크를 쓰며 상호 협력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 농림부의 입법예고안에 찬성하는 세력들은 4월 13일 협동조합개혁추진범농업인연대(협개연)를 결성했고, 반대하는 세력 중에서 전농 등 일부 농민단체와 노동·민주시민사회단체 및 변호사와 학자들은 4월 23일 한국협동조합국민연대(국민연대)를 결성했다. 협동조합 개혁방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구도가 조성되면서 결코 순탄치 못할 험로를 예고했다. 이와 함께 농민단체, 협동조합, 학계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반목하는 현상으로까지 발전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했다. 농업계나 축산계 내부에서 유관단체 간에 서로 대립하는 양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인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 농업협동조합 법안의 국회처리 과정 :
  농림부가 국회에 제출한 농협법안은 7월 9일 제205회 임시국회가 개회되면서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되었고, 7월 13일에는 위원회가 각 협동조합 임원, 학계, 농민단체 대표 등을 참석시킨 가운데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어 8월 5일 제206회 임시국회 개회와 더불어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6인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농·축협회장만을 따로 참석시킨 가운데 의견을 청취했고, 8월 6일에는 농림부장관과 농·축·인삼협동조합중앙회장을 참석시킨 가운데 대체토론을 실시했다. 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당은 정부법안의 국회통과 방침을 정하고, 8월 12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와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다음날인 1999년 8월 13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도 않고 오후 11시 45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여 전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협동조합의 운명이 또 바뀐 것이다. 분리됐던 농·축협이 다시 통합된 것이다. 


▶ 신구범 회장의 할복 항거 : 그런데 8월 12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농협법안 처리과정에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상임위에 출석해 있던 축협중앙회 신구범 회장은 농림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영진)의 법안 통과절차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토의는 계속되었고 밤 9시가 넘어 법안심사보고가 끝나자, 농·축협통합은 이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신 회장은 회의장 앞으로 걸어 나가 의원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목례를 한 뒤, 갑자기 주머니에서 준비해둔 칼을 꺼내 자신의 배를 그었다. 농·축협 강제통합의 부당성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할복을 결행한 것이다.


▶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다. “순식간에 회의장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회의를 보조하던 여직원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 회장은 곧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에서 의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때문에 회의가 잠시 중단이 되기도 했지만, 속개된 회의에서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을 깨는 가운데 통합농협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축협중앙회 직원들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많은 수의 직원들이 연행되어 서울시내 각 경찰서에 분산 수용되는 사태로 번졌다. 다음날 중앙일보는 1면에 선혈이 낭자한 특종 현장사진과 함께 헤드라인으로 대서특필했다. 후일담은 중앙일보 1면에 난 사진은 당시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축산신문 김영란 기자가 찍은 유일한 현장 사진이었다고 한다. 


▶ 축협중앙회와 축협조합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자 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농협법 제 132조 ‘축산특례조항’을 신설하여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축협조합장 20명(지역조합 13, 품목조합 7)으로 구성되는 축산대표선출 대표자회의에서 선출토록 했으며, 재산권 및 고용보장과 더불어 전문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축협의 위헌 소송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특례조항을 두어 자율적 의사결정과 독립적 운영이 보장되므로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선출직인 축산대표의 임기는 당초 4년이었으나 중간에 다른 대표와 같이 2년으로 조정되었다. 그 후로도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 축산특례조항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으나, 그 때마다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축산관련학회 등이 협력하여 축산특례조항을 지켜냈다. 일각에서는 통합이후 이제 18년이나 지났는데 굳이 이 특례조항이 필요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축산특례조항은 축산부문의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건이다.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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