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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한담>원로들은 다 어디로 갔나

젊은 세대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공 위해
헌신하는 원로, 상상만해도 유쾌해
한국축산 헛기침에 훈계 일관 꼰대질 보다
나서야 할때 나서는 참원로가 절실히 필요

  • 등록 2018.08.08 17:51:24

[축산신문] 윤봉중 본지회장

SNS 탓인지 갈수록 듣도 보도 못한 유행어나 신조어(新造語)가 난무하는 통에 필자 같은 세대는 주눅이 들 때가 더러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라는 신조어(新造語)도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나이는 곧 ‘계급장’이었다. 개인 간 다툼에서도 나이 얘기만 나오면 비록 초면이라도 나이가 적은 쪽은 시쳇말로 한 수 접어야 했다. 조직 내에서의 대접이나 행세도 철저히 나이 중심이었다. 오죽 했으면 ‘나이가 벼슬이요 깡패’라는 말이 다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런 호시절(?)은 어디까지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꿈같은 얘기다. 아직도 세상 바뀐 줄 모르고 가끔 실수를 하는 ‘철부지꼰대’들이 없지 않은데 큰 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랜 세월 교유(交遊)해온 지인 몇 분과 최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지공거사’란 말을 듣기 싫어 지하철 탈 때 일반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B씨가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요즘은 여기 저기 눈치 볼 일만 생긴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나일리지’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평소 성격이 긍정적이며 괄괄하기로 정평이 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넋두리라 여겨져 필자가 항공사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모양이라며 눙을 치자 정색을 했다.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란 말에 상당히 열을 받은 듯했다.
나일리지는 연공서열형 위계질서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젊은 세대들의 외침이다. 한마디로 나이를 벼슬로 착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인간관계에서의 수직적 질서와 수평적 질서가 충돌하는 파열음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기성세대 전체를 청산대상인 ‘꼰대’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필자 같은 세대는 항변할 기회조차 없다. 한마디 할라 치면 또 잔소리 내지는 꼰대질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란 게 요즘 꼰대들의 일반적 정서다. 그래서인지 사회 구석구석에서 원로들의 모습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축산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해결하고 풀어야 할 과제와 갈등요인이 산적해 있지만 원로들은 꼰대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모두 뒷방에 칩거 중인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원로랍시고 헛기침이나 일방적 훈계만 한다면 그건 꼰대질이 분명할 터. 그러나 원로들에겐 나름의 책임과 의무도 있다. 어려울 때 경험을 들려주고 다툼이 있을 때 이해를 초월한 거중조정에 나서는 것은 원로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말하자면 나이 값이다. 좀 저속한 말 같아 보이지만 마땅히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고 헛기침만 해대는 원로가 바로 꼰대인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꼰대라고 한다면 젊은 세대는 ‘꼰대꿈나무’가 아니겠는가. 사무엘 울만은 자신의 시 ‘청춘’에서 “청춘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노래했다. 그렇다면 꼰대로 불리는 것도 꼰대질 여부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성공하려거든 주위의 노인 세 사람과 상의하라는 중국속담이 있다. 젊은 세대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단의 성공을 돕는 원로의 헌신은 상상만 해도 유쾌한 일이다. 지금 한국축산도 이런 원로들의 모습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이 필자만의 생각이라면 착각이라는 비난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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