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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계란 대란(大亂)’ 사태가 주는 교훈

  • 등록 2017.01.12 09:44:26

 

이재형 편집팀장(jhleeadt@hanmail.net)

 

10년도 더된 일이다. 해외에 거주하다 고국을 방문한 부친의 친구 분으로부터 볼펜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직장인이 지니고 다닐 펜 하나쯤은 있어야지”하시며 외투 안주머니에서 사용하시던 펜을 한사코 건네시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지만 두껍고 묵직해 책상 서랍에 넣고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그 볼펜이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명품 브랜드임을 알게 됐고, 속물 같지만 그제서야 펜의 가치가 달라 보였다.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물이나 공기같이 반드시 있어야 하거나 유용하게 쓰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쉽게 망각하는 것들이 많다.
최근 사상 유래 없는 고병원성 AI 사태로 전국이 심각한 계란 공급난을 겪고 있다. 마트마다 넘쳐나던 계란 매대가 한산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값’ 계란에 소비자들의 손길은 쉽게 닿질 않는다. 그나마도 물량이 달려 인당 구매를 제한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계란은 대표적인 국민 기호식품이자 건강식품이다. 반찬이 부실할 땐 언제나 ‘밥상의 기쁨조’가 되어준 계란 프라이, 라면을 끓일 때도 빠지면 아쉬운 계란, 술안주로 제격인 계란말이, 기차 여행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삶은 계란, 모두가 일상 속 흔히 접할 수 있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계란은 동물성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자 손색없는 영양보고 역할로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계란이 심각한 공급난으로 귀해진 현실은 낯설고, 배신감마저 든다.
AI가 종식된 이후 계란시장이 이전과 같이 회복되려면 1년 이상은 걸린다. 정부는 당장 계란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수입카드를 빼들고 있지만 이 또한 채산성 등을 따져볼 때 뾰족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번 ‘계란 대란(大亂)’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계란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더 나아가 식량안보 관점에서 우리 축산물 전반의 무너져가는 자급률에 대한 심각성을 공유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단초로 승화되길 바란다.
식량산업 생산기반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 실의에 빠진 농가들을 위로하고 사육의지를 북돋워줄 수 있는 실질적인 뒷받침과 더불어 빈틈없는 가축질병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역인력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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